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가 드러낸 ‘기후와 인프라의 충돌’

한반도 극한호우 시대, 도시 인프라도 다시 짠다

기후변화로 짧고 강한 극한강수 위험 확대…기존 도시 방재시설 대응 한계

지자체, 하수관로·배수펌프장 넘어 저류시설·대심도 터널 등 예방형 인프라 확충

개별 시설 확충보다 ‘유입→저장→이동→배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도시 방재체계 중요

지하 인프라 확대될수록 구조물의 장기 성능과 제조단계 품질관리 중요성도 커져

지난 8월 26일 네팔·중국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은 기후변화 시대에 사회기반시설이 마주하게 될 새로운 위험을 보여줬다.

네팔 재난관리청은 31일 네팔 내 홍수 사망자가 최소 939명으로 늘었다고 밝혔지만, 실종자는 3925명(외국인 592명)으로 기존 집계보다 320여명 줄여서 수정했다.

ⓒ태명실업

실종자 중 일부의 사망이 확인됐는지 여부 등 실종자 수가 하향 수정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집계한 시짱(티베트)자치구 지역 사망자 16명, 실종자 546명(외국인 261명)과 합치면 이번 홍수 전체 사망자는 최소 955명, 실종자는 4471명으로 나타났다.

빙하와 암반이 붕괴하면서 쏟아진 얼음·바위·토사가 산악 하천을 따라 거대한 급류로 변했고 마을뿐 아니라 도로와 교량, 발전시설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광범위하게 파괴했다.

이번 재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빙하와 기반암의 대규모 붕괴로 파악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고산지역의 빙하가 후퇴하고 영구동토층이 약화되면서 산악지형 자체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난의 충격은 자연환경에만 머물지 않았다.

급류는 도로와 교량, 수력발전시설, 통신망 등 지역사회의 기능을 유지하는 기반시설까지 동시에 타격했다.

기후조건과 자연재난의 양상이 달라진다면 이를 견뎌야 하는 사회기반시설의 기준 역시 과거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반도의 비도 달라졌다…‘얼마나 많이’보다 ‘얼마나 짧게 집중되느냐’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8월 17일 경남 거제에서는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쏟아져 1972년 기상관측 시작 이후 1시간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통영에서도 같은 날 시간당 97.4㎜의 비가 내려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단순히 비가 많이 내리는 데 있지 않다.

하루나 며칠 동안 내릴 비가 몇 시간 또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 빗물받이와 하수관로, 배수펌프장 등 기존 방재시설의 처리능력을 단시간에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시침수 대응도 ‘물을 얼마나 빨리 빼낼 것인가’에서 갑작스럽게 유입되는 많은 물을 도시 전체가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이동시키고,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예방형 방재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추진하는 한편 빗물펌프장 신·증설, 하수관로 정비 등 지역별 배수능력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인천 역시 집중호우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해 기존 배수체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우수저류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간석동에는 약 2만4800톤, 석남지역에는 약 3만8000톤 규모의 저류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노후 하수관로에 대한 단계적인 정비도 추진하고 있다.

부산도 재해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배수펌프장과 우수저류시설 등 방재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AI를 활용해 하수관로의 균열과 누수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스마트 안전관리 방식까지 도입하고 있다.

도시 방재가 단순한 시설 증설에서 벗어나 시설 확충과 노후시설 정비, 실시간 감시, 예방적 유지관리까지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 방재, 개별 시설보다 ‘상호 유기적 시스템’이 중요

극한기후 시대에는 특정 방재시설 하나를 확충하는 것만으로 도시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빗물받이와 하수관로가 물을 받아들이고, 배수펌프장이 이를 이동시키며, 단시간에 처리하기 어려운 물은 저류시설이 일시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이후 하천이나 대심도 배수시설 등을 통해 안전하게 배출하는 과정까지 끊김 없이 연결돼야 한다.

여기에 강우량과 하천 수위, 하수관로 상태, 지하차도 침수 위험 등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관리시스템이 결합될수록 도시 전체의 재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각의 시설을 얼마나 많이 구축했느냐보다 극한기후 상황에서 각 시설이 제 기능을 수행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부산산업 종속회사 태명실업의 관계자는 1일 “기후변화 시대에는 하수관로, 배수펌프장, 저류시설, 하천, 대심도 배수시설 등을 각각 독립된 시설로 보기보다 도시 전체의 방재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빗물이 유입되고 저장되고 이동해 최종적으로 배출되는 전 과정이 끊김 없이 작동해야 실제 도시의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 인프라 확대될수록 구조물 제조단계 품질관리도 중요

방재 시스템의 연결성과 함께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각 시설을 구성하는 구조물 자체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비롯해 철도터널, 지하도로, 전력구 등 도시 지하 인프라는 완공 이후 토압과 수압, 반복하중 등 다양한 외부환경에 장기간 노출된다.

특히 지하구조물은 완공 이후 접근이나 교체, 대규모 보수가 쉽지 않아 설계와 시공뿐 아니라 구조물을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요구되는 성능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은 공장에서 부재를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강도뿐 아니라 설계조건에 맞는 치수와 형상, 접합부, 제품 간 균일성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제조역량이 요구된다.

㈜태명실업은 터널 세그먼트, 콘크리트침목, 건축 PC 등 철도·터널·건축 인프라에 적용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재료와 배합 관리부터 타설, 양생, 검사, 출하에 이르는 제조 전 과정에서 품질관리 경험을 축적해왔으며, 부산산업은 본체의 레미콘 사업과 태명실업의 프리캐스트 제조역량을 통해 현장 공급형 콘크리트와 공장 제작형 인프라 구조물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태명실업 관계자는 “대심도 터널이나 철도·지하 인프라는 완공 이후 구조물을 쉽게 교체하거나 보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단계에서부터 요구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프리캐스트 구조물은 각각의 부재가 현장에서 하나의 구조체로 연결되는 만큼 강도뿐 아니라 치수 정밀도와 형상, 접합부 품질, 제품 간 균일성까지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도시 인프라에 요구되는 안전성과 장기 내구성 기준이 높아질수록 구조물 제조기업 역시 단순한 생산량보다 얼마나 안정적인 품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태명실업도 터널 세그먼트와 콘크리트침목, 건축 PC 등 주요 제품의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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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강원취재본부 전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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