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서예 작품을 박물관에 전시했다가, 이 작품이 애국지사의 글씨가 아닌 친일파가 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인 데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며 "죄송하다", "저로서는 부끄럽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7월 기획전시에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이라고 적힌 서예 작품을 전시하며, 작품상 글쓴이가 '한인(韓人) 박원근'이라고 돼있는 것을 바탕으로 애국지사 박원근 선생(1912~1950) 글씨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글씨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이명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5만 원에 이 글씨를 구입했으며, 박물관에 제출한 보험평가액은 30만 원으로 기재했다.
유 관장은 이 글씨에 대해 감정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질의에 "저 자신이 서예사 전공자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확신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개인이 확신한 것으로 아무 감정평가도 없이 전시를 하느냐"고 질타했다.
유 관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에 작품을 내놓으면서 제 소장품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은 혹시 저 개인의 자랑이 될까봐 안 했던 것"이라며 "이게 박중양의 작품으로 밝혀지고 난 다음에는 솔직히 한 명의 미술사가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지나갔다가, 이 자리에서 설명드리려 했는데 언론에 먼저 보도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큰 과오를 교훈으로 삼아 우리 박물관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유 관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유 관장 배우자가 박물관에 조선시대 유물인 석호상(돌 호랑이 조각상) 2점을 익명으로 기증한 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유 관장은 "굳이 소장자는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기증의 대가를 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것도 없고 명예라면 명예겠다. 기증을 했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현했다는 것이지 아무 보상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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