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이 주인이고 군수는 머슴입니다."
한득수 신임 임실군수의 취임사는 거창한 개발 청사진보다 군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변화'에 방점이 찍혔다.
취임 첫날부터 읍·면장실을 1층으로 옮기고, 군청 앞마당을 군민에게 개방하며, 복잡한 인허가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행정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임실 예산 1조원 시대'라는 대형 비전도 내걸었다.
민선 9기 임실군정의 키워드는 '디테일'과 '성장'이다.
주민 불편을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행정과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통한 재정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군수는 지난 1일 취임식에서 "임실은 지금 인구소멸과 고령화, 성장동력 부재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소멸이냐, 새로운 도약이냐를 결정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직 임실의 발전과 군민의 행복만 바라보고 군민의 세밀한 목소리를 끝까지 듣겠다"고 강조했다.
"군민이 계단 오르지 않게 하겠다"
한 군수의 취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권위주의를 걷어내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읍·면장실을 1층으로 내리겠다"며 "어르신들이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청 앞마당도 행정기관의 상징 공간이 아니라 군민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군민이 주인이고 군수는 머슴"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 편의보다 주민 접근성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복잡한 인허가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시스템 구축 역시 생활 행정의 대표 공약으로 제시됐다.
주민들이 여러 부서를 찾아다니는 불편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보다 주민들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첫 결재는 '전 군민 기본소득'
취임 첫 행보 역시 상징성이 컸다.
한 군수는 첫 결재로 '임실형 농촌 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선택했다.
정부 공모사업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군비를 투입해 올해 하반기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소멸 대응과 민생 안정,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노린 정책이다.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핵심 공약을 취임 직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앞으로 임실군 재정 운영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농업예산 25%…의료·교육·문화까디
농업 정책도 대폭 손질한다.
한 군수는 임기 안에 농업 예산 비중을 25%까지 확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체작목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수 사과가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기후변화는 농민들의 생존 문제"라고 진단한 뒤, 향후 10년을 내다본 기후 맞춤형 품종 개발과 고소득 작목 보급을 약속했다.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행정과 의회, 농협, 농업인이 함께 참여하는 '농정혁신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 대응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만성질환과 노인성 질환을 위한 1차 의료 기반을 확대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원 개혁도 추진한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역 맞춤형 혁신학교 모델과 평생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창작공간 지원과 예술인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행정 철학도 제시했다.
"예산 5300억에서 1조 원으로"
이번 취임사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예산 1조 원 시대'였다.
현재 약 5300억 원 규모인 임실군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를 위해 전국 규모 이통장연수원 건립(625억 원), KTX 임실역 정차를 위한 시설 개량사업(70억 원), 옥정호 순환도로 연결사업(1000억 원) 등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한 군수는 "힘 있는 여당 군수로서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 관광과 생활 인프라, 일자리 창출을 연결해 임실의 성장 기반 자체를 바꾸겠다는 복안도 내 놓았이다.
"분초를 아끼지 않고 미치도록 일하겠다"
한 군수는 "선거 과정의 갈등은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임실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군민 통합을 호소하며 "가장 낮은 자세로 군민의 세밀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분초를 아끼지 않고 미치도록 일하는 군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선 9기 임실군정은 거대한 예산 확대라는 비전과 주민 눈높이에 맞춘 생활행정을 동시에 내세웠다.
'예산 1조 원'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현실이 될지는 앞으로 국비 확보 능력에 달려 있다.
동시에 읍·면장실 이전, 원스톱 민원, 기본소득 지급 같은 생활밀착형 공약이 얼마나 빠르게 군민들의 일상 속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한득수 군정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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