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물을 지키지 못하면 새만금도, 첨단산업도, 전북의 내일도 없다 [황태규 칼럼]

지난 6월 17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북 임실의 섬진강댐을 찾았다. 당시만 해도 공식적인 방문 목적은 댐 운영과 용수 공급, 수질 관리, 홍수기 대응계획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열흘 뒤인 6월 27일, 김 장관은 광주·전남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 문제와 관련해 영산강·섬진강 유역 일부 댐의 수계 조정과 여유 용량 활용 등을 통해 하루 약 100만 톤 이상의 추가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보도를 통해 섬진강댐 방문의 배경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장관의 방문에 대해 섬진강댐의 물을 섬진강 하류로 더 보내는 방향으로 유역 간 물 배분 체계를 조정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북 임실의 섬진강댐이 중요한 수원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아직 섬진강댐의 물을 어디에 얼마나 공급할지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하다. 물길이 정해진 뒤에 문제를 제기하면 늦는다. 나는 이 일련의 움직임을 보며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지금 전북특별자치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새만금도 중요하다. 피지컬 AI도 중요하다. 첨단산업과 기업 유치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물을 지키는 일이다.

전북의 물은 자연이 거저 준 자원이 아니다. 오늘의 섬진강댐과 용담댐, 더 거슬러 올라가 대아댐과 경천저수지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근현대사는 어쩌면 국가와 지역의 수자원을 만들고 지켜온 역사였다.

댐과 저수지가 만들어질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내놓았다. 논과 밭을 내놓았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내놓았다. 삶의 터전이 물에 잠겼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댐이 만들어진 뒤에도 희생은 끝나지 않았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각종 규제 아래 주민들은 오랫동안 재산권과 지역개발의 제약을 감수했다. 다른 지역이 공장을 짓고 도시를 키울 때, 전북의 많은 지역은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발전의 기회를 양보했다.

그래서 전북의 물은 단순한 자연자원이 아니다.

수몰민의 눈물이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희생이며, 국가와 지역의 물을 만들고 지켜온 전북 근현대사의 유산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자산에 너무 무심했다. 이 점에서 다른 지역만 탓해서는 안 된다. 먼저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김현수 전북대학교 교수는 2021년 「용담댐 물 배분에 대한 대응」이라는 칼럼에서 충청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전북의 대응이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북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며, 충청권과 비교해 여전히 잠잠한 전북의 반응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영기 전북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도 같은 해 전문가 인터뷰에서 국가물관리계획 수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용담댐 물 배분의 전북 몫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충청권 4개 시·도는 용담댐 물 배분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미 경고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가. 용담댐은 진안의 수많은 마을과 주민들의 삶을 물에 잠기게 하며 만든 댐이다. 수몰민들이 집과 논밭, 고향을 내놓아 만든 물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물이 어디로 얼마나 흘러가는지, 누가 그 물의 미래를 결정하는지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다른 지역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전북의 물을 연구하고, 요구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전북의 행정도, 정치권도, 우리 모두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물이 너무 흔해서, 물이 얼마나 귀한지 몰랐다.

필자는 전북특별자치도 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북특별자치도의 ‘생명경제’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전북이 가진 자원을 분석하며 가장 주목한 것이 바로 물이었다. 전북의 가장 근원적인 자산은 물이었다. 그리고 그 물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진안고원이었다. 고원은 물을 담는 거대한 그릇이다.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진안고원과 그 주변 산지는 금강과 섬진강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금강 상류에는 용담댐이 있고, 섬진강 상류에는 섬진강댐이 있다. 여기에 전북에는 만경강과 동진강이라는 중요한 물길이 있다. 이 물이 호남평야를 적셨다.

물이 곡식을 만들었다. 곡식이 사람을 모았다. 사람이 시장과 도시를 만들었다. 수도작 농경문화가 시작된 이후 오랜 세월 호남이 한반도의 경제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힘의 근원에도 결국 물이 있었다.

과거에는 물이 농업을 만들었다. 오늘은 물이 도시와 산업을 만든다. 미래에는 깨끗한 물을 가진 지역이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갖는다. 지금 전남·광주의 반도체 산업을 논의하면서 영산강·섬진강 수계의 물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물의 미래 가치를 증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물어야 한다. 전북의 미래 산업이 사용할 물을 오늘 다른 지역의 미래를 위해 먼저 내어주려는 것은 아닌가.

물은 한번 대규모 공급체계가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공장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여유 수량’은 내일의 ‘고정 공급량’이 되고, 오늘의 ‘협력’은 내일의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다. 용담댐의 교훈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은 몰라서 놓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경고를 받고도 또다시 놓친다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다. 우리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다.

세계는 물의 가치를 알고 있다. 중국이 티베트고원을 중대한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도 물이다. 티베트고원과 그 주변 고산지대는 황허와 양쯔강, 메콩강을 비롯한 아시아의 거대한 강들을 만들어 낸다. 물의 근원을 잃는 것은 강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다. 농업을 잃고, 산업을 잃고, 도시를 잃는 것이다. 결국 미래를 잃는 것이다.

물론 티베트고원과 진안고원을 규모나 지정학적 의미에서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근원적인 자산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아야 한다는 교훈은 같다.

진안고원은 전북의 물을 담는 그릇이다. 용담댐과 섬진강댐은 그 물을 담아낸 자산이다. 그리고 그 자산은 자연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전북 사람들의 희생이 함께 만든 것이다.

나는 다른 지역의 발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면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협력과 일방적인 희생은 다르다. 전북의 과거 희생 위에 만들어진 물을 전북의 미래에 대한 계산도 없이 내어줄 수는 없다.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가. 가뭄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북의 농업과 생활용수는 충분한가. 새만금과 미래산업에 필요한 물은 얼마나 되는가. 전북은 무엇을 얻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물길부터 열어서는 안 된다.

지금 즉시 전북의 수자원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용담댐과 섬진강댐, 만경강과 동진강을 포함한 전북의 물이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전북의 미래 50년에 필요한 물의 양부터 계산해야 한다.

그 뒤에 다른 지역과의 협력을 논의해야 한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나서야 한다. 14개 시장·군수가 함께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도의회와 시·군의회도 움직여야 한다.

물은 어느 한 정권이나 한 세대의 것이 아니다. 과거 세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진 소중한 자산이며, 오늘의 우리가 반드시 지켜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미래의 자산이다.

전북의 부모 세대는 국가의 물을 만들기 위해 고향을 내놓았다. 집과 논밭을 내놓았고, 지역 발전의 기회까지 양보했다. 그렇게 만든 물을 오늘의 우리가 지키지 못한다면 두 번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과거 세대의 희생을 헛되게 하는 것이고, 미래 세대의 기회까지 빼앗는 것이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밋빛 청사진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미래 자산을 지키는 일이다. 오늘 물을 지키지 못하면 과거의 희생도 잃는다. 오늘 물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가 그토록 말하는 새만금도, 첨단산업도, 전북의 미래도 사라진다.

전북의 과거는 희생으로 물을 만들었다. 전북의 오늘은 그 물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전북의 미래가 존재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