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학자가 기록한 '암투병' 아내의 마지막 5개월 '영원으로 비상하다'

▲<영원으로 비상하다> 책표지 ⓒ바이북스

39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 어느 날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

최영 목사의 <영원으로 비상하다-Cancer Pilgrim 아내라는 텍스트>는 그의 아내 장경자씨가 2025년 말 암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5월 삶의 마지막을 맞기까지 곁에서 써내려간 5개월의 기록이다. 바이북스, 270쪽, 2만2000원.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내의 병세와 치료 과정, 서로에게 건넨 말과 기도, 평범했던 일상을 붙잡으려 했던 두 사람의 시간이 책에 담겼다.

처음 저자의 아내는 십이지장암 4기로, 이후 조직 검사에서는 췌장암 4기로 진단됐다. 항암 뒤 구토와 통증이 이어지고 복수와 부종, 폐렴까지 겹쳤다. 체중은 34.4㎏까지 줄었다.

저자는 검사 수치와 약, 식사량을 적고 그 아래 기도를 덧붙인다. 무엇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먹으라"고 재촉하다가도 그 말조차 아내에게는 견디기 힘든 압박이 될 수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 모습도 보인다.

유독 눈길이 오래 머물었던 장면은 안부를 묻는 아들에게 아내가 나직하게 "엄마 지금 <눈물 꽃 소년>을 읽고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참 힘들고 고단하게 살아온 삶을 적어두었구나"라고 하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데도 다른 사람의 고단한 삶을 읽고 마음을 내어주는 모습이고 길지 않는 대목이지만 아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긴 설명보다 또렷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그 곁에서 저자도 변한다. 강의실에서는 부활과 소망을 설명해왔지만 병실에서는 미음 한 술, 뉴케어 반 캔, 손을 잡아 주는 일이 신학이 된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라는 아내의 물음 앞에서는 준비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함께 운다. 저자가 책에서 이 시간을 '아내라는 텍스트'를 읽는 과정이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내는 2026년 5월 4일 새벽 마지막 깊은 숨을 내쉰다. 이후 저자는 투병 기간 동안 써내려간 기록을 다시 펼쳐 읽으며 아내의 마지막을 '부활'이라고 받아들인다.

<영원으로 비상하다>는 평생 신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온 저자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아픔과 죽음을 마주하면서 자신이 믿어온 신앙과 사랑을 다시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 속에는 먹지 못하는 아내를 걱정하고 작은 호전에 안도하고 다시 나빠진 병세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곁을 지키는 일상 사이에 아내를 살려달라는 기도가 빠지지 않아 인상 깊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거나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몇몇 대목에서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할 듯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신학의 언어보다 병실에서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최영 목사는 <칼 바르트의 신학이해> <목회자의 눈으로 읽는 칼빈의 기독교강요> <개혁교회 신학연구> 등을 저술한 바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하늘

전북취재본부 김하늘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