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시민단체 "5·18 조롱, 민주·인권교육 붕괴가 원인"…교육청에 조례 복원 촉구

"통합과정서 학생인권·5.18교육 조례 폐지…제도적 공백이 혐오 키워"

최근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발생한 '5·18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사태와 관련해, 전남광주지역 시민단체가 이는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닌 학교 현장의 민주·인권 교육체계 붕괴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을 향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고, 통합 과정에서 폐지된 관련 조례들을 즉각 복원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모습.2026.06.29ⓒ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KBSA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광주교육연구소, 광주대안교육협의회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교육시민연대는 3일 성명을 내고 "타인을 존중하고 공정한 경쟁을 배워야 할 스포츠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역사를 희화화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사후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민주주의·인권·역사교육 전반을 점검하고 교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는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을 연상시키는 '탱크데이' 등의 문구로 프로모션을 진행해 역사 희화화 비판을 받았던 사건을 이용해 광주 지역을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을 샀다.

이에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은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됐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긴급 개최하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정지 6개월의 징계를 의결한 바 있다.

시민연대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통합교육청 출범 과정에서 민주·인권교육의 제도적 기반이 오히려 약화된 점을 지목했다.

이들은 "기존의 '5·18민주화운동 교육활성화조례'와 '학교 민주시민교육 진흥조례'는 통합 과정에서 온전히 승계되지 못했고, 광주학생인권조례 역시 자동 폐지돼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대중 교육감에 대해 "후보 시절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출범한 통합교육청에서도 관련 조례 제정을 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지 않았다"며 "교육수장으로서 책임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연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해집단에 항의하는 것을 넘어 다른 지역 공교육이 본받고 싶을 만큼의 민주·인권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통합교육청에 ▲민주·인권 교체계 복원을 위한 자치법규 정비를 추진할 것 ▲'학생인권조례', '5·18민주화운동 교육활성화 조례', '학교 민주시민교육 진흥조례' 제정 ▲'민주인권교육센터'를 설치 및 전문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것 등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5·18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라며 "그것이 김대중 교육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1일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은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야구부 학생선수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6.7.1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한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한편 물의를 빚은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과 지도자, 학부모 등 80여명은 오는 6일 광주제일고를 직접 방문해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

이들은 광주일고 학생들을 만난 뒤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며,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과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도 동행한다.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은 "배재고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화해하고 싶어한다고 느껴져, 사과 방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번 화해를 계기로 학생들이 새롭게 출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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