2년마다 국회의원 절반 선출하면 어떨까?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2년 주기 절반총선이냐, 4년 주기 중간총선이냐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20대 후반기국회가 하건 21대 전반기국회가 하건 상관없이 4년 대통령임기와 4년 국회의원임기가 지금처럼 엇갈리며 진행될 경우 앞으로는 모든 대통령이 임기중간에 정권심판성격의 100% 중간총선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국회의원 중간 총선제는 대통령제에 맞지 않는다. 어떤 대통령이든 임기 전반기는 남이 만들어낸 국회와 어영부영 지내다 임기후반기는 자칫 자신이 만들어낸 여소야대 국회와 지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스매치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그대로 놔두면서도 선거주기를 2년으로 단축해서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절반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임기 중간에 나머지 절반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르는 방안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꼭 절반으로 나누지 않아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지역구의원을 대선과 동시에 뽑고 비례대표의원은 임기중간에 뽑는 방안도 괜찮다. 이렇게 선거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선거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대통령과 여야정당의 국민민감성과 반응성, 충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국가인 미국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절반총선과 1/3총선을 제도화함으로써 선거주기를 2년으로 단축했다. (필자)
국회생각만 하면 분통이 터진다는 사람들이 절대다수다. 말만 무성할 뿐 지금까지 본격적인 개혁입법은 단 하나도 국회를 통과한 게 없다. 검찰개혁법, 국정원개혁법, 재벌개혁법, 부자증세법 등 어떤 개혁입법도 통과되지 못했다. 반면 그 사이에 국회는 무기명투표의 보호막 속에서 김이수 헌재소장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권성동, 염동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회특활비도 어영부영 존치시키려다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대폭 축소하는 선에서 끝냈다. 물론 국회는 대통령개헌안마저도 무산시켰다.

아직도 2020년 4월 총선까지 1년 반 넘게 남았다. 현재의 국회는 촛불 이전에 구성돼 촛불이후 민심과 동떨어져 있지만 국회와 민심의 괴리를 조기 해소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의회제정부라면 대통령이 일찍이 의회해산권을 행사해서 총선을 실시함으로써 민심과 국회의 간극을 해소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제정부에서는 대통령과 의회가 모두 헌법상 임기를 갖고 있어서 대통령이나 의회가 아무리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계속해도 임기종료시점까지는 국민이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지 국회개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돼왔다. 첫째는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국회의석을 최대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나누자는 이른바 연동형 선거제개편논의다. 현행 소선거구제 기반 승자독식대표제도는 2위이하의 후보들에게 준 모든 표를 사표로 만든다. 이는 주권자의 관점에서는 더없이 부당한 선거제도다. 설령 투표를 했더라도 국회의석으로 대표되지 못한 유권자는 선거권을 박탈당한 주권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거대양당제아래 소선거구제와 상대다수득표제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선거제도를 바꾸기란 개헌보다 더 어렵다. 정당득표율 연동 의석배분제도가 아무리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더라도 거대양당에 불리한 탓에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양대 정당의 기득권을 누르고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선거제도개혁을 이뤄내려면 촛불혁명에 버금가는 시민압력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리인이나 대표자의 선출방식과 임기와 보수 등 근무조건은 주인이 직접 정해줘야 맞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그렇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선거제도를 국회의원이 직접 정할 경우 국회의원=원내정당=양대정당 편향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들은 연동형 선거제도 전환에 목을 매지만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미온적이다. 촛불혁명이 문제 삼은 대의민주주의의 실패와 한계는 선거제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정치개혁의 출발점은 민심그대로 연동형 국회구성이다.
국회개혁논의의 두 번째 흐름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문제 삼으며 특권을 축소하자고 주장한다. 국회의원 특권치기에 관한 논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제한, 과다한 보수와 보좌관 축소에 집중돼왔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일부 제한을 가할 수는 있어도 성격상 전부 없앨 수는 없다. 국회의원의 보수와 보좌관 수도 일부 축소할 수는 있어도 크게 줄일 수는 없다.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특권은 국회의원 규모다.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자면서 정수를 줄이자는 논의는 말이 안 된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정수확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주로 주장돼왔다. 못지않게,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만 국회의원의 권력을 줄이면서 국회의 권한행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국회개혁의 출발점이 국회를 최대한 민심그대로 구성하는 데 있다면 국회개혁의 종착점은 국회를 최대한 민심그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국회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는 최대한 민심을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어내고 그 국회가 임기 내내 민심을 섬기도록 만들어내는 데 있다. 국회가 임기 내내 민심밀착형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임기=선거주기를 지금의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최선이다.

