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산에 떨어진 도토리, 누가 가져가나...채취 현장부터 매입·유통까지 점검해야

야생동물 먹이 부족 우려...“소량 채취와 상업적 대량 수집은 달라”...산림 당국 실태 파악 필요

▲도토리ⓒ네이버

가을철 산길을 걷다 보면 나무 아래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 몇 알을 줍는 모습은 흔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반복적으로 채취하거나 대량으로 모아 판매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야생동물의 먹이 자원 감소는 물론, 산림 자원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도토리는 단순한 산열매가 아니다

다람쥐와 어치 등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먹이이며, 멧돼지 등도 도토리를 먹이로 이용한다. 특히 가을철에 확보한 먹이는 겨울을 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사람이 도토리를 대량으로 가져가면 야생동물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도토리를 줍는 행위 자체를 넘어 채취 규모와 목적, 이후 유통 과정까지 이어진다.

개인이 소량을 채취하는 경우와 판매를 목적으로 대량으로 모으는 경우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업적 채취가 반복되고 있다면 채취 현장뿐 아니라 이를 사들이는 상인과 가공업체, 유통 경로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도토리 채취, 어디까지 허용되나

산에서 도토리를 줍는 행위가 모두 불법인 것은 아니다. 채취 장소의 소유 관계와 관리 주체, 출입 및 채취 제한 여부, 관련 법령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 등에서는 자연자원의 채취가 제한될 수 있다. 사유림이라고 해도 소유자나 관리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임의로 채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도토리를 채취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실제 채취 장소와 행위의 내용, 적용되는 법령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산림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역시 관련 규정과 현장 상황을 바탕으로 적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 채취자 단속만으로 충분한가...매입·유통도 살펴야

도토리 채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에서 열매를 줍는 사람에 대한 계도와 단속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판매를 목적으로 도토리를 대량으로 채취하는 행위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면, 이를 매입하는 상인과 가공·유통업체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법 채취한 도토리가 지속적으로 거래되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채취 현장만 단속해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불법 채취 도토리가 유통되고 있는지, 관련 거래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지는지는 현장 조사와 자료 확인을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다.

산림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도토리 채취가 집중되는 시기에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상업적 목적의 대량 채취 여부와 관련 규정 위반 사례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매입·가공·유통 단계의 관리 실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작은 도토리 한 알, 야생동물에게는 생존의 문제

산에서 발견한 도토리를 모두 사람의 몫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흔한 열매일 수 있지만 야생동물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먹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토리 채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단속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시민들이 산림 생태계의 가치를 이해하고 무분별한 채취를 자제하도록 안내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상업적 목적의 대량 채취와 개인의 소량 채취를 구분해 합리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은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져가도 되는 것은 아니다. 채취 현장부터 매입·가공·유통 과정까지 관리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보고, 야생동물의 먹이 자원을 보호하려는 시민의식과 행정의 점검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도토리 한 알을 남기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 산림 자원의 이용 실태를 점검하는 일까지. 사람과 야생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산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채취 현장과 유통 과정 모두를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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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대구경북취재본부 박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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