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LA 파괴하게 냅둬라"? 트럼프 발언에 美 서부 분노…CNN "횡설수설이 더 문제"

이란 전쟁으로 유가 오르자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설명하다가 논란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 민주당 강세 지역을 괴멸시킬수도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쟁 이후 높아진 유가와 관련, 이란이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 도시를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주장하다가 나온 발언인데, 하필 민주당이 강세인 도시들을 거론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비판이 커졌다.

6일(이하 현지시간) <LA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중간)선거 유세에서 이란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괴멸시킬수도 있다고 언급했다"라며 "이는 지나가는 말로 한 표현일 수 있으나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정치) 지도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네브레스카주에 방문해 "전쟁 때문에 발생하는 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조금 비싸긴 하다"라며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건 작은 대가에 불과하다. 그들이 도시 하나를 괴멸시킬 수도 있다. 그들이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를 괴멸시키게 두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본인이 이란과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기름값이 오르긴 했지만, 이걸 아끼자고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 같은 대도시가 이란의 타격을 받도록 방치할 것이냐는 반문으로 읽힌다.

뉴스 및 소셜 미디어에 공개된 정보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비영리 웹사이트 '팩트체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전쟁이 일어남으로써 이란이 미국 도시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유가 상승은 이에 비하면 작은 희생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말하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이트는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이란과 전쟁으로 미국에 오는 위협을 없앨 수 있다면 유가 상승은 감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 상승에 대해 "그들이 핵을 갖게 내버려 두는 것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일이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는 걸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이 핵으로 공격하게 내버려 두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수많은 도시를 두고 굳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의도 여부를 떠나 해당 지역에서 반발은 커지고 있다.

차기 민주당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해병대를 보내 캘리포니아를 장악하려 했던 트럼프가 이제는 해외의 적이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를 '괴멸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라며 "그는 제정신이 아니며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토드 글로리아 샌디에이고 시장은 "샌디에이고는 부수적 피해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며, 결코 '작은 대가'로 치러질 존재도 아니다. 당신의 무모한 전쟁 관련 발언에서 우리 도시를 빼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를 두고 6일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X' 계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는 핵무장한 이란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미국 도시들이 위협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웹사이트 팩트체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기 며칠 전인 2월 24일, 트럼프는 국정연설에서 이란이 머지않아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란이 개발할 위협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라고 밝혔다.

<LA타임스> 역시 "트럼프의 발언이 구체적인 정보에 근거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이란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로부터 백악관 출입금지 조치를 받은 미국 방송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의 잘못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생명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그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에 있다"라고 꼬집었다.

방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에 반대하는 주에는 재난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으며, 민주당 지지 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며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이 반발하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일 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선거 이야기, 이란에서의 완전한 승리 염원, 높은 유가('휘발유 가격'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에 대한 이야기를 오가며 횡설수설했다"라면서 "이란이 공격을 가하는 상황을 언급할 때는 문장 구성을 매우 부적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지난주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내놓은 답변 중 일부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라며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말해왔다. 그는 자신의 두서없는 독백을 의도적인 전략인 양 포장했지만 이런 화법은 갈수록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네브레스카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끝내고 춤을 추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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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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