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차별 NO" 한국 압박하던 美 하원 뒤집혔다...'쿠팡 과징금' 반발 해결될까

쿠팡 문제 주도했던 미 하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품으로…쿠팡, 선거 대비해 민주당에도 로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공화당이 다수당일 때 제기됐던 쿠팡 과징금 문제도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이 사안을 주도적으로 제기해 온 법사위원회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새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쿠팡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미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은 전체 하원 435석 중 과반을 훌쩍 넘는 250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 이전 공화당이 218석으로 가까스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한 압승으로 평가된다.

이에 법사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을 비롯해 인적 구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는 그간 한국 정부가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법사위는 지난 7월 1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보고서에서 법사위는 지난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전직 직원이 불만을 품고 시스템에 무단으로 접근한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사건 이후 쿠팡에 대해) '범정부적인 총공격'"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쿠팡 회원 3370만여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쿠팡 측은 이 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고 주장했고, 쿠팡 측으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아 온 의원들을 포함해 미 하원 법사위원회와 백악관에서도 한국이 쿠팡을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미국 의회와 트럼프 정부는 이 사안을 한미 관계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지난 2월 5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가 핵추진잠수함이나 농축·재처리 문제 등 안보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냐는 질문에 "쿠팡, 디지털 무역장벽, 온라인플랫폼법, 손현보 목사 등 미국 정부가 동시에 다루는 현안이 있다. 여러 소재가 핵잠, 농축·재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위 실장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미국) 의원들이 보낸 서한도 보고 의원들과 접촉해 설명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미 관계 전반에 쿠팡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배경으로 쿠팡의 로비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14일 미국 방송 <미국의 소리>는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공시된 자료를 인용해 쿠팡 측이 올해 상반기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공화당)에 2만 달러를 후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은 에이드리언 스미스·대린 러후드 의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상 공화당),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민주당)에게도 5000달러를 후원하는 등 올해 9월까지 쿠팡의 정치활동위원회(COUPAC, 쿠팩)가 18만 5000달러(한화 약 2억 5000만 원)를 후원했고 로비자금으로 362만 달러(한화 약 48억 5000만 원)를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비자 권익 옹호 단체 NGO인 '퍼블릭 시티즌'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맞서 미국 무역 정책을 무기화하려는 쿠팡의 부적절한 압박 공세'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쿠팡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쿠팡이 롭 포터 백악관 비서관, 케빈 워시 대통령 인수 위원회 경제 자문 위원 등 트럼프 1기 정부와 연관있는 인사들을 로비스트로 동원했고 발라드 파트너스 및 밀러 스트래티지스 등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로비 업체를 고용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32명의 로비스트 중 56%는 트럼프 행정부 출신 또는 선거 캠프 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로비를 통해 그동안 하원 법사위원회 및 소속 의원들이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법사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다수가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쿠팡 문제도 이전과 달라질 여지가 있다.

중앙대학교 이혜정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들이 다수당이 되면 '100일 작전'을 벌이겠다며 트럼프 정부의 비리를 추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라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정부 내 이해충돌 문제 등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면서 쿠팡 등의 사안보다 트럼프 정부에서 벌어졌던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문제 등으로 하원의 관심사가 옮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14일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100일 작전을 벌이겠다면서 "첫째, 식료품값과 기름값을 낮추고 둘째, 모든 미국인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건강보험을 만들어야 하며 셋째, 미국 국민에게 전례 없는 부패를 저지른 비리 인사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새 의회가 개회하는) 첫날부터 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지운 충남대 교수 역시 <프레시안>에 "지난 4월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고 7월 보고서를 낸 것은 모두 공화당 소속 의원들만 참여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정보 보호, 기업 규제, 반독과점 등에 우호적이므로 쿠팡 건을 균형있게 다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라며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는 "쿠팡 관련 미 의회의 목소리가 좀 더 신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쿠팡이 민주당에도 적잖은 로비를 해왔다는 점에서 의회의 다수당이 바뀌더라도 미국 측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는 쿠팡이 중간선거를 앞둔 올해 7~9월 4만 7500달러의 후원금 중 3만 2500달러를 민주당 쪽에 지출했으며, 제프리스 원내대표도 후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지운 교수는 "쿠팡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다는 선거 결과를 우려해 이미 민주당 인사를 영입하고 쿠팩을 통해 민주당 기부금을 크게 늘려 왔다는 점, 의회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쿠팡 이슈를 관세나 안보 이슈와 엮으려 한다는 것은 여전히 주시해야 할 점"이라고 짚었다.

이혜정 교수는 미국에서 쿠팡 문제를 지적하는 것보다 한국 국내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우리 내부정치다. 하원의원이든 법사위든 서한을 보내면 그대로 대응하면 되는데, 우리 내부에서 한미관계가 좋지 않은 징조라면서 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쿠팡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으로 공개된 의원들 중 이번 선거에 출마한 제이슨 스미스 세입위원장과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경우 당선이 확실하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는 등 해당 사안에 깊숙이 관여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역시 당선이 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쿠팡 캠프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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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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