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독한 여름 폭염과 열대야에 모든 사람들이 숨 막히는 고통을 받고 있다. 이것은 자연이 지금처럼 살아선 안 된다고 우리에게 엄숙하게 던진 경고이다.
10여 년 전 필자는 어느 모임에서 가로수 보호에 대해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청중 중 한 사람은 "자연이란 복원력이 있어서 인간이 나무 좀 잘라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나는 그 말에 "자연이란 결코 무한하지 않다. 그런 주장은 예전에 그나마 통용되었으나 이제부턴 급속도로 악화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임계점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마치 점차 뜨거워지는 솥 안에서 개구리가 '아직은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나 오만했고, 지나치게 게을렀다.
하지만 나도 임계점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사람들은 이제 분명하게 알고 있다. 폭염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내년, 그리고 후년은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폭염은 바로 우리네 인간이 초래한 사실이라는 점을. 나이가 웬만한 분조차 "그래도 우리는 괜찮을 것 같은데, 후손들이 참 문제지"라며 걱정한다.
참 기이하다. 책임 있는 곳에서 성찰의 소리가 없다
올여름 우리가 겪은 폭염은, 실로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하다. 보통 사람들의 이런 바닥 정서와 달리, 지금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곳에서는 성찰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이고, 직무 유기다. 여전히 성장, 개발 그리고 소비의 목소리만 들린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온난화가 지구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요 요인인 화력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 중이다. 또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가 '서울의 맨해튼이 되어야 한다'며 경전철, 도시철도 등 온통 개발과 건설로 가득한 계획을 세웠다. 이는 폭염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불행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같은 방식으로 더는 생존할 수 없다. 모든 국가기관마다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환경 친화적 정책이라는 대대적인 전환이 필수 불가결하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권이 벌인 4대강 사업은 국가에 의한 대표적인 환경파괴였다. 그로 인해 낙동강은 빈사 상태가 되고 말았다. 또 지자체마다 업무용 관사와 문화 시설을 명분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지은 빌딩은 재앙의 상징이 되었다. 불요불급한 관급 공사는 즉각 유보되거나 폐기해야 한다. 제주의 비자림로 훼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스스로 자연이 준 천혜의 터전을 망가트리면서 생명을 단축하고 있다.
후손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줘야 할 우리의 의무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처럼, 먼저 나부터 작지만 성실한 실천을 해야 한다.
우선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고, 또 소중하게 가꿔야 한다. 전기 등 에너지 사용도 가능한 한 절제해야 한다. 의외로 전기 소모가 큰 전기밥솥부터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이용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밀집형 공장식 가축 사육과 육식 위주의 과식과도 멀어져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변화하는 어려운 일이므로, 조금씩 조금씩 바꾸고 줄여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신을 살리는 길이며, 후손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줘야 하는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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