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가 직접 알려주는 '여성 범죄 꼼짝마!'

[인터뷰]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쓴 이회림 경사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회림 지음, 청림라이프 펴냄). 지구대·파출소의 순찰요원, 형사과 성범죄 수사 전담요원, 경제팀 수사관, 원스톱인권센터 피해자 지킴이,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팀 형사 등 경력 13년 차 현직 경찰이 성범죄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을 냈다.


이 책은 데이트 폭력, 바바리맨, 택배를 가장한 범죄, 몰카 범죄 등 다양한 성폭력 유형에 따른 대처법과 기본적인 호신술 및 안전 관련 정보 등을 담고 있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여성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회림 경사는 책을 쓰게 된 계기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꼽았다. 당시 "여성이라서 죽였다"는 가해자의 발언을 접한 여성들이 느끼는 충격과 공포에 대해, 이 경사 자신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밝혔듯이 그도 여섯 살 때와 스무 살 때 각각 낯선 아저씨와 남자친구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던 '어두운 기억'을 갖고 있다.


이 경사는 가해자를 맞닥뜨렸을 때 온몸이 얼어붙는 '긴장성 부동화'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후 가해자의 말에 수동적으로 따르지만 말고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벗어나려고 애쓰는 쪽이 훨씬 좋은 대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왜 이런 일이'라며 수동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해?'라며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분노하면, 반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이 경사는 여성들이 익히면 좋은 가장 기본적인 호신술로 유도의 기본 기술인 '기울이기'를 이용한 '밀당당밀(밀면 당기고 당기면 밀기)'를 추천했다. 또 별다른 훈련이 필요 없는 '깨물기'도 좋은 호신술이라고 했다. 가해자의 목덜미나 팔을 살점이 뜯어져 나갈 정도로 깨물면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인 자기 방어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소리 지르기, 팔과 다리를 이용해 마구 버둥거리기 등도 주변에 위험을 알리고 가해자를 당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라고 한다.

이 경사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용기"를 강조했다.

"원래 여성은 강하다. 웅크리고 있는 용기, 잠들어 있는 여전사의 기질, 마음속 센 언니를 찾았으면 좋겠다. 용기에는 성별이 없으니까!"

이 경사를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현직 경찰이기 때문에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면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사진은 찍지 않았다. '이회림'은 태어나서 6살 때까지 쓰던 이름으로, 지금은 필명(筆名)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 사건' 1주기 추모 현장. ⓒ프레시안(최형락)

6살, 20살축축하고 어두운 기억

▲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이회림 지음, 청림라이프 펴냄). ⓒ청림라이프
프레시안 : 책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여성이라면 꼭 한 번은 봐야 하는 실용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쓰게 됐나.

이회림 :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강남역 살인 사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이다. 같은 여성이자 현직 경찰로,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퇴근 후 조금씩 썼는데, 쓰면서 너무 괴로웠다. 강력범죄 이야기인 데다 어릴 적 경험한 나쁜 기억까지 되살리느라 힘들었다.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은 그래서 죽지 않기 위한, 살아남기 위한 대처법을 설명한 책이다.

프레시안 : 최근 경찰을 소재로 한 tvN 드라마 <라이브>(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최고의 휴먼 드라마'로 불리고 있다. 드라마 대본에 자문으로 참여했다고.

이회림 : 자문으로 참여한 여러 명의 현직 경찰 중 한 명일뿐이다.

드라마에서 한정오 순경(정유미 분)은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인데, 실제 여경 중에도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성범죄 수사를 하며 만난 피해자 중에도 자신이 겪은 일 때문에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6살 때 언니를 기다리다 낯선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20살 때는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습관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또 정체불명의 남성이 느닷없이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 출연,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미친 듯이 뛰쳐나온 일도 있다. 몇 초에 불과했지만, 몇 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때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다. 축축하고 시커멓다. '내가 왜 따라갔을까?' '내가 왜 맞고 있지?' '내 몸이 왜 안 움직이지?' 하는 생각에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나를 다시 사랑하게 되고 숨어있던 용기를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을 준비하면서다. 합기도, 태권도, 유도 등을 배우면서 6살 때부터 20살 무렵까지 따라다녔던 축축하고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책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중.

