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의 '한국인 로비스트'가 말하는 '미국 정치의 작동 방식'

[최재천의 책갈피] <액세스> 우정엽 글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유니언 스테이션 옆 어느 평범한 사무실 건물의 문패다.

"NETWORK Lobby for Catholic Social Justice."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녀들이다. 수도원은 아니다. "수녀들은 법안 문구를 검토하고, 의원실 미팅을 잡고, 청문회 증언을 준비한다. 보건, 의료, 빈곤, 복지, 이민, 생태 의제를 들고 의회 복도를 누빈다.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고, 표결 전날에는 찬반 의원 수를 계산한다.

그 사무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K스트리트의 로비 회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은 양복 대신 수녀복을 입고 있다는 점뿐이다."

2007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언했다.

"기업 로비스트가 워싱턴 의제를 정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바마는 취임 첫날 '전직 로비스트의 행정부 임용을 제한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퇴임한 공직자의 로비 활동을 5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오바마의 2년 제한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기간을 늘렸다. 트럼프가 펜을 들고 선언했다. "이제 워싱턴은 국민의 것입니다." 그럼에도 변한 건 없다.

워싱턴D.C에서 로비 업무를 담당했던 우정엽 선생의 책 <액세스>다. 부제도 소개해야 한다. '워싱턴은 로비로 움직인다.' 한국 사회에서는 워싱턴의 로비를 심각하게 곡해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한국 사회가 로비를 경험해 온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쿠팡을 둘러싼 대미 로비 논란이다. 전자는 모든 로비를 불법으로 보게 만들고, 후자는 로비를 돈으로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기술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로비는 돈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맥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패도 아니다. 그렇다면 순수한 참여권이냐. 그것도 아니다. "합법과 회색지대, 청원권과 접근권, 제도와 관계가 뒤엉킨 미국 정치의 작동 방식"일 뿐이다.

그렇다면 '국익'을 위해 해부와 접근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비난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던 시대는 지났다. 책을 읽다 되려 놀란 점은 미국의 로비나 한국의 대관이 전혀 다르지 않다라는 점.

"한국에 로비와 유사한 활동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많은 기업이 정책실, 전략실, 대외협력실, 연구원 같은 이름으로 대관(對官)조직을 운영한다." 도리어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여러 정치적 투명성을 꾀하는 법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제점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액세스> 우정엽 글 ⓒ수연사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