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 우세 지역 유권자 명부를 뒤져 비시민 유권자 색출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선거 불복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정보공개청구 및 지역·주정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 13개 주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 기록을 요구하는 100개 이상의 소환장을 발부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비시민 투표자를 색출해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부정선거 및 결과 불복 주장을 펼칠 포석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은 소환장이 민주당 강세 지역인 미니애폴리스,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LA) 및 캘리포니아주 도시들에 많이 발부됐지만 공화당 텃밭이었으나 이번에는 경합 지역으로 분류되는 텍사스, 캔자스, 조지아주에도 발부됐다고 전했다. 요구 범위는 개별 유권자 기록부터 전체 유권자 명부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비시민 유권자 등록이 발견될 경우 중간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는 주로 주 정부가 관리하고 연방정부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며 대부분 주법은 패한 후보나 유권자들에게만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만, 이 경우 법무부가 직접 나서 당선인 인증을 막거나 지연하는 등 법적 조치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이 연방선거에 투표하는 건 불법이지만, 이러한 투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지난 7월 <로이터>는 27만5000명 이상의 비시민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는 달리, 1996년 제정된 외국인 투표를 범죄로 규정한 법률에 따라 기소된 건 129명에 불과했고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86명이 트럼프 1·2기 재임 기간인 5년 반 동안 기소됐다고 사건 기록을 근거로 설명헸다.
통신은 검찰이 이 중 어떤 사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직적 행위로 보지 않았으며 대부분 사건이 행정 오류나 선거 당국자들과의 소통 실수, 혼동에 의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비시민 투표 관련 '아니면 말고' 식의 확인되지 않은 수치로 시민들을 오도 중이다. 앞서 연방 당국자들은 네바다주 유권자 명부에서 1만6000명의 잠재적 비시민 등록자를 발견했다고 밝힌 뒤 이후 그 수치를 200명 미만으로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텍사스주 유세를 떠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취재진에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면" 수용하겠다며 불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몇몇 선거 개입 및 불복 시도 위험 사례는 수면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정부는 비시민 투표일 가능성이 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투표용지 2만장에 대한 집계 보류를 요청했다. <AP> 통신을 보면 28일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은 법무부의 이러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26일 미 제9연방항소법원이 같은 결정을 내린 뒤 이틀 만이다.
28일 데이비드 O. 카터 판사는 판결문에서 "투표가 분리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행정부가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표를 무효화하고 진행 중인 선거를 위협할 수 있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본 법원은 그러한 과정에 가담하는 걸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미 법무부는 26일 워싱턴주에도 비시민으로 의심된다며 400개 투표용지 개표를 미뤄달라는 유사한 요구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지난주 알래스카주에 이름이 비슷한 후보가 출마해 유권자 혼동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며 현직 공화당 상원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패할 경우 선거 결과 확정을 미뤄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현역 의원 이름은 댄 S. 설리번, 법무부가 문제를 제기한 후보 이름은 댄 J. 설리번 주니어다.
관련해 28일 <뉴욕타임스>는 댄 S. 설리번 의원 표 분산을 노리고 동명이인 후보를 물색한 민주당 쪽 시도가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설리번 의원과 경쟁하는 알래스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메리 펠톨라를 오래 보좌했고 선거 운동 책임자를 맡았지만 지난 8월 참모진 개편으로 해고된 엘리사 리오스를 포함해 해당 계획에 대해 참여했거나 들은 바 있는, 혹은 후보 영입이 시도됐던 12명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보도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투표용지 구성 프로젝트'로 불렸던 이 계획은 지난해 여름 시작됐고, 펠톨라 선거캠프 구성원들은 고위 선거 참모들로부터 알래스카에서 '댄 설리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최대한 많이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 봄 알래스카 작은 어촌 마을 출신 은퇴 교사 댄 J. 설리번이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알래스카는 정당별 예비선거를 거쳐 후보 1명을 내는 게 아니라 정당 구분 없이 후보들이 출마해 상위 4명이 본선에 진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는데, 양당 모두 이 절차를 악용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색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언급하며 "메리 펠톨라는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행위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댄 설리번은 투표용지에 메리 펠톨라와 가짜 댄 설리번 없이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사건이 알래스카 주법을 위반했는지, 형사 고발이나 민사 소송이 필요한지 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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