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의 항소 기회를 잃게 하는 등 변호사의 중대한 불성실 변론에도 과태료 100만원에 그치는 등 변호사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경기 부천을)이 8일 공개한 참여연대의 변호사 징계 사례에 따르면, 올해 3월 한 변호사는 항소기간을 넘겨 의뢰인의 항소 기회를 잃게 했지만 과태료 1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행정심판 청구기간을 넘겨 의뢰인의 행정심판 기회를 잃게 한 변호사 역시 과태료 100만원에 그쳤다.
올해 1월에는 수임 사건에서 반박서면이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최종 변론기일에도 불참한 변호사에게 과태료 200만원이 내려졌다. 사건을 맡은 뒤 별다른 이유 없이 전혀 진행하지 않고 착수금도 돌려주지 않은 변호사는 과태료 300만원을 받았다.
변호사 징계 전반에서도 경징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징계위원회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변협이 내린 징계 결정은 모두 875건이다.
이 가운데 과태료가 65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견책 122건, 정직 84건, 제명 15건 순이었다. 영구제명은 한 건도 없었다. 견책과 과태료를 합친 경징계가 전체의 88.7%를 차지했다.
과태료 처분 역시 낮은 금액에 집중됐다. 전체 과태료 654건 가운데 500만원 이하가 529건으로 80.9%에 달했다. 견책 122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징계 결정의 74.4%인 651건이 견책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였다.
특히 의뢰인의 권리와 직접 관련된 성실의무 위반에서도 낮은 징계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는 102건으로, 과태료가 60건, 견책이 14건 등 72.5%가 경징계였다. 정직은 19건, 제명은 9건이었다.
이전 징계 사례에서도 소송기한을 지키지 않아 의뢰인의 권리를 잃게 한 변호사들이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장 제출기한을 넘겨 사건이 종결됐는데도 과태료 100만원에 그치거나, 위자료 소송에서 답변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 의뢰인이 무변론 패소했지만 과태료 100만원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법원의 보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상고장이 각하됐는데도 견책에 그친 사례와 항소기간을 넘겨 의뢰인의 항소 기회를 잃게 하고도 견책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수임료를 받고 수년간 사건을 접수하지 않아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변호사에게는 과태료 700만원이 내려졌다.
의뢰인 자금이나 공탁금을 임의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공탁금 일부를 횡령한 변호사는 과태료 200만원, 공탁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반환을 미룬 변호사는 과태료 1000만원을 받았다. 담보공탁금을 보관하다 임의로 소비한 변호사에게도 정직이 아닌 과태료 2000만원이 내려졌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행위에도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녹취록을 편집·조작해 재판부에 제출한 변호사는 과태료 300만원, 위증을 교사한 변호사는 과태료 500만원,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변호사는 과태료 1000만원을 받았다.
앞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맡은 권경애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의뢰인을 패소하게 한 사실이 2023년 알려지면서 변호사의 불성실 변론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진 바 있다.
김기표 의원은 “권경애 사건은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이 의뢰인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그런데도 소송기한을 넘겨 항소·행정심판 기회를 잃게 한 유사한 사례에서 과태료 100만원에 그치는 솜방망이 징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뢰인이 입은 피해와 변호사의 책임에 비해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며 “대한변협과 법무부는 중대한 성실의무 위반을 비롯해 변호사 징계 기준 전반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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