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다시 한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동안 세종의 가장 큰 과제는 행정수도 완성이었다.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하고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논의가 이어지면서 세종은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행정중심도시로 성장해 왔다.
이제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
행정수도가 완성된 뒤 세종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행정수도 특별법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국회나 대통령실의 기능이 세종으로 더 많이 이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의미는 대한민국의 정책과 정보, 인재와 기업의 의사결정 기능이 세종에 더 강하게 집적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기능이 모이는 곳에서 성장한다. 서울에 수많은 기업과 전문서비스업이 몰려 있는 이유도 단순히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정부, 금융, 본사, 대학, 연구기관, 법률과 회계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종도 마찬가지다. 행정수도 지위가 제도적으로 확립되면 세종은 더 이상 '정부청사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국가의 주요 정책이 결정되고 실행되는 도시로 변화한다. 그 순간부터 산업경제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업 유치다.
정부 정책과 규제, 공공조달, 인증, 연구개발 사업과 밀접한 기업일수록 정부와 가까이 있어야 할 이유가 커진다. 대기업의 대관 업무와 정책 기능, 공공사업 부서, 연구소, 협회와 단체, 법률·회계·컨설팅 기업들이 세종을 새로운 업무거점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유치의 논리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산업단지와 보조금, 부지 공급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정책과 가장 가까운 도시'라는 점 자체가 세종의 가장 강력한 투자유치 자산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기회는 지식서비스 산업이다.
행정수도에는 법률, 회계, 세무, 특허, 정책연구, 경영컨설팅, 인증, 데이터 분석과 공공조달 등 다양한 전문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이러한 산업은 넓은 공장 부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고학력·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세종의 도시구조와 매우 잘 맞는다.
세종이 울산이나 구미의 제조업 모델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지식과 정보, 정책을 산업화하는 것이 세종만의 제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산업은 GovTech다.
GovTech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진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산업이다. 행정 AI, 민원 자동화, 정책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디지털 신원, 공공 클라우드, 스마트 업무시스템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세종에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거대한 초기시장이 존재한다. 정부기관이 문제를 제시하고 세종의 스타트업과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며, 세종에서 실증한 뒤 전국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를 만든다면 세종은 국내 최고의 GovTech 산업도시가 될 수 있다.
최근 세종에 나타나는 삼성전기의 대규모 투자,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논의 역시 행정수도와 별개의 사건으로 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하나의 산업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행정수도에서 공공데이터와 정책 수요가 나오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이 성장하며, 다시 AI 반도체와 첨단 부품 수요가 늘어나고, 이를 삼성전기와 관련 소부장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에 세종의 스마트시티를 실증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행정수도와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가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결합될 수 있다. 이것이 세종이 다른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상권 문제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회와 대통령실, 중앙기관의 기능이 확대되면 공무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임직원, 언론인, 연구원, 변호사, 협회 관계자와 국내외 방문객 등 업무 목적의 유동 인구가 늘어난다.
이를 나성동과 어진동 등 중심 상권의 비즈니스·MICE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 호텔, 회의시설, 공유오피스, 전문서비스, 문화와 외식산업을 집적한다면 행정수도 완성이 상권 회복과 서비스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별법 제정 이후의 대응이다.
행정수도특별법이 통과된다고 산업이 자동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세종시는 특별법과 동시에 「행정수도 산업경제 발전 종합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국가 AI·GovTech 클러스터, 삼성전기 연계 AI 반도체·소부장 산업, 공공데이터와 AI 데이터센터 허브, 지식서비스 산업특구, MICE·비즈니스 서비스지구, 국가산단 첨단산업화와 충청권 초광역 산업벨트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행정수도특별법을 부동산이나 기관 이전의 문제로만 바라본다면 세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무를 수 있다. 행정수도 완성의 진정한 가치는 정부기관이 더 많이 들어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정책과 정보, 기업과 인재가 세종으로 모이고, 그것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세종의 첫 번째 성공이 행정수도를 만드는 일이었다면 이제 두 번째 성공은 행정수도를 활용해 산업수도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행정수도의 완성이 세종의 끝이 아니라, 산업경제 도약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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