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발 주식시장 변동성 논란,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언급 소동 속에 이재명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지난 3일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거래세에 손을 댄 2026년 세제개편안까지 발표했다. 야당으로서는 절호의 정치적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런데 제1야당의 공세 선봉에 서있는 것은 여전히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장동혁 대표다.
장 대표는 4일 오후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발표된 부동산 세제 개편과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날선 공세를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보다 자신이 먼저였다", "이기적 재명", "지독하게 본인만 생각하는 대통령" 등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함께, "세금 폭탄", "증세 고지서", "집 가진 죄를 묻는 징벌세", "국민을 투기꾼 취급", "거주이전의 자유에 세금으로 족쇄를 채우는 사실상의 이사금지법" 등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노골적 공세를 폈다.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민생 증세", "시장은 더 얼어붙고 전월세는 더 오르고 국민만 더 고통받는 민생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라며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 '잼데믹'이라는 말이 유행하겠나.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대의 리스크가 된 것"이라고도 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 "집 가진 국민, 집 없는 국민 모두를 벌 주는 증세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끝까지 세금으로 국민을 이기려 한다면 국민이 곧 이재명 정권 심판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장 대표는 "5년간 늘어나는 세수 3.4조 원 가운데 2.2조 원이 종부세라고 한다. 집값 안정이 목적이 아니라 퍼주기 재정으로 뚫힌 나라 곳간을 국민 재산으로 메우겠다는 의도"라는 등, 반도체 호황으로 15조 원 안팎의 역대 최대 초과세수가 전망되는 현 상황에 비추어 대중 설득력에 의문이 가는 주장도 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오늘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이 통과되는 것, 그리고 어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보고 이 대통령과는 영수회담이 아니라 그 어떤 대화도 필요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저는 지금은 대통령이 영수회담 하자고 해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본인은 온갖 꼼수를 다 부려서 시세차익 얻을 거 다 얻고 집 팔아놓고, 집 팔자마자 국민들한테 세금 폭탄 터뜨린 것 아니냐", "대통령 맞나?"라는 힐난과 함께였다.
장 대표는 최근 국면에서 당일 공지 형태의 긴급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있다. 이날 회견은 한동훈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를 초청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 시각과 정확히 같은 시각에 열렸고, 단 1시간 전 사전 공지됐다. 지난주에는 평일 5일 중 월·화·수·목 4일이나 예고에 없던 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날엔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도 열었다.
장 대표가 이처럼 연이어 대정부 공세의 주도권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공세가 곧 국민의힘의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던 전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 [리얼미터] 李대통령 '잘못하고 있다' 첫 과반…국민의힘도 하락)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야 되는 게 맞는데, 오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당 지도부에 있다"며 "아무리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가서 현장최고위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 민심을 전달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메신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많이들 하니까 이런 것이 지지율에 연동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예전에 저희 당 모 의원이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나' 이런 표현을 했는데 그게 정확한 지적이었던 것 같다"며 "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당 구성원·의원들은 다 알고 계실 것이다. 장 대표께서도 나라와 당을 위한 길이 뭔지 결단을 해주셔야 하지 않겠나"라고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장 대표가 사퇴 대신 당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진 데 대해 김 의원은 "장 대표께서 어떤 혁신안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혁신안을 낸다고 해도 국민·당원들이 감동을 받겠느냐. 본인 스스로 결단하는 게 혁신 아닐까"라고 일축했다.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코스피, 부동산, 형사소송법 (등) 대형 악재가 3개나 있으니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문제는 오히려 제1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라며 "제가 주변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 혀를 찼다.
신 전 부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보면 중도층에서는 압도적으로 민주당에게 밀리고,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 중에서도 대략 절반 정도만 국민의힘 지지자"라며 "당 대표가 아주 좁은 공간으로 스스로 들어가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일종의 자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장 대표를 비판했다.
장동혁 지도부의 '징계 정치' 대상으로 윤리위 심의가 회부돼 있는 친한계 진종오 의원도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장동혁 대표께서 윤리위를 통해서 칼을 휘두르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 칼이 제대로 된 칼이 아니기 때문에 거취가 먼저 거론되어야 한다"며 "당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라면 그 자리가 버거우면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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