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여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설임대주택 계약 해지·취소가 31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88.4%는 임대보증금 잔금까지 납부한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한 별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처리에 최장 646일이 걸린 사례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경기 용인병)이 12일 공개한 LH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LH 건설임대주택에서 발생한 임차인의 입주 전·후 자진해지·취소는 총 31만419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5만3095건, 2022년 4만9862건, 2023년 6만1732건, 2024년 6만458건, 지난해 5만5959건, 올해 8월까지 3만3090건이다. 매년 5만건 안팎의 계약 해지·취소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전체 해지·취소 가운데 임대보증금 잔금 납부 이후 발생한 사례는 27만8002건으로 전체의 88.4%를 차지했다. 계약 초기 단계가 아닌 잔금 납부 이후에도 상당수 임차인이 입주를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LH는 계약 해지·취소 건수만 집계할 뿐, 구체적인 해지 사유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하자와 입주 여건, 임대조건, 개인 사정 등 계약 포기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계약자의 해지로 발생한 공가를 대상으로 예비입주자를 다시 모집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4-2생활권 M2BL 행복주택과 의왕고천 A-1BL 행복주택 등에서도 기존 계약자의 해지 등으로 발생한 공가·미계약 세대에 대한 예비입주자 모집이 진행됐다.
계약 해지 처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문제도 드러났다. 연도별 최장 처리기간은 2021년 454일, 2022년 253일, 2023년 646일, 2024년 533일, 지난해 476일, 올해 8월까지 193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한 건의 계약 해지를 처리하는 데 약 1년 9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계약 해지 처리에 30일 이상 걸린 사례는 2021년 162건에서 2022년 202건, 2023년 240건, 2024년 216건, 지난해 36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2021년보다 약 2.2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LH는 입주 전 자진해지의 경우 계약해지 신청일이 곧 퇴거일로 처리돼 입주 후 자진해지와 달리 사전 통보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처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례는 입주자 사망에 따른 상속인 확인이나 상속인 간 협의 지연 등 개별 사정으로 처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부 의원은 “31만건이 넘는 계약해지 가운데 10건 중 9건이 잔금까지 낸 뒤 입주 문턱에서 돌아섰는데도 LH는 이유조차 모르고, 해지 처리에는 최장 1년 9개월까지 걸렸다”며 “LH는 공급 숫자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계약 포기 원인부터 해지 과정까지 꼼꼼히 분석해 임차인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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