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점' 흔드는 첫 실험…'혁신진보시민연대' 전북 정치지형 바꿀 수 있을까

지방의회 토론·견제가 강화된다면 민주당에도 긴장감 불어넣는 계기 될 수 있어

전북 기초의회에서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무소속 의원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정치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전주시의회에 이어 완주군의회에서도 '혁신진보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교섭단체 출범을 알렸는데 그 이면에는 전북 지방정치의 오랜 권력 구조를 흔드는 의미가 담겨 있어 지역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전북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당 일당 우위'구조로 국회의원은 물론 광역·기초의회 대부분을 민주당이 차지하면서 의회 안에서 실질적인 경쟁과 견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선거에서는 일부 경쟁이 있기는 하지만, 의회가 개원한 이후에는 사실상 민주당 내부 조율이 곧 의회의 결정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혁신진보시민연대'는 민주당과 정치적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의회 운영 방식에는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 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견제와 균형'으로 그동안 민주당 일당 독점 구조로 운영돼 오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집행부 견제 활동에서 벗어나, 의회를 행정부의 거수기가 아닌 감시와 비판 기능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제13대 전주시의회 원 구성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새 교섭단체인 '혁신진보시민연대'가 의회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혁신진보시민연대는 특히 민주당의 다수당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독주하는 의회가 아니라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책임 있는 의회"라며 "혁신진보시민연대는 시민의 이익과 의회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언제든 대화와 협력에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원 구성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입장인 반면, 혁신진보시민연대는 교섭단체 출범을 계기로 다수당 중심의 의회 운영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비록 민주당이 여전히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제는 교섭단체를 통해 공식적인 협상 상대가 등장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 예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주요 조례 처리 과정에서 과거처럼 민주당 단독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혁신진보시민연대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성과라는 점에 비춰 볼 때, 앞으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무엇을 밝혀내고, 예산 낭비를 얼마나 막아내는지, 시민 삶을 개선할 정책 대안을 얼마나 제시하는 지가 향후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방의회에서 견제 세력은 비판보다 대안을 제시할 때 존재 이유를 인정받게 될 것이며 다음 선거 때 그같은 활동 결과를 근거로 해서 지지 기반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 만으로는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정책 경쟁과 행정 감시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연대는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국회에서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지만, 전북 지방의회에서는 교섭단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 역량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방행정 감시와 정책 경쟁에서 성과를 낸다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변수는 혁신진보시민연대가 조국혁신당, 진보당, 무소속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모여 있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도 있다. 행정부 견제나 지역 현안에서는 뜻을 같이할 수 있지만, 예산 편성이나 인사 문제, 차기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는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연대의 성패는 '반민주당 연대'가 아니라 '정책 연대'로 얼마나 더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의회 내에 공식적인 견제 세력이 등장하면서 의원들간 의정활동과 정책 경쟁도 이전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인 토론과 견제가 강화된다면 민주당에도 긴장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전북 지방정치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민주당 중심 단일 구조'에 처음으로 제도적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며 추후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했는지, 예산을 합리적으로 심사했는지,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만들어냈는지의 여부에 따라 '혁신진보시민연대'가 지방정치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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