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행정기관이나 복지시설을 찾아오는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생활하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치매환자 증가 등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지원을 넘어 주민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촘촘한 복지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대구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한마음순회봉사와 치매안심마트 프로그램은 이러한 지역 밀착형 복지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나는 봉사단이 지역 곳곳을 찾아가 의료와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하나는 치매환자가 실제 생활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통해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난 5일 중구 동막교회에서는 2026년 마지막 한마음순회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를 끝으로 중구가 올해 계획했던 순회 일정도 모두 마무리됐다.
한마음순회봉사는 주민들이 다양한 봉사와 서비스를 가까운 생활권역에서 받을 수 있도록 직접 찾아가는 사업으로, 올해는 지난 6월 11일 서문교회를 시작으로 삼덕교회(6월 25일), 남산종합사회복지관(9월 17일), 성지교회(10월 8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10월 15일)에 이어 동막교회까지 총 6개 지역을 순회했다.
현장에서는 한방진료와 물리치료, 이·미용서비스 등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총 24개 봉사단이 참여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별도의 기관을 찾아갈 필요 없이 생활권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건강관리와 생활편의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지역사회가 직접 찾아오는 봉사활동 자체가 복지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
올해는 한마음순회봉사 30주년을 맞아 지난 9월 17일 기념행사도 개최됐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봉사활동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지역사회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중구는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능력 유지와 사회참여를 돕기 위한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중구치매안심센터(센터장 황석선)는 지난 5일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치매안심마트에서 경증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장보기 체험 프로그램 '오늘은 장 보는 날'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미션으로 제시된 물품 한 종류를 찾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선택한 뒤 가격을 확인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해 결제까지 체험했다.
평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장보기지만 경증치매환자에게는 물건을 선택하고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이 인지기능을 자극하는 중요한 생활훈련이 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물품 선택과 가격 확인, 구매 결정 등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통해 의사결정 및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향상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한 실제 지역사회 공간에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교류를 확대하고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치매환자를 단순히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치매환자가 자신이 살아온 지역에서 가족, 이웃과 함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료적 지원뿐 아니라 장보기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한마음순회봉사가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생활 현장으로 가져가는 사업이라면, 치매안심마트는 주민이 일상생활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방향성을 갖는다.
결국 지역 복지의 핵심은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제공했느냐에만 있지 않다.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도움을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한마음순회봉사는 30년의 역사를 이어온 만큼 단순한 순회 봉사활동을 넘어 현장에서 확인된 주민들의 복지 수요를 지속적인 지원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치매안심마트 역시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프로그램과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일상생활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치매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을 발굴하는 등 지역 내 복지기관과의 연계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한마음순회봉사와 관련해 "올 한 해 지역 곳곳을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도록 촘촘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황석선 중구치매안심센터장은 "치매환자들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최대한 유지하고 향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며, "치매 친화 환경을 조성해 치매환자가 살던 곳에서 가족,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구는 2027년에도 한마음순회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며, 치매환자를 위한 다양한 일상생활 지원 프로그램도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지역 곳곳을 찾아가는 봉사와 일상 속 자립을 돕는 치매 지원. 사업의 형태는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주민이 살아가는 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고, 누구나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엄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복지가 행정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넘어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생활 밀착형 복지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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