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가운데 이란 측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어줬다면서, 결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해협 통항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이란의 국영 방송사인 IRIB에 "이란-미국 양해각서가 디지털 방식으로 서명될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팀이 스위스 제네바에 방문할 예정이지만 공식 서명식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양해 각서가 이란 측의 요청에 따라 투명성을 위해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서명됐다고 덧붙였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양해각서를 위반할 경우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후 60일 간 협상은 오로지 핵 문제와 제재 완화에만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해각서와 관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매체인 <파르스>(FARS)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의 실패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사람들이 이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해각서에 명시된 60일 간 협상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결코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당연히 우리는 이용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주장하는 이용료에 대해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서비스 비용은 선박 통행 보호·호위·안전 보장 등에 대한 통행료나 수수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잠재력을 우리에게 현실로 만들어주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알자지라는 "호르무즈 해협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실제로 행사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17일 미 고위 관리가 공개한 미국과 이란 간 양해각서 전문에 따르면 5항에 "본 양해각서체결 즉시, 이란이슬람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 및 그 역방향으로 운항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는 60일간만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협상이 끝난 60일 이후에는 이란 측이 어떤 명분으로든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일정 비용을 징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갈리바프 의장은 양해각서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가능하다는 10항 및 동결된 이란 자금을 협상 진전에 따라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11항 등을 강조하면서 "이것들이 먼저 이행되거나 완료되어야, 혹은 일부가 이행 중이어야 다른 조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이란이 해야 할 일은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약속 이행인데 미국이 공개한 전문에는 "상호 합의될 매커니즘에 따라 농축 물질 비축분의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최소한의 방식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현장에서 저농축화를 실시하는 방안이 포함된다"라고 명시됐다. 이는 16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가 보도한 양해각서에서는 명시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에서 향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실제 60일 안에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0일 간의 협상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 마감일로 보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60일 이내에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폭격하면 된다"라며 "그들이 적절하게만 행동한다면 (기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모든 탄도 미사일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니 이란도 어느 정도는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파 참모들과 지지자들을 언급하며 "나는 그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미사일을 갖게 하면서 이란은 안 된다는 건가?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비비(네타냐후의 별칭), 당신에게 가장 큰 위험은 그들(이란)이 이스라엘 한복판에 핵무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생각해 봐라, 당신은 당신이 요구했던 가장 좋고, 중요한 것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점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농축 물질을 빼내게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아무도 그것을 가져갈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이를 서둘러 처리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상당히 빨리 처리할 수도 있다.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