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방미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 위원장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진 의원장은 지난 28일 오후에 낸 성명에서 "대한민국 국회 국방위원장에 대한 미국의 비자 발급 거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한미동맹의 근간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는 다음달 1일부터 5일까지 하와이에 있는 미 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위해 진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방미단을 편성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진 위원장에 대한 관용(A-2)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SNS에 미 측으로부터 받은 '비자 거절 통지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진 위원장은 "미국이 국방위원장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입국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공식적인 의정활동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과거 "19대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2014년 3월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다"며 "이번 처사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미국은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서 주미대사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려 했던 정청래 국회의원에 대해 비자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고 언급하며 "전향적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미국이 아닌 진 위원장을 탓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9일자 논평에서 "대한민국 국방위원장이 동맹국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이 기막힌 현실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뒤틀린 안보관이 빚어낸 치욕적인 외교 참사"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진 위원장 성명에 대해 "적반하장식 유감"이라며 "동맹국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걸어온 과거부터 돌아보는 것이 최소한의 염치 아니냐"고 했다. "군 복무 시절 주한미군을 '남한에 진주한 점령군'으로 규정하고, 미군 철수와 북한의 지원을 통한 무장혁명을 주장한 군 내부 사조직 '의병회' 활동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1989년의 일로, 이미 1995년 사면·복권됐다. 진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21·22대까지 현재 3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반미·친북 사상을 유포했던 전력의 인물이 대한민국 국회의 국방위원장에 오른 것부터가 상식 밖의 일"이라며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했던 인물이 이제 와서 한미동맹을 운운하며 미국에 항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애틀랜타로 출국하면서 인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한미관계와 무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우리 의원들의 비자 발급이 신속히 되도록 미국 측에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말씀드리면 개별 비자의 신청 및 심사 결과 관련 내용은 미국 국내법 절차에 따라 비공개로 취급되는 사안"이라면서도 "현재 관련 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교부는 국회의원의 원활한 공무출장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미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진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통지서에 따르면 비자 신청이 완전 거부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해당 통지서에는 "영사 담당관으로부터 행정처리를 위해 거부되었다고 안내 받았다면, 해당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 상태는 계속해서 '거부'로 표시된다. 행정 처리가 완료되면 신청은 다시 심사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정부는 대사관 등을 통해 미 측에 진 의원의 비자 발급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자 발급은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발급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보다는 '관심을 가져달라'는 차원의 협조 요청 정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사안이 한미관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개별 비자 사안을 한미관계 전반과 연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며 "미 정부가 우리 국회의원의 공식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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