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 시험 운행 무산, 미국 '입김' 작용한 듯

통일부 "48시간 규정은 논점 아냐…예전과 달리 지금은 제재 국면"

남북이 철도 공동 조사의 일환으로 서울역에서 신의주까지 열차 운행을 계획했지만 예정된 일자에 시행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반대가 그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북은 최근 진행 중인 남북 철도 협력 사업과 관련해 지난 23일 6량의 열차를 서울역에서 출발시켜 북측 신의주까지 운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운행 방식은 서울역에서 출발할 때는 6량의 객화차를 남측 기관차에 연결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북측 지역에서는 북측 기관차를 연결해 6량의 객화차를 신의주까지 운행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유엔사는 '사전 통보 시한 위반'을 이유로 군사분계선 통과를 불허했다.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인원과 물자에 대한 승인권은 유엔사가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29일 통일부 당국자는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열차 운행을 유엔사령부가 승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출입 계획은) 48시간 전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이 주요 논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의 열차 운행 때도 48시간 이전에 출입 계획을 내놓지 않아 유엔사가 통행을 불허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48시간 이내에도 통행 허가가 나온 적은 많았다"라고 말했다. 과거 관례적으로 허용되어온 규정을 들어 통행을 불허한 배경에 남북관계 진전을 불편하게 보는 미국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이 당국자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제재 국면이다. 물론 (철도 공동 조사가) 제재 사항은 아닌데, 남북관계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것들에 있어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열차 시험 운행 계획을 한미 간에 외교 채널로 협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한미 간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해왔다"고 답했다.

이에 이 사안이 한미 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사에서 통행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협의라는게 시간이 필요한 사안도 있고 원만히 진행되는 것도 있다"면서 철도 시험 운행이 미국 측과 원활히 합의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실제 유엔사는 이번 철도 시험 운행을 허가해달라는 정부의 요청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통행 계획은 언제, 누가 가는지 등 단순한 사항 몇 가지만 들어있는데, 유엔사는 이번 경우에 대해 추가적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의 말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대북 제재를 추가하고 압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 흐려질 것을 우려, 이번 열차 시험 운행 계획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 시험 운행 자체가 제재에 저촉되는지 여부보다는, 남한에서 북한으로 기차가 올라가는 퍼포먼스 자체가 제재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는 이번 시험 운행이 대북제재에는 저촉되지 않는다면서 계속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당국자는 미국 쪽에서 열차 시험 운행에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엔사가 통행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것(열차 시험 운행)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은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나온 결론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 부분에서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알고 있는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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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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