국회의원 임기나 선거주기 단축은 작금의 국회개혁논의가 완전히 간과한 부분이다. 과연 국회의원의 4년 임기 또는 4년 주기 전면선거는 철칙인가? 국회의원의 임기를 지금의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2년마다 전면총선을 치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아가서 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그대로 두고 2년마다 국회의원 절반을 선출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국회의원의 임기를 2년으로 줄여도 국회의 권한은 그대로지만 국회의원이 보장받는 권력총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국민의 심판을 2년마다 받아야하므로 국회의원의 민심충실성과 민감성, 반응성은 현저하게 늘어난다. 4년 중임 대통령제아래서 대통령과 여당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와 심판을 받게 된다. 야당, 특히 군소정당들은 2년마다 도전기회를 가져서 좋다. 한마디로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정당은 선거와 민심을 보다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선거비용은 두 배가 된다.

임기를 4년으로 그냥 둔 채 국회의원 절반씩을 2년마다 선출함으로써 심판주기를 단축해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 정권과 여당의 입장에서는 중간심판이 제도화되고 야당의 입장에서는 도전 기회가 늘어나며 주권자의 입장에선 국회의 민심괴리를 중간에 해소할 수 있다. 2년마다 국회의원선거가 있어도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라 국회의원도 4년마다 한번만 출마하고 유권자 개개인도 4년마다 한번만 투표권을 행사한다. 당연히 선거비용도 더 들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이런 변화를 반길 리 없다. 2년마다 국민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계속 국민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정권과 여당도 반길 리 없다. 정권과 여당의 입장에서는 중간심판의 제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은 2년 만에 의회권력을 탈환할 기회를 갖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반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년마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 제2야당이나 군소정당은 2년마다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임기단축=선거주기단축을 안 반길 이유가 없다.

물론 2년으로 임기를 단축하면 선거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이면 국회의원이 임기 내내 선거운동만 할지도 모른다. 임기 2년으로는 중장기적 국익을 추구하는 지도자형 국회의원보다는 대중의 변덕스런 요구를 쫓아가기에 급급한 인기영합 국회의원를 양산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이기보다는 임기를 4년으로 둔 채 2년마다 절반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 다만 이 경우 임기 중 국민소환제도는 필수다.

요컨대, 주권자의 관점에서는 2년마다 대의권력에 대한 선거=심판기회를 갖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민심을 더 살필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의권력이 민심을 보다 충실히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국회의원 선거주기를 2년으로 줄이면 국민은 2년마다 절반의 국회의원과 소속정당을 심판할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대통령에 대해서도 중간심판을 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민심과 국회의 괴리도 지금처럼 4년마다 해소하는 대신 2년마다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제국가인 미국과 아르헨티나가 바로 2년 주기 선거를 제도화한 나라들이다. 대통령제국가의 원조 미국에선 연방과 주 모두에서 임기와 상관없이 선거주기가 2년이다. 연방하원의원과 45개주의 하원의원, 12개주의 상원의원은 임기가 2년이라 선거주기도 2년이다. 5개주의 하원의원과 38개주의 상원의원은 임기가 4년이라 2년마다 절반씩 선출한다. 임기 6년의 연방상원의원은 2년마다 1/3씩 선출한다. 미국 다음으로 오랜 대통령제국가인 아르헨티나도 1994년 개헌으로 의원임기와 상관없이 선거주기를 2년으로 단축해서 임기 6년의 연방상원의원은 2년마다 1/3씩, 임기 4년의 연방하원의원은 2년마다 1/2씩 선출한다.

