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검증 실패한 ‘배움의 공동체’, 왜 과거로 퇴행하는가? [독자칼럼]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국가교육위원회 국민여론 조정·수렴 전문위원회 위원)

전북교육청이 ‘배움의 공동체’ 연수를 다시 꺼내 들었다.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반가움이 아니라 짙은 기시감과 의문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미 실패하고 끝난 구시대적 실험을 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부활시키려 하는가.

2010년대 혁신학교 확산기 당시, 전북의 수많은 교실이 ‘배움의 공동체’를 겪었다. 책상은 ㄷ자로 돌아갔고, 아이들은 4인 모둠으로 묶였으며, 교사들은 보여주기식 공개수업과 형식적인 협의회에 동원됐다. 그 시절을 통과한 교사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철학과 내실은 사라지고 오직 ‘그럴싸해 보이는 형식’만 남았던 교실을, 성장이 아닌 평가의 자리가 되었던 협의회를 말이다. 묻고 싶다. 지난 10년의 실패한 실험이 도대체 전북 교육에 무엇을 남겼는가.

‘배움의 공동체’는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기초학력 보장에 기여했다는 객관적·체계적 근거가 전무하다. 교육감은 취임 일성으로 ‘기초학력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효과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과거의 모델에 교육청의 소중한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이유부터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시대적 흐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과별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깊이 있는 학습’이다. 무엇을, 어떤 깊이로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지금 교실의 당면 과제다. 전북 교육이 최근 IB와 ‘개념기반 탐구학습’에 주목하며 교사들의 단원 설계 및 평가 역량을 쌓아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배움의 공동체’에는 교육과정을 정밀하게 설계할 도구도, 배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체계도 없다. 무엇을 가르칠지 내용은 비워둔 채, 오직 ‘수업 방식’이라는 포장지만 바꾸는 모델이다. 이미 축적해 온 개념기반 탐구학습과 이 실패한 모델을 이중으로 현장에 들이미는 것은 심각한 정책적 모순이자 교사의 인력 낭비다. 교육청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방향의 연수가 동시 가동되는 유령 같은 상황을 보며, 현장 교사들은 전북 수업혁신의 진짜 방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이 정책은 교실의 참담한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교육청은 초등 저학년 학급당 20명 기준을 치적으로 자랑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몰린 개발지구(자연초·화정초·효천초·군산금빛초 등)는 예외다. 27명이 빽빽하게 들어찬 ‘콩나물 교실’에서 책상만 ㄷ자로 돌린다고 교사 한 명이 아이들의 배움을 모두 살필 수 있는가. 이는 내실보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중하겠다는 기만에 불과하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

교무실의 현실은 더 처참하다. 수업을 연구하고 준비해야 할 교사들은 여전히 쏟아지는 행정 공문에 치여 숨 쉴 시간조차 없다. 업무 표준 분장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교육청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여건은 바꾸지 않은 채 또다시 교사 개인의 희생과 수업 방식의 변화만 강요하는 것은 교육 개혁의 책임을 교사 어깨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구호일 뿐이다.

평가와 반성 없는 부활은 정책의 발전이 아니라 무능한 퇴행이다. 전북교육청은 ‘배움의 공동체’ 연수의 목적과 근거, 그리고 과거 혁신학교 시기의 실패에 대한 평가 결과부터 현장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리고 개념기반 탐구학습의 흐름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보여주기식 수업으로 회귀할 것인지 확실히 답하라.

교사에게 수업을 바꾸라고 다그치기 전에,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공문 업무를 경감하여 ‘수업할 시간’부터 먼저 돌려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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