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힘'으로 상대 대하면 오래 못간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힘으로 굴복? 오래 못간다

세계로 나아가는 중국의 선전공작

21~22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시진핑(习近平) 중앙 총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왕후닝(王沪宁)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全国宣传思想工作会议)를 주재했다. 이로써 문책설과 낙마설이 돌았던 왕후닝 상무위원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그리고 미중간의 무역 갈등 격화에도 시진핑 주석과 그의 중국몽(中国梦) 구상도 여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국제 정세 하에서 선전사상 공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고 전해진다.

시진핑 주석은 담화에서 첫째, 마르크스주의와 중국특색사회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둘째, 올바른 지도로서 여론을 형성하며 셋째, 민족 부흥을 이끌 신진을 육성하고 넷째, 중국특색사회주의 문화를 견지하며 우수한 전통의 창조적 발전에 노력하여 문화적 융성을 도모하고 다섯째, 중국의 스토리를 말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전파해 진실하고 입체적이며 전면적인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구축, 국가의 소프트 파워와 문화 영향력을 제고하는 것이 사명이라 밝혔다.

특히 다섯째 사명의 경우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 선전 공작의 역량 제고와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그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 중화문화 영향력을 부단하게 제고하고,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과 중국 공산당의 치국리정(治国理政), 중국 인민들이 꿈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 중국이 평화 발전과 공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하여 세계로 하여금 중국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 전국선전사상공작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CCTV 갈무리

중국은 정치, 경제적 파워를 이미 갖췄다

이와 관련 23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미국, 일본, 소말리아 출신의 세 외국 전문가를 인터뷰해 그들이 인식하고 기대하는 '중국의 스토리'와 이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참고가 가능한 의견을 실었다.

그들은 중국에게 솔직함과 투명성을, 민간의 역량과 창의성 활용을 강조했다. 중국의 성공에 대한 자부심, 소프트 파워나 국가 영향력 확대 보다는 그들이 전 세계 빈곤과 저개발 문제의 해결에 공헌하려는 진심을 부각시키라 강조하기도 했다.

확실히 중국은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국제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의 개혁개방 이후로 급속하게 경제가 성장하여 규모로 따지자면 세계 그 어느 국가도 부럽지 않는 대국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부상은 세계 각국에 강력한 매력이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반면에 미국은 경제적 문제로 한동안 주춤해 중국과 21세기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두고서 치열한 전략적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 많은 국가가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교류와 협력을 기대한다. 이것이 중국의 강력한 정치력, 경제력 덕분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중국의 물리적 파워와 경제적 유인에 끌렸다.

그러나 이는 상대의 의지가 없다면, 혹은 그 이상의 이익과 혜택을 제공할 다른 이가 나타나면 사라질 유인이다.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중국은 보다 대가가 적고 안정적인 유인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과 시행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금은 중국의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학에서는 권력을 그 성질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한다. 강력한 국가는 저항하는 상대를 강제로 굴복시킬 수도 있으며,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만들 수도 있다. 상당한 대가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와는 다르게 상대가 그에게 끌려 자발적으로 함께 하거나 따르기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보다 수준 높은, 달리 말해 대가가 적고 안정적인 권력이다. 국가의 제도, 사회, 문화 같은 무형의 매력이 다른 이를 따르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 무형의 매력을 잘 활용했던 이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담당해온 미국이다. 미국의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자산에 그를 따랐던 이도 있지만, 그가 가진 무형의 매력에 글로벌 리더로 인정했던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전과 다른 일방적, 패권적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 리더의 자산인 무형의 매력과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두고서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느 주장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래에 중국이 보이는 태도와 행동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변국에 긴장과 반감만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중국은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끼치는,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국가나 기업에 보복성 조치를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사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무고한 이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 본때를 보여준다거나 버르장머리를 가르치겠다는 식의 발언과 행동을 감추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경험이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중국이 가진 자원을 활용, 매력으로 승부하길 기대한다

중국은 시대와 글로벌 질서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방적, 패권적 사고와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러나 중국이 주변에 보여주는 행동을 살펴보면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은 자신이 만든 선이나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상대는 대화나 타협을 하는 대상이 아닌, 중국이 정한 입장과 선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존재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유무형 압박과 보복성 조치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다.

중국의 부상은 확실한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유인과 더불어 무형의 자산과 잠재적 매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필자도 그런 매력에 빠져 중국을 선택하고 배웠으며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행동은 다른 이들에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풍부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강제나 보복성 조치에, 정치적 목적과 색으로 가득한 선전에 감동하고 공감하는 사람은 없다. 잠시 굴복하거나 일정한 기간을 참아낼 뿐이다.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이들은 중국의 진정한 친구나 동반자가 될 수 없다. 이러한 관계는 유인이 사라지는 경우 관계 역시 같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중국은 다른 국가가 자연스럽게 중국을 따라올 수 있는 '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일방적 사고나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중국이 가진 풍부한 자산과 매력을 자연스레 전달하여 상대가 이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따르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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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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