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백 가지 꽃, 가을에는 달春有百花秋有月/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눈夏有涼風冬有雪/마음에 걸어놓은 일이 없다면若無閑事掛心頭/이것이 인간의 좋은 시절이라.便是人間好時節"
송나라 선승 무문혜개(無門慧開)의 게송이다. 이런 경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토록 험한 불평등과 극단의 시대에.
도피와 일탈을 꿈꾼다. 한가로움을 찾아나선다. 떠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책 속으로 파고 든다.
두 권의 책을 안내한다. 먼저 민속학자이자 작가인 판청潘城의 <강남미식가(小快朵頤)>. 몇 군데 인용만으로도 책 향기를 뚫고 나온 중국 음식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편편의 글들 또한 중화요리의 진수와 같다.
"취두부는 하룻밤 삭힌 비름줄기 끝부분과 함께 찐 다음 갓 짠 유채기름을 뿌려서 낸다. 그 은은한 냄새가 마치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하다."
"나에게 설 명절의 서막은 외할머니가 돼지고기를 다져 기름에 튀겨내는 고기완자 '스즈터우(狮子頭)'의 기막힌 향이 집안에 퍼지면서 열린다."
"샤오룽샤는 미식계의 녹림영웅이다.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멸시당하고 비난당했으며 그 시작은 볼품없었으나 결국 수억 명의 식탁을 제패했다."
"'란저우 사람들의 하루는 김이 펄펄 나는 우육면 한 그릇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란저우 사람들은 현지 국수를 '라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라(拉, 당겨 늘이다)'라는 글자에 반감이 크다."
순서와 분량 때문에 고민했다. 뒤로 배치하기가 미안한 다음 책은 아트디렉터이자 작가인 오타 가즈히코의 <일본 이자카야 유산>.
"런던의 펍, 프랑스의 카페, 독일의 호프집, 이탈리아의 바르, 미국의 스낵바, 세계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한숨 돌리기 위한 술집이 있다. 일본에서는 그곳이 바로 이자카야다."
"<이자카야 유산>을 제안하고자 한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창업 시기가 오래되었고 옛 모습 그대로의 건물일 것' '대대로 변함없이 이자카야를 이어오고 있을 것' '오래된 노포이면서도 서민들의 가게로 자리하고 있을 것'"
활자가 작아 노안으로 읽기가 불편한 점만 제외하고는 일본 술 문화, 음식 문화, 출판 문화의 자존심을 멋드러지게 드러낸 아름다운 책이다. 이 험한 시대에 이런 책을 소개하기도 미안한 일이지만 고작 몇 줄의 글로 이런 책을 소개하기 또한 미안한 일이다. 이런 책을 찾아내어 번역하고 출판해준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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