'그놈 앞, 몸이 얼어붙었다'는 당연한 일

프레시안 : 가해자를 맞닥뜨렸을 때 용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버린다.

이회림 : 수사를 하다 보면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많이 만나게 되는데, 다들 지옥 같았다고 한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그저 가해 행위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고 한다. 이 같은 반응, 즉 '긴장성 부동화'는 당연한 일이다.

몸이 얼어붙은 걸 의아해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몸과 마음이 긴장 상태면, 기회가 있어도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극한 상황이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도망갈 틈을 찾아야 한다.

"저는 화장실에서 그 남자를 보자마자 '불안'이라는 감정과 '두려움'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경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용기'는 '뇌간'의 원초적인 작용으로 인해 촉발이 되었던 것입니다. 고맙게도 저의 '뇌간'은 '얼어붙기' 방어기제보다는 '도망치기'를 선택한 것입니다."(61쪽)

프레시안 : 가해자도 사람인지라, 피해자를 위협하는 동시에 많은 생각과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동성이 아닌, 능동성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회림 : 지난해 한 여고생이 추행 직전 칼을 든 가해자의 손을 인정사정없이 깨물고 낭심을 찬 뒤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 범인까지 잡았다. 여고생은 어떤 상황에서든 용기를 끄집어낸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왜 이런 일이…'라며 수동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해?'라며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분노하면, 반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극한 상황에서 숨어있던 용기를 제대로 끄집어내려면, 일종의 촉매제가 필요하다. 촉매제는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다. 합기도나 유도와 같은 무도를 배우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등산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내 몸의 한계를 알고 조절할 수 있어야 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합기도를 배우던 첫날, '손목 빼기 기술'을 배우면서 저는 속으로 울컥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우~ 이 기술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최소한 스무 살 때 남자 친구에게 손목을 잡혀서 질질 끌려가는 일은 없었을 거잖아!'"(30쪽)

▲ 책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중.

데이트 폭력, 택배 범죄, 몰카 범죄, 그리고

프레시안 : '데이트 폭력'은 관계 안에서의 폭력이라, 참 어려운 일이다.

이회림 :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자신을 때리지는 않은데, 화가 나면 벽이나 문을 친다며 계속 만나도 되는지 물은 적이 있다. 남자친구의 폭력적인 성향이 불안하면서도 만남 여부를 묻는 것은 두 사람 간 좋았던 감정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계속 만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이 고쳐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 벽이나 문이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의 얼굴이나 몸이 될 수도 있다.

만약 20살 남자친구에게 맞았던 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용기가 없었다. '6살 때처럼 20살 때도 안 좋은 일이 생기네'라며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더라. 맞는 게 아프고 싫고 슬프다기보다는, '내가 왜 아무 것도 못하고 맞고만 있나?' 하는 자괴감이 강하게 들었다.

말도 안 되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남자친구에게 '맞고 다닌다'는 게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에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다. 경찰에 신고도 두 번이나 했었고. 그리고 나서는 남자친구와 확실하게 인연을 끊었다.

프레시안 : 최근 들어, '택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이회림 : 20대 A씨는 편의점에서 처음 본 B씨를 따라가 집을 알아낸 뒤, "택배"라며 B씨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B씨는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다. 문이 열리자 A씨는 B씨를 붙잡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B씨는 온몸으로 저항하면서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웃집 주민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A씨는 B씨의 옆구리에 뾰족한 칫솔을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협박했지만, 결국 강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방어 행위는 첫째, 편의점 안팎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 새벽이나 늦은 밤 혼자 다녀야 한다면 '안심이'와 같은 안심귀가서비스 앱을 이용한다. 셋째,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주거지 근처 '무인 택배함'을 이용한다. 넷째, 가해자를 혼자 상대하고 있더라도 발버둥 치고 소리도 지르며 '죽기 살기'로 방어한다. 성폭행 이후에 또 다른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성범죄나 폭력 등 강력범죄 전과자는 앞으로 택배 업무를 할 수 없다.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편집자)

프레시안 : 몰래카메라 때문에 이성을 못 사귀겠다고 할 정도로, '몰카 범죄' 또한 일상화되어 있다.

