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정작 경북 포항 죽도시장 200여 개 점포와 중앙상가 일부 점포에서 사용되지 못할 처지에 놓이면서 행정의 경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갱신 과정에서 기존 전통시장 지정 구역 밖에 있다는 이유로 일부 점포가 갱신 대상에서 제외됐다.
십수 년 전 설정된 행정상 시장 경계가 변화한 상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영업해 온 상인들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죽도시장과 불과 100여m 떨어져 사실상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중앙상가 일대와 장기간 영업해 온 도매상, 영세 좌판 상인들까지 가맹 자격을 잃을 처지에 놓이면서 매출 감소와 생계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인회는 이번 조치로 해당 점포들의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과 제재를 강화한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상권과 영업 실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거래와 상권의 연속성보다 오래된 행정구역과 전산상 경계를 우선해 가맹 자격을 제한하면 정상적으로 영업해 온 상인들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항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당장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엄격한 법과 제도적 규정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는 가맹 제외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골목형 상점가 등록과 제도 개선 건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점포 수와 공실률 등 지정 요건과 행정 절차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만으로는 상인들의 피해를 해소할 수 없다.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이를 개선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점포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을 늘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이다.
부정유통을 차단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거래를 보호하고 영세 상인의 생계를 지키는 것도 정책 집행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과제다.
정부는 실제 상권과 유통 구조를 반영해 전통시장 구역과 가맹 기준을 합리적으로 재검토하고, 제도 개선 전까지 선의의 상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포항시 역시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는 데 그치지 말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만든 제도가 정작 전통시장 상인들의 영업 기반을 위협한다면 정책의 취지와 집행 방식 모두를 되짚어봐야 한다. 행정상 경계가 현실의 상권을 외면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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