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울산대 의과대학은 지역 의료인력 확보와 의료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역에 부속병원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졌다. 6년 과정 가운데 울산에서 진행된 것은 예과 1학년 교양수업뿐이었고 나머지 5년은 서울 위탁이었다.
남은 것은 '무늬만 지방의대'라는 오명이었고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거쳐 울산대를 포함한 6개 대학에 시정권고를 내리는 데 33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가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의 소재지를 결정하는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37년 전 울산대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는 지난 13일 제2차 국립의전원 설립준비위를 열고 소재지와 설계·건축계획을 검토할 기반시설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설립준비위와 전문위 논의를 거쳐 소재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소재지 논의가 이제 막 본격화된 것이다.
정부의 방향은 국립의전원을 지역에 설치하는 것으로 정리돼 있음에도 복지부가 서울과 지방에 나누어 두는 방식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방안은 지방캠퍼스를 사실상 기초과정 수용시설로 격하시키는 것"이라며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이라는 입법 취지와 의무복무제의 실효성을 함께 흔들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의 진로와 정착은 임상수련 단계에서 결정되며 일부 과정만 운영하는 지방 캠퍼스는 정주 인구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학교는 지역에 두고 수련은 서울에서 하는 구조는 한 번 만들어지면 되돌리는데 수십년이 걸린다는 문제 제기이다.
전북 출신의 국히 박희승 의원은 "울산대가 37년에 걸쳐 겨우 벗어나려 하는 구조를 국가가 설계단계에서부터 그대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며 "한 번 서울에 임상수련을 두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울산대의 교훈인 만큼 국립의전원은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 부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접성이 필요하고 △임상 인프라가 서울에 있으니 임상 수련도 서울에서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전북 정치권은 "'국립중앙의료원 옆'이라는 조건은 국립중앙의료원이 함께 남원으로 이전하면 그대로 충족된다"며 "학교를 병원 옆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국가 공공의료의 중심병원을 지역으로 옮겨 교육·연구·정책·진료를 한 곳에서 완결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원 유치안은 기존 지역 의료기관에 수련을 위탁하자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가 서울에 신축하려는 776병상 규모의 국립중앙의료원을 남원에 세우자는 것"이라며 "수련환경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희승 의원은 "서울에 신축할 예산의 절반 이하로 지방에 빅5급 국립중앙의료원을 세울 수 있는 만큼 국립중앙의료원을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 포함해 착공 전인 지금 남원 이전을 결단해달라"며 "남부권 국가 공공의료 거점 구축과 서울 도심 청년주택 공급으로 청년 주택난 완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국가적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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