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어획량 감소, 기후위기라는 ‘삼중고’ 속에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연안 어업인들을 돕기 위해 투입되는 국가 재정이 불법 유통 범죄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공연한 해상 불법 유통과 기름 빼돌리기(도유)로 인해 수천억 원대의 조세 탈루와 유통 질서 교란이 자행되고 있지만, 단속 당국의 온정주의적 처벌과 감시 사각지대 탓에 범죄는 뿌리 뽑히기는커녕 해마다 대형화·조직화되는 실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시·고창군)이 해양경찰청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해상에서 적발된 면세유·무자료 석유류 불법 유통 및 급유선 도유 규모가 총 1억 9917만 리터, 적발 금액으로는 1,7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 혈세가 지원되는 어업용 면세유의 불법 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경에 적발된 해상 면세유 불법 유통은 총 121건, 적발 인원은 126명이었다. 불법 유통된 면세유는 55만 4,649리터(약 5억 3,700만 원 상당)에 이른다.
연도별 적발 건수는 2021년 30건, 2022년 32건에서 2023년(6건), 2024년(5건), 2025년(6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2026년 들어 8월까지만 벌써 42건이 적발되며 다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속 이후의 처벌은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된 126명 중 구속된 인원은 단 ‘0명’에 불과했다. 처리가 완료된 97명 전원이 불구속 송치되는 데 그쳤다. 어업용 면세유를 해상 작업에 쓰지 않고 육상 주유소나 브로커에게 불법 전매·유통하는 파렴치 범죄임에도 사법당국과 해경의 '솜방망이 처벌'이 상습적 불법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금계산서 없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무자료 석유류’ 불법 유통의 폐해는 더욱 치명적이다. 같은 기간 무자료 석유류 적발은 65건, 적발 인원은 172명(구속 7명, 불구속 143명)으로, 유통량은 무려 1억 9,803만 리터, 적발 금액은 1,741억 2,4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들어 무자료 석유류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6년 8월 기준 적발 실적은 24건, 검거 인원 53명, 적발 금액 782억 4,700만 원(9,765만 리터)에 달한다. 이는 앞선 5년간(2021~2025년) 적발된 전체 금액(약 958억 원)의 81.6%에 달하는 규모가 올해 단 8개월 만에 터져 나온 셈이다.
외항선이나 유조선에 급유하는 과정에서 계량기를 조작하거나 호스 잔유를 빼돌리는 ‘급유선 도유’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총 42개 업체·개인이 적발됐으며, 밀수 적발량은 58만 6,505리터(시가 7억 6,390만 원 상당)에 달했다. 2022년, 2024년, 2025년 등 매년 10만 리터 이상의 해상 유류가 밀수출입 형태로 빼돌려져 암시장에 유통됐다.
윤준병 의원은 “국민 혈세로 지원되는 어업용 면세유가 불법 유통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검은돈으로 전락하고, 총 1,754억 원에 달하는 불법 무자료 석유와 도유 기름이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통계로 명백히 입증됐다”며 “어업용 면세유 불법 유통으로 126명이 적발되는 동안 구속자가 단 1명도 없었다는 것은 사법당국과 해경의 안일한 법 집행을 방증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선박유를 빼돌려 불법 유통하는 거래가 올 한 해에만 780억 원대를 넘어서며 기업형 사기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해경의 해상 단속, 관세청의 급유선 입출항 관리, 국세청의 세금계산서 추적, 해양수산부의 어선 관리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계되는 범부처 합동 단속 체계를 즉각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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