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보 뒤 재계약 평가?…노동위가 전북대 사업단 부당해고 인정한 이유

노동위 "계약 갱신 기대권 존재" 판단…원직복직·임금 지급 명령
재계약 기준 마련하고도 종료 통보 먼저…사업단 "재심서 소명"

▲ 사업단이 A씨에게 보낸 근로계약 만료 예정 알림 이메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이메일과 이후 진행된 절차 등을 근거로 계약 종료 통보가 재계약 평가보다 먼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독자제공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 산하 한 사업단 전 직원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계약 갱신 거절 과정에 합리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A씨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고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령했다.

노동위원회 결정 이후 복직 과정에서 신규 계약 체결과 임금 반환 조항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판정문에는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단한 구체적 근거가 담겼다.

노동위원회 판정문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9월부터 해당 사업단에서 근무하며 여러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노동위원회는 반복적인 계약 갱신과 사업 종료 시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계약 내용, 사업단장의 계속 근무 취지 발언 등을 근거로 A씨에게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가 주목한 부분은 계약 종료와 재계약 평가가 진행된 순서였다.

▲ 전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 일부. 노동위원회는 사업단이 계약 종료 안내 이메일을 발송하고 신규채용 공고를 낸 뒤 재계약 평가를 진행한 점 등을 근거로 계약 종료 통보가 재계약 평가보다 먼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독자제공


판정문에 따르면 해당 사업단은 2026년 1월 31일 A 씨에게 2월 28일 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어 2월 2일 계약직 연구원 2명에 대한 신규 채용 공고를 진행했다.

노동위원회는 계약 종료 안내 이후 신규 채용 공고가 진행된 점 등을 근거로 해당 통보가 단순 안내를 넘어 근로관계 종료를 전제로 한 조치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또 사업단이 이미 2023년 3월 직원 재계약 기준을 제정해 운영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노동위원회는 재계약 기준이 존재하는 만큼 A씨의 재계약 희망 의사를 확인한 뒤 해당 기준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계약 종료 통보가 재계약 평가보다 먼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 전북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 일부. 노동위원회는 직장 내 갈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재계약 거절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가 공식적인 시정조치나 경고를 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독자제공


노동위원회는 판정문에서 "근로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사전에 마련된 합리적 기준에 따라 갱신 여부를 심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만료 통보가 먼저 이뤄지고 그 후 재계약 평가가 실시됐는데, 이러한 선후관계가 뒤바뀐 사실은 이미 이뤄진 계약 종료 결정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평가의 객관성 부족도 지적됐다.

해당 사업단은 재계약 평가 결과 A씨가 기준 점수에 미달해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위원회는 평가 점수의 근거가 된 구체적 사실관계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평가위원들이 근무태도와 협업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했음에도 어떤 행위가 평가에 반영됐는지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A씨가 징계나 경고를 받은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근로자 간 갈등을 계약 갱신 거절 사유로 삼으려면 갈등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용자가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노동위원회는 A씨에게 계약 갱신 기대권이 존재하고, 사업단 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 지급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사업단 측은 "1월 31일 메일은 계약 종료를 사전에 안내한 것이며 재계약은 희망자에 한해 평가를 진행했다"며 "2월 2일 채용 공고 역시 A씨 업무와 다른 분야 채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위원회 판단에 동의하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라며 "관련 내용은 재심 절차에서 소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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