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4건에 350억 자산가, 그리고 궁중족발 세입자

검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7년 구형...재판부 선고는 6일

"남들이 제게 그럽디다. 왜 거기서 더럽게 (버티고) 그러느냐고. 다른 데 가서 장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런데 나가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기에... 버티지 않으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기에 끝까지 거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틀 간 진행된 재판에서 시종 무표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 씨는 증언대에 선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내 오열했다. 한 번 터진 울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방청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재판정에는 궁중족발 사태에 연대해온 시민단체 회원들이 다수 참여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5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궁중족발 사장 김모 씨의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4일에 이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재판이었다. 김 씨는 지난 6월7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길가에서 건물주 이 씨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 궁중족발 가게. ⓒ프레시안(허환주)

궁중족발 사장의 눈물 "돈이 있었다면 누군들 이렇게 버티겠나"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인 궁중족발 사장 김모 씨가 증언대에 앉았다. 시종 침착하게 질문에 답하던 그는 "왜 손가락이 절단될 때까지 그렇게 버텼느냐"는 질문에 무너졌다. 앞서 김 씨는 강제집행에 저항하며 자기 식당에서 버티다 용역들에 의해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절단됐다.

김 씨는 "그 공간(궁중족발)이 없으면, 우리 식구들은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건물주는 보증금 3000만 원 가지고 다른 데 가서 장사하라고 하는데, 달랑 보증금만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김 씨는 "들어가는 가게의 권리금도 줘야하고, 시설도 다시 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가 진짜 돈이 없다. 돈이 진짜 없어서...(울음) 돈이 진짜 없어서 이렇게 됐다. 돈이 있었으면 누군들 이렇게 버티고 싶겠나"라고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씨는 여전히 장사를 하고 싶다고 오열했다.

"내가 돈이 많으면, 그 건물에 다시 세를 들어가든지, 건물을 사든지 해서 궁중족발을 되찾을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법도 없다. 나는 정말 장사하고 싶고 노동하고 싶다. (울음) 그 노동을 하고 싶어서 그동안 버텼다. 결국엔 3~4평 되는 내 일하는 공간에서 쫓겨났지만, 그 공간에서 나는 여전히 노동을 하고 싶다. 하지만 거기서 쫓겨났는데, 어떻게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나."

김 씨는 자신의 자포자기 심정도 토로했다. 김 씨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궁중족발은 건물주에게 완벽하게 졌다. 게임으로 치면 건물주가 100% 이긴 게임"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궁중족발 사장 아내 "법이 우리를 보호 못하니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궁중족발 사장 김 씨와 같이 장사를 해온 아내 윤모 씨는 이날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년 동안 분쟁을 겪으면서도 자신들이 가게에서 나갈 수 없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 씨는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계속 가게를 비우지 않았던 이유를 두고 "우리가 평생 모은 재산이 궁중족발 가게 하나"라며 "그래서 그냥 나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2009년 궁중족발 가게에 들어올 때, 이전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 3000만 원을 지급했다. 당시 슈퍼마켓이었던 곳인지라 전기, 수도, 가스 등을 다 직접 설치해야 했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2014년에 3500만 원 빚을 내 가게 리모델링을 했다. 그렇게 해도 1년 순이익이 28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서촌이 뜨면서 겨우 장사가 잘 되려던 찰라, 새 건물주가 들어오면서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윤 씨는 "법원이 건물주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것은 건물주가 올바르고 정당해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법률적으로 법이 형평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그런 법이 내린 판결문은 너무도 과도하게 건물주에게 권한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법에서도 우리를 보호해줄 수 없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렇기에 계속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제도 때문에 자기네 같은 피해 세입자들이 존재하게 되고, 계속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윤 씨는 청와대 앞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강제집행 당시 손가락이 부분절단된 궁중족발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정용택 감독

건물주 "건물 잔금 치르기 전부터 세입자 내보낼 생각"

건물주는 나가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정 증인으로 나선 건물주 이모 씨는 애초 궁중족발 사장을 내보낼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건물 계약을 하고 잔금을 치르는 기간에 그 부지에 대해 연구해봤는데, 이 건물을 개축하든가 아니면 새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잔금을 치르기 전부터 세입자를 내보낼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밝혔다.

이후 건물주 이 씨는 궁중족발 사장에게 건물 개보수 이후, 들어오려면 기존 보증금의 세배인 1억 원, 그리고 월세도 세 배인 1000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이 "월세를 3배 이상 올리는 조건이면 사실상 나가라는 이야기였느냐"고 묻자 이 씨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궁중족발이 있던 건물의 다른 세입자들도 모두 쫓겨났다. 궁중족발에 따르면 재입점 조건으로 월세를 세 배 이상 내도록 종용했고, 이를 수긍하기 어려웠던 세입자들은 계약만료와 함께 건물을 떠났다.

건물주는 궁중족발을 비롯해 14건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2017년 공시지가로 350억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7년 구형

검찰은 이날 궁중족발 사장 김 씨에게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상당기간 사회와 격리해 재범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궁중족발 사장이 저지른 범행에 부합하는 선고만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합류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궁중족발 사장이 저지른 범죄에 주목해줄 것을 배심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범행 배경보다는 직접적인 범죄행위가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의 선고는 6일 오후에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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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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