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변호사 선임하라" 트럼프 부패 정조준…"'레임덕' 아닌 '미친개' 될라"우려도

암호화폐 수익·러 연계 장남 결혼식 비용 등 조사될 듯…공화당 책임 전가 1순위 헤그세스 관측

3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일가 및 행정부에 대한 부패 조사가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다수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큰 외교 정책 및 행정명령을 통해 예측불가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부패 의혹을 포함해 행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민주당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3일 트럼프 정부를 향해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간결한 경고가 담긴 성명을 냈다. 그는 4일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미국인을 착취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휘발유값, 식품값, 집세를 감당할 수 없다"며 "부패 척결이 노동자 가정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가르시아 의원은 4일 자신의 경고가 주로 "부패에 가담해" 사리사욕을 채운 백악관 관계자들을 겨냥한 거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범죄적 가족들이 우리 조사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하원 감독위와 법사위원회가 조사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력한 법사위원장 후보인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의원도 "법치를 파괴하고 국민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조직적 부패 행태를 신속히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수익, 주식 거래, 국세청 조사 면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이 지난해 최소 14억달러(약 1조8800억원) 수익을 올렸고 이해충돌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일가 암호화폐 업체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의회 조사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이 회사 지분을 아랍에미리트(UAE) 연계 투자 회사가 대량 매입했는데, 4달 뒤 일부 국가 안보 당국자들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아랍에미리트가 고가 컴퓨터칩 수출을 계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우선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올해 수십만 달러 규모 자신의 결혼식 피로연 비용을 러 크렘린(러 대통령궁)과 연관된 러시아 사업가에 부담하도록 허용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트럼프 일가 부패에 대한 불만이 드러나며 이러한 조사는 더욱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AP 유권자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약 절반이 이번 투표에서 정부 부패를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유권자의 약 70%가 의회의 대통령 견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로 차기 하원 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는 4일 "하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소유한 자회사처럼 기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다만 민주당이 부패 조사 칼날을 겨눌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협력보다 격렬하게 대립하는 길을 택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내부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 CNN 방송에 "만일 의회가 협상에 적극적이라면 트럼프는 협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일 것"이지만 "출범하자마자 즉시 조사에만 집중한다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은 패배 책임 전가 대상을 물색 중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유력한 대상으로 꼽힌다. JD 밴스 부통령이 전쟁을 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한 가운데 이란 전쟁을 추진한 헤그세스는 손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 밴스 부통령은 선거 다음날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패한 이유는 전쟁"이라고 밝혔다.

미 CNN 방송은 참패에 경악한 공화당 의원들이 재빨리 책임을 헤그세스에 전가하고 그가 명확한 철수 전략 및 정치적 악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하도록 설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 중이라고 전했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며칠 내 국방장관 탄핵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온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CNN에 다음 주 헤그세스 탄핵 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고 여러 공화당 소식통들은 탄핵안 가결을 예상했다. 방송은 선거 패배에도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임기가 2년 남은 트럼프 대통령에 즉시 등을 돌릴 가능성은 낮지만 그러한 충성심이 헤그세스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헤그세스 교체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그는 매우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참모 중 하나는 <로이터> 통신에 헤그세스가 여전히 "해임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누군가는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게 그(트럼프)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패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재임 뒤 예측불가의 극단적 행보를 보여 온 데다 여전히 행정명령 및 해외정책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그가 순순히 식물 대통령에 머물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크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유로뉴스>는 의회 과반을 민주당에 뺏겨 국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재량권이 큰 외교 정책에 치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유럽연합(EU)이 2년간 안보, 무역, 에너지 문제 등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어 온 가운데 한 EU 외교관은 이 매체에 "지금 처한 어려움이 사라질 거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그는 '레임덕'보단 '매드독(미친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이탈리아 의원 브란도 베니페이도 "트럼프가 향후 2년간 더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유럽은 더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대한 그의 결정은 우리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헸다.

이번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이란 전쟁의 경우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대규모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상황이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 알리 바에즈 중동·북아프리카 부국장은 CNN에 "이란 전쟁은 트럼프에 정치적 부담이 됐고 그는 체면을 지키는 합의를 맺고 승리를 선언할지, 군사 공세를 강화해 주도권을 되찾을지 선택에 직면했다"며 "문제는 선거에서 진 대통령이 전장에서 명예를 회복하려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전엔 유권자 우려를 의식한 듯 이란을 즉각 공격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체로 러시아 쪽에 기운 변덕에서 벗어나 민주당 다수 의회가 지원을 강화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유로뉴스>는 다만 민주당이 여전히 상원 의사 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뛰어 넘기 위한 60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백악관과 러 행정부 간 진행되는 외교 협상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서 이민, 관세 등 논쟁적 정책을 의회를 통하지 않고 행정명령을 통해 집행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CNN은 백악관 참모들이 민주당의 양원 장악 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경향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관세 정책에 대한 저항을 표출했다. 이민 정책 부작용으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었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돌아섰고 이러한 인구가 많은 텍사스주 접경 지대를 민주당이 휩쓸었다. 무역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캐나다와 접한 메인주에서도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 수전 콜린스가 고배를 마셨다. 중국과 무역 전쟁으로 쇠고기와 콩 시장에서 타격을 입은 농촌 지역인 텍사스,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수십 년 만에 민주당 돌풍이 불었다.

따라서 공화당이 차기 대선 및 총선에서 재기를 노린다면 지난 10년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당을 운영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트럼프가 상원 선거에서 지지한 달린 그레이엄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켄 팩스턴이 택사스에서 고배를 마신 걸 감안하면 그의 정치적 후광에 기대 정치 생명 연장을 꿈꾸기도 어렵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오후 5시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상원의원 후보 26명 중 절반만 당선됐고 지지한 주지사 후보 23명 중 9명만 당선됐다고 집계했다. 하원의원 후보의 경우 지지 후보 중 약 60%가 당선돼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순종적 공화당 지도자들이 순응해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 낙선한 의원들은 남은 재임 기간 동안 더욱 노골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에서 공개적 반발 기류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4일 소셜미디어에 "상원 공화당원들은 민주당 내 극좌 사회주의 세력이 우리가 이룬 모든 성과를 무산시키려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당 의회선거위원회(DCCC)에서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 중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탈환한 걸 언급하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