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순사건 희생 박찬길 검사 부자 '국가배상 책임' 인정

경찰 보복성 불법행위 인정…"위자료 산정해야"

▲광주지법 순천지원ⓒ프레시안(지정운 기자)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당시 '빨갱이'로 몰려 희생당한 현직 검사 부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당시 희생당한 고(故) 박찬길 검사와 그의 부친 박인서씨의 희생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7월 6일 박 검사의 차남인 박경진 목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약 4개월 만에 이번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이 직무 집행의 외형을 갖춘 채 평소의 악감정과 보복 의사에 따라 현직 검사를 살해한 보복성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일반적인 집단 희생 사건과 다른 위자료 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박 검사 부자의 희생 경위가 정부 합동조사단 등을 통해 밝혀졌음에도 국가가 유족에게 사과하거나 배상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번 사건 소송을 수행한 서동용 변호사(전 국회의원)는 여순사건 국가배상 소송에 대해 국가가 항소를 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하며,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국가배상금 지급신청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 변호사는 "경찰의 '빨갱이 사냥'에 몰려 현직 검사가 억울하게 총살 당하고 아버지마저 숨진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의미가 있다"며 "현직 검사도 이러했는데 가난하고 힘없는 일반 민간인 희생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게 죽어갔겠느냐"고 말했다.

박찬길 검사는 황해도에서 남으로 내려온 기독교 집안 출신으로, 1947년부터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차석 검사로 근무했다.

해방 직후 혼란 속에서도 법의 기준과 양심에 따라 좌익 사건을 처리해 온 박 검사는 좌익 활동가를 추적하던 중 나무꾼을 사살한 경찰관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면서 경찰과 갈등을 빚었고, 앙심을 품은 경찰은 박 검사를 '붉은 개'라는 뜻의 '적구(赤狗) 검사'라는 정보 보고를 올리며 적대감을 보였다.

1948년 여순사건이 발생하자 박 검사 부자는 반군을 피해 몸을 숨겼다가 같은 해 10월 23일 순천이 진압군에 의해 탈환됐다는 소식을 듣고 피신처에서 나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박 검사는 반군에 협조해 인민재판소 재판장을 맡았다는 혐의로 재판도 없이 순천북초등학교에서 총살당했고, 아버지 박인서씨 또한 순천경찰서로 끌려가 심한 구타를 당한 끝에 숨졌다.

이후 정부와 국회 기록 등으로 통해 경찰이 박 검사에게 제기했던 혐의는 허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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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광주전남취재본부 지정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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