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항생제 내성균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발생 신고가 5년 만에 8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신고와 집단 역학조사도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항생제의 적정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에서는 요양병원이 빠져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을)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CRE 발생 신고는 2020년 1488건에서 지난해 1만2045건으로 8.1배 증가했다.
CRE 감염과 관련한 사망 신고 역시 같은 기간 8건에서 242건으로 늘었다. 집단 역학조사 건수도 2건에서 166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확인되는 내성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K. pneumoniae 기준 CRE 관련 내성률은 요양병원이 52.3%로 중소병원 17.4%, 종합병원 5.7%보다 크게 높았다.
감시체계와 검체 구성 등이 달라 의료기관별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요양병원 자체의 내성률이 2019년 15.8%에서 2024년 52.3%까지 상승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항생제 사용량 역시 요양병원에서는 다른 의료기관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료를 합산한 결과 요양병원의 항생제 사용량은 2020년 대비 지난해 32.3%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의원의 항생제 사용량이 각각 전년보다 3.0%, 6.0%, 15.0%, 11.4% 감소했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오히려 4.1% 증가했다.
항생제 사용량 증가만으로 부적절한 처방이나 내성균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성균 발생이 급증하고 항생제 사용량까지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의료기관별 사용 현황과 처방의 적정성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현재의 항생제 관리체계가 이 같은 요양병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의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프로그램(ASP)은 전문관리팀이 항생제의 선택과 투여기간, 용량 등을 점검하고 처방 중재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시범사업은 300병상 초과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90곳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요양병원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질병청은 감염전문의와 약사 등 전문인력을 갖춘 대형병원부터 우선 적용한 뒤 2030년 전후 병원급과 요양병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요양병원의 내성균 문제가 이미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2030년 전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요양병원의 특성에 맞는 관리체계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은 고령·만성질환자 등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장기간 머무는 특성상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대형병원과 동일한 방식의 관리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오히려 요양병원의 현실에 맞는 별도의 관리모형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있다. 질병청은 올해 ‘CRE 감소전략 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 47곳 가운데 요양병원 33곳을 대상으로 감염관리 점검과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사업을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와 연계해 선도병원과 요양병원 간 협력, 전문가 컨설팅과 순회지원, 제한항생제 처방 중재 등을 포함한 ‘요양병원형 ASP’ 시범사업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요양병원의 항생제 관리가 전문인력 부족을 이유로 계속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진에게 기관별 항생제 사용현황을 제공하고, 사용량이 많은 기관에 대해서는 처방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보다 촘촘한 현장 관리도 필요하다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요양병원에서 내성균 발생 신고와 항생제 사용량이 함께 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치료는 보장하면서도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의 항생제 관리 지원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기존 CRE 감소전략 사업과 연계해 전문가 컨설팅과 순회지원 등 요양병원 여건에 맞는 관리모형을 조기에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해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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