이회림 : SNS에 몰카 관련 특정 단어를 치면, 남녀 성관계 동영상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몰카에 대한 공포(몰카 포비아)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신임 경찰청장도 전담 대응기구를 신설하고, 몰카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해외사이트 불법 영상물 유포 행위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며, 해외 수사기관과 적극적인 공조도 약속했다. 같은 여성 입장에서 답답한 일이지만, 이미 퍼진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터넷상 각종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예방 활동 강화를 위해 민경이 협력한 '누리캅스'처럼 시민들도 '범죄 앞에선 나도 경찰이다'라는 생각으로 음란물과 폭력물을 보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여성들도 한때 '○○양 비디오'와 같은 음란물을 호기심으로 봤다. 호기심에 남녀가 따로 없다. 하지만, 호기심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 호기심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도 내 가족과 동료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불매운동하듯 음란물을 보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범죄도 줄어든다.

▲ 지난 7월 7일 열린 '혜화역 집회'. ⓒ연합뉴스

마음속 '여전사'와 '센언니'를 찾아라

프레시안 : 책에서 손목 빼기 / 밀당당밀 / 깨물기 등 호신술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회림 : 적절한 훈련을 통해 기술을 몸에 체화하면, 범인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해도 빠져나올 용기가 생긴다.

손목이 잡혔을 때 잡힌 손을 펼쳐 상대방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틈을 이용해 손목을 돌려 빼는 '손목 빼기'는 무수한 반복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지만, 유도의 기본 기술인 '기울이기'를 이용한 '밀당당밀(밀면 당기고 당기면 밀어라)'은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체화할 수 있다.

기울이기는 영어로 'breaking an opponent's balance' 또는 'unbalancing an opponent'라고 하는데, 상대방 몸의 균형을 깨트리는 기술이다. 상대방의 힘이 세면 셀수록 역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당기면, 발로 버티며 엉덩이를 뺀 채 끌려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오히려 당기는 쪽으로 확 끌려 들어가면 상대의 균형이 흐트러진다.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가족들과 연습할 수 있다.

'깨물기'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해자가 다가오면 얼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목덜미나 팔을 인정사정없이 깨물어라. '앙' 귀엽게 무는 수준이 아니라, 가해자 살점이 뜯어져 나갈 정도로 세게! 만약 깨물기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가해자를 '자극하면 안 된다'면서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고 상황을 봐서 기회를 노려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 이런 방법이 필요한 경우는 밀폐공간에 납치되어 몸이 결박된 채 갇혀있거나, 탈출구조차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때, 내가 끌려온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를 때처럼 가해자와 대치 상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는 유효하다.

그 외 대부분의 범죄 상황에서는 소리도 지르고, 발버둥도 치고, 깨물기도 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뒤에서 잡혔을 때는 손가락을 꺾거나 몸을 돌려 공격하고, 주차장이나 길에서 치한이 덮치면 가방을 휘두르거나 핸드폰을 사용해 주의를 돌려라.



프레시안
: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도 성범죄 대처법을 가르치고 싶지만, "싫어요" "손대지 마세요"라고 말하라고 알려주는 게 전부다.

이회림 : 극한 상황에서는 어른도 무서워 몸이 얼어붙는데, 아이들이 "싫어요" "손대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리 지르기가 호신술의 기본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적극적인 대처법을 가르쳐야 한다. 남녀 구별 없이 말이다.

어린이집과 초·중·고 체육 시간에 '내 몸을 지키는 법'에 대해 꼭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자기 몸의 한계도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되고.

무도장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무용처럼 몸을 꾸준히 움직이는 걸 배우는 것도 유연성·순발력·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사실, 6살 때 낯선 아저씨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일찍부터 배운 한국무용 덕분이었다.

프레시안 : 여성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회림 : 안전한 국가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촘촘한 안전망 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가정폭력처럼 집안에서도 범죄는 일어난다. 극한 상황에서도 숨어있는 용기를 꺼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신체를 꾸준히 단련하면 자신감과 함께 용기도 생긴다. 실제로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다 보면, 겁이 차츰 없어진다.

TV에서 <동물의 세계>를 보고 있던 아버지가 "어쩌면 여자들도 저 암사자처럼 남자보다 더 강할지도 몰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성들이 암사자처럼 강인한 존재인데,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그런 본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원래 여성은 강하다. 웅크리고 있는 용기, 잠들어 있는 여전사의 기질, 마음속 센 언니를 찾았으면 좋겠다. 용기에는 성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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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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