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9월 1일 오전 7시18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A씨를 남편인 B씨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경찰에 긴급신고했으나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졌다. 현장에는 B씨의 어린 딸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수차례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을 받은 상태였고 신변 노출을 막기 위해 거주지까지 옮겼다. 문제는 이혼소송 서류였다. 이 서류가 남편에게 송달되는 과정에서 새 거주지 주소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현행 민사소송법과 민사소송규칙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소송관계인이 소송 서류를 신청하는 경우, 주소·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을 포함한 제3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피해자 본인의 신청을 전제로 한다. 피해자가 제도의 존재와 신청 방법을 알지 못하면, 보호조치를 신청할 기회 자체를 갖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고위험 가사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주소 비공개 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의 실제 거주지를 노출하지 않고도 재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송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소 비공개 제도 고지를 의무화하고, 신청 기반의 상시 안전망을 열어두되 고위험 사건의 경우에는 주소 차단을 제도의 기본값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고위험 가사사건의 경우 변호사 사무실, 법률구조기관, 법원이 지정한 송달전용 주소 또는 안전한 전자송달함을 송달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하고, 피해자가 직접 서류를 받기 어려운 경우 변호사 또는 지정기관이 송달영수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 내 상당수 주는 가정폭력·스토킹 등 사안에서 주소 비공개 또는 기밀유지 주소를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주는 법원의 적극적 안내·서식 지원, 직권 개입 가능성, 그리고 중립 대리인을 통한 안전한 송달절차를 체계적으로 결합하고 있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사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법원이 위험을 인지하면 직권으로 주소 비공개 명령을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소 비공개가 허가되면 법원서기관이나 중립적 제3자를 송달대리인으로 지정하여, 상대방에게는 대리인 주소만 고지하고 실제 거주지는 철저히 차단한다.
또한 대리인은 접수된 서류를 안전한 방법으로 비공개 당사자에게 전달하여, 송달의 적법성과 신변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완결된 사법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참극을 두고 "신청주의 보호체계가 안은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비극”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개별 제도 보완을 넘어 ‘피해자가 알아야 보호받는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하는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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