아르헨티나에선 1994년 개헌당시, 개헌에 따라 구성될 첫 국회에 한해서 회기 첫날에 추첨으로 하원의원의 절반은 4년 임기, 나머지 절반은 2년 임기를 부여한다고 정했다. 그래야만 그 후부터는 모든 하원의원에게 4년 임기를 주면서도 2년마다 절반총선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총선주기를 2년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비슷한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헌 후 첫 비례대표당선자에 한해서 2년 임기를 주는 것으로 정하면 된다. 그리하면 매2년마다 한번은 지역구의원만 뽑고 다른 한번은 정당투표로 비례대표의원만 뽑는 방식으로 선거주기를 큰 저항 없이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매2년마다 지역구의원선거와 비례대표의원선거를 번갈아 치르게 되면 대통령제의 정상적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 20대국회에서 개헌을 하건 21대국회에서 개헌을 하건 4년 중임대통령제 개헌을 한다고 전제할 때 선거주기 단축개헌을 동시에 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선거는 22년부터 매4년마다(26년, 30년, 34년 등) 치르게 되는 반면 국회의원선거는 20년부터 매4년마다(24년, 28년, 32년 등) 치르게 돼 대통령은 국회의원선거를 어김없이 임기중간에 직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를 전임대통령의 주도로 구성된 남의 국회와 일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주도로 국회를 구성해서 일할 수 있다. 이때 문제는 자신의 국회가 정권심판성격의 중간총선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불리한 구성이 되기 쉽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임기 중의 중간총선이 근본적으로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가 대통령임기와 국회임기가 만나는 2008년에 어떻게든 4년 중임제 원 포인트 개헌을 성사시키고자 노력했던 배경이다.

노무현 개헌구상의 합리적 핵심은 총선시점을 대통령선거시점과 일치시킴으로써 대통령에게 여대야소 국회를 만들어낼 기회를 줘야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정권심판성격의 중간선거를 아예 없애려 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도한 욕심이었다. 대통령제를 하는 이상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도 필요하지만 대통령에 대한 중간선거 역시 못지않게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국회의원 동시선거와 국민에게 필요한 국회의원 중간선거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안이 2년 주기 절반총선제도다. 처음부터 제왕적대통령제를 경계했던 미국대통령제는 물론 1994년 개헌으로 제왕적대통령제에서 벗어나려한 아르헨티나대통령제가 2년 주기 절반총선제를 채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년 주기 절반총선은 4년 주기 동시총선처럼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4년 주기 중간총선처럼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의회의 권한에 대해서도 중립적이다. 다만 2년 주기 절반총선은 대통령의 정부와 여야정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 기회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국민주권을 강화한다. 국회의원의 절반이 딱 한번만 2년 임기를 감내해준다면 국민의 관점에서 이걸 안 할 이유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총선주기의 2년 단축이 국민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바람직해도 현실정치에서 이런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 내가 접촉해본 국회의원들은 거의 모두가 부정적이었다. 진보성향으로 소문난 국회의원들도 그랬다. 국회의원들이 찬성할 리 없는 비현실적 구상이라고 일축했다. 강력한 스피커를 가진 본인들이 나서면 달라질 수 있는데도 그러는 걸 보면 본인들부터 쉽게 찬성하기 어려운 듯했다.

임기단축 없는 총선주기 단축이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에 더 부합하더라도 지금 당장 국회의원과 정당이 스스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향후 압도적인 여론을 조직해서 국회의원과 정당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때만이 임기단축 없는 선거주기 단축을 이뤄낼 수 있다. 선거주기 단축은 국회의원의 절반에 대해 딱 한번 2년 임기를 강제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개헌사항이다. 만약 국민개헌발의권이 있다면 당장 국민개헌발의권을 행사해도 무방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결론적으로 국회개혁은 연동형 선거제도 채택과 국회의원 정수확대, 선거주기 단축을 한 축으로 삼고 국민의 개헌발의권과 입법발안권, 그리고 국회의원 소환권을 다른 한축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의미의 국회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이자 1단계 촛불개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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