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1년 12월 당시 대선 후보 시절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건 이듬해인 2022년 9월,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이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약 4개월 후다.
기소에서 1심 판결까지는 약 2년 2개월이 걸렸지만, '조희대 코트'의 대법원은 이 사건 2심 무죄 선고 후 불과 36일 만에 판결을 뒤집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적도 없던 이재명의 '당선 무효형' 선고 가능성은 급속히 치솟았고, 2025년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사실상 '윤석열 검찰'이 수사한 거의 똑같은 사건이, 이번에는 윤석열에게 다시 반복됐다. 서울고법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에 있었던 윤석열의 발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고, 배우자인 김건희와 함께 건진법사를 만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유권자의 선택권과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형사상 소추가 중단됐다가 2025년 4월 탄핵된 후 김건희 특검에 의해 그해 12월 기소됐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법적 효과가 발생하고, 국민의힘은 약 397억 원의 선거비용 보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즉, 윤석열의 대통령 선거 당선을 몰수하는 것이다.
두 사건은 '인과응보' 스토리의 전통적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그것은 호사가들의 말일 뿐이다.
윤석열에 대한 '조희대 코트'의 이번 2심 판결은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판결에 대한 완벽한 예고편이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2025년 5월 이재명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법리를 적용했다. '조희대 코트'의 논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대통령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도록 이미 예정돼 있다.
즉,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지만 곧 '당선 무효'가 될 대통령이다. 그 이재명은 대한민국의 5000만 유권자(예비 유권자 포함)들의 동의 하에 나라의 운영을 위임받아 활동중이다. 윤석열이 만약 대통령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짓게 되면, 이 나라의 5000만 국민은 '당선 자격이 애초에 없었던' 대통령에게 5년간 나라의 운영을 맡긴 바보들이 되는 것이고, 윤석열 재임 4년간 그의 모든 통치 행위와 정책 운용은 전부 '헛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보자. 최근 정치 문화의 '무자비함' 수준에 비춰보면, 앞으로 당선될 모든 대통령들은 선거 과정에서 한 발언들 때문에 임기 후에 '당선 무효' 형을 받아들 각오를 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대통령들은 임기 후 '당선 무효'의 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모든 '범죄'는 사후 처벌이라는 점에서 이 논리는 '농담'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선거의 경우에서 '범죄'란 게 누군가의 재산을 불법적으로 강탈해 사적으로 누리거나, 다른 이의 신체를 불법적으로 훼손하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우리는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다른 곳에 있다. 윤석열에 대한 '조희대 코트'의 판결에서 법원이 휘두르는 '권력'의 크기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가 한 말의 의미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해석해,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당선 무효'(때에 따라선 '후보 출마 제한')로 180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법원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후보자의 발언이 처벌받을 수 있는가'하는 문제와 별개의 문제다. 근본적인 질문은 과연 그러한 발언에 대한 처벌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당선까지 무효화할 만큼 중대한 것인가, 그러한 판단을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은 법관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해야 한다.
법원이 '사법의 독립성'을 외친다고 해서 독립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건 아니다. 지금 '조희대 코트'는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재명 선거법 재판에서 의도가 뻔히 보이는 재판 일정 조정을 통해 교묘하게 유력 대선 주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 윤석열 선거법 재판을 통해 앞선 결정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스스로 자아내고 있다.
지금 사법부, '조희대 코트'는 정치권을 향해 '힘자랑'을 하는 것으로 '사법부 독립'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불법적인 권력 행사만이 아니다. 합법적인 권한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권력 행사도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헌법은 국가기관에 권한을 부여하지만, 그 권한을 매 순간 최대치로 행사하라고 명하지 않는다. 권력 분립의 핵심은 각 국가기관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헌법적 가치와 권한을 존중하며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헌법적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다.(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정치적 파장을 유념하지 않고 전직 대통령들에게 '사후 당선 무효형'을 남발하게 된다면, 앞으로 선거는 당선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법정에서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다.
'조희대 코트'가 기어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사법 정치'를 제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것도 한 방법이다. 의견, 평가, 기억에 관한 진술과 객관적 사실에 관한 고의적 허위진술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하고, 단순한 허위 발언과 선거의 근본적 공정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를 구분해 제재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사건 배당, 심리 일정 등 재판 진행을 투명하게 하는 방안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사안의 근본 원인 중 가장 주요한 건 '정치의 사법화'다.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한 건 정치인 본인들이다. '조희대 코트'를 비난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본인들이 법원을 도구화해 스스로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뼈에 사무치게 새기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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