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담배’ 이야기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우리글을 세로쓰기로 하였다. 대학에 다닐 때까지 웬만한 고전은 모두 세로쓰기로 되어 있어서 읽기에 쉽지 않았다. 그래도 세로쓰기에 익숙했던 우리는 삼○당문고에서 나온 소책자를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글씨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 것이 많았다. 한자어(한문)를 우문(右文)이라고 하는 이유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간다는 뜻이다. 5학년 즈음의 일이다. 작은 형과 명성황후 생가(필자의 고향이고, 당시에는 민 씨 후손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서 담배를 팔았다.)를 지나는데, ‘ᄇᆡ담’이라고 쓴 작은 입간판을 보고 형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저것이 무슨 뜻일까? ‘비담’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있는가?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담배’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긴 기간이 필요했다.

의외로 담배가 우리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담배가 어느 나라 말이냐고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이 “우리말 아냐? 뭐 그런 걸 다 물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지금은 우리말(외래어)이지만 그 유래는 제법 멀리서 왔다. 오늘은 담배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담배’는 콜럼버스(Columbus)가 1492년 산살바도르로 추정되는 섬(지금 모두가 아메리카라고 하는 곳)에 갔을 때 원주민들이 피우던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유럽에 전파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그것을 ‘tabag’라고 하였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tabaco’라고 하였다. 일설에 의하면 1558년 스페인 왕 필리프 2세가 원산지에서 종자를 가져와 관상용과 약용으로 재배하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고도 한다(조항범, <우리말 어원 이야기>).

그것이 다시 일본에 전래 되었고, 17세기에 조선에 전래되었다고 전한다. 북경을 왕래하던 상인들에 의해 전해졌다고 하여 ‘서초(西草)’라고도 하며, 한편으로는 일본으로부터 전래됐다고 하여 ‘남초(南草)’ 혹은 ‘왜초(倭草)’라고도 하였다. <동언고략 東言考略(정조년간)>에는 ‘담바 : 담바(南草)’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유씨물명고 柳氏物名考(순조 24년)>에는 ‘담ᄇᆡ : 담ᄇᆡ(南草)’라고 나타나 있고, <물보 物譜(이가환 편찬 18세기)>에는 ‘담파귀 : 담파귀(煙草)’라고 기록되어 있고,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 1614>에는 ‘담파고(淡婆姑)’로 나타나 있다(서정범, <시국어어원사전>참조). 담파고란 말은 “남만국(南蠻國)의 담바고라는 여인이 담환(痰患)을 앓다가 이 풀을 여러 해 복용한 뒤 나았다”는 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발음이 다양한 것은 그것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이고, 가차문자라는 말이다. 이것은 대부분이 일본어 ‘tabako’를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옛 글에는 ‘담바구 타령’이라는 것이 있다.

담바구야 담바구야 동래울산 담바구야

금을 주랴 나왔느냐 옥을 주랴 나왔느냐

금도옥도 없고없어 담바구씨를 가지고 왔네

<중략>

담배한대를 담어놓고 담배한대를 피웠더니

목도녕안에 실안개돈다 또한대를 붙여무니

청룡황룡이 꿈트러지네

이렇게 담배를 피면 청룡황룡이 꿈틀거리듯이 정신이 몽롱해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담배는 이름이 참 많다. 심심초, 과부초, 상사초, 망우초 등과 같이 피우는 사람의 모습이나 생각과 상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연가들은 “식후불연이면 삼분즉사(食後不煙 三分卽死 : 밥 먹고 삼분 이내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즉사한다)”고 하며 끽연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고, 지금은 애연가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아, 옛날이여!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