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 제시된 지반보강 방식과 다른 공법이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1공구 실시설계에 반영됐지만, 서울시가 별다른 지적 없이 설계를 적격 판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명일동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사에서 지반보강 공법이 변경된 경위와 서울시의 설계 안전성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8일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경기 용인병)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시공사는 터널 굴착에 앞서 지반을 보강하는 강관보강 공법으로 ‘동시주입 방식’을 실시설계에 반영했다.
동시주입 방식은 여러 구간에 보강재를 동시에 주입해 시공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구간별 주입 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추가 보강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명일동과 같은 연약한 지반에서는 지반 특성을 고려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해당 공사에 대한 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는 ‘다단주입 방식’을 제시했다. 다단주입은 보강재를 구간별·단계별로 나눠 주입한 뒤 각 단계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보강할 수 있어 연약하거나 불균질한 지반에 상대적으로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공사가 제출한 실시설계에는 당초 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 제시된 다단주입 방식이 아닌 동시주입 방식이 반영됐다.
서울시는 해당 실시설계에 84점을 부여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실시설계 적격심의 과정에서도 두 공법의 차이와 이에 따른 지반보강 성능 및 안전성에 대한 별도의 지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에서는 강관보강 상태의 차이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 의원실이 확보한 사고 현장 사진에는 일부 강관이 토압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진 모습이 담겼다. 반면 유사한 다른 사고 현장에서는 강관이 토압에 저항하면서 휘어진 상태로 남아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발주청인 서울시의 설계 안전성 검토가 적절했는지도 쟁점이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62조 제18항은 발주청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설계의 안전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서울특별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조례 시행규칙' 제25조에 따르면 특정 전문분야의 결함이 중대해 설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작성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설계를 부적격으로 판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 제시된 공법이 실시설계 단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경된 경위와 함께 서울시가 적격심의 과정에서 공법 변경에 따른 지반보강 성능과 안전성 영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 의원은 “사고 전 지하안전영향평가에서 해당 지반에 적합한 다단주입 방식이 제시됐는데도 실제 실시설계에서는 동시주입 방식으로 바뀌었고, 서울시는 이를 그대로 적격 승인했다”며 “발주청인 서울시가 공법 변경 사실과 그에 따른 안전성 차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면 명백한 관리·감독 부실이고, 알고도 승인했다면 이번 명일동 땅꺼짐 사고는 서울시가 초래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