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북지선 입체 분석] ⑮ '묻지마 선거'된 교육감 선거…'윤리·도덕' 실종되고 '고소고발'만

진보·보수 등 진영논리는 '유권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도구에 불과

교육감선거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공천이 없이 치러진다. 후보자들도 일정 자격만 갖추면 교육감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자격 조건과 상관없이 후보자들은 출마하면서 부터 지신들을 '진보와 보수'성향으로 각각 분류하면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단일화를 시도한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진영 별로 단일화에 성공한 지역도 있지만 실패한 지역도 상당수에 이른다.

최종 2명의 후보가 선거운동 최후까지 경쟁을 벌인 전북의 경우에도 천호성 당선인은 '민주진보후보'를 자처했고, 이남호 후보 역시 중도성향 후보를 지향하다가 막판에는 '민주후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민주진보후보'타이틀은 누가 부여하나? 전북에서는 지난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도내 백 여개 시민사회단체에서 '민주진보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단일화'에 참여했던 노병섭 후보가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 사퇴를 했고, 뒤이어 천호성 후보도 이탈하면서 전북시민사회단체가 인정한 '민주진보단일 후보'는 없었다.

그런데도 공식 선거 운동기간 막판에는 두 후보 모두 민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전북에서는 '민주진보'라는 타이틀을 사용해야 유권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일까?

결국 '민주진보'와 '민주'라는 정치적 상징은 교육철학을 설명하는 수간이 아니라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거전략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구나 선거운동 막판에는 두 후보 간 고소,고발,폭로 전이 잇따랐다.

선거 기간 중 양 후보 진영이 제기한 주요 고소·고발 및 법적 공방은 8~10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사기관에 접수된 사건 수는 경찰·선관위 집계가 필요하다.

거론됐던 의혹을 나열해보면 '현직교사 선거개입사건'(최근 경찰에 해당 초등교사 입건), '텔레그램 천사랑'사전 선거운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후보단일화 매관매직'의혹,'상습표절 및 연구윤리 논란', '허위사실 공표' 주장, '여론조작 및 해외계정 활용 의혹' '언론 매수 행위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 '음주운전 이력'공방 등이 있다.

이번 전북교육감 선거의 특징은 정책 경쟁보다는 고소.고발과 의혹 검증이 더 큰 관심을 받았으며 수사기관과 선관위,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의혹 공방이 더 치열했고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선거를 눈앞에 뒀던 지난달 말, 천호성 후보는 이남호 후보의 언론 매수 의혹과 과거 음주운전 전력을 문제 삼아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고, 이남호 후보는 현직 교장과 현직 공무원이 가세한 비공개 모임방의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상대방을 집중 공략했다.

선거 초반에는 천호성 당선인의 '상습표절' 문제가 언론을 장식했다.

전북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천호성 후보를 향해 "교육감 자리의 도덕적 무게는 헤아릴 수 없다"면서 "상습표절 논란으로 최소한의 도덕적 윤리성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전북교육을 맡길 수 있냐"고 비판했다.

또 민주진보진영 단일화에 참여했다가 중도 사퇴한 노병섭 후보는 "상습표절의혹과 허위경력 기재로 인한 벌금형 등으로 얼룩진 천호성 후보는 민주진보 후보 자격이 없다"며 "전북교육과 민주진보 진영을 위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막판에 천호성 후보와 단일화를 한 유성동 후보는 "표절은 민주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며 "표절은 자유의 영역도 아닐 뿐더러 사회적 혼란의 한 사례이고,공화시민의 모습.자질도 아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유성동 후보는 그 이전에 천 후보가 자신의 글까지도 표절했다고 폭로까지 했으나, 막판에 천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측근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매관매직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천호성 전북교육감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는 또 하나 더 있다. 전주교대 교수 신분이면서 전북교육감에 출마하면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천 후보는 지난해 9월 전주교대 연구년교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상대 후보들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선거운동에 사용한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천 후보는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상대 후보들을 향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면서 "연구년제는 법에 의해 진행된다. 어떤 후보가 제가 연구비를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이거는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역공세를 폈다.

또 "(상대후보의)그 말이 왜 거짓말이냐면 연구비용은 연구 결과물을 제출해야 할 때만 돈을 받는다.연구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전에 줬던 연구비도 다 반납해야 된다. 그러니까 제가 만약에 연구를 하지 않았으면 돈을 못 받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주교대 측은 이같은 천 후보의 입장에 대해 "(연구시작 30일 이내에 절반, 6개월 후에 나머지 지급)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지급했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천 당선인은 연구비 지급 논란과 관련해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이제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밝혀야 한다.

천 당선인은 또 전북 도내 17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진행됐던 민주진보 진영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을 뺀 당시 상황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도 필요하다.

당시 단일화에 참여한 2명의 후보 가운데 노병섭 후보는 "도민과 교육 현장 앞에 신뢰를 세우기 위해 후보자 스스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전북교육개혁위 대표자회의는 천호성 후보에 대한 1인 검증을 실시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북교육개혁위원회는 "2026년 동시지방선거에 민주진보 전북교육감후보를 추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전북의 진정한 교육개혁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였으나, 추대할 수 있는 후보가 없어서 무산되고 말았다"고 밝히면서 "민주진보교육감후보의 추대와 당선을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에 부흥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천호성 당선인은 선거운동 막판에 '민주진보후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또 민주진보 진영에서 천호성 후보의 '표절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이 지나쳤다는 점도 "우리 진영 후보이면 다 괜찮다"는 '내로남불'식 입장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출마를 위한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고 있으면 누구나 출마가 가능하며 추후에 드러나는 후보자의 '윤리,도덕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책임을 묻고 거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운동 기간 내에 상대 후보를 이기기 위한 후보자들의 노력으로 상대 후보자가 감추고 있는 온갖 비리와 문제들이 후보자 간 폭로와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추후에라도 진실이 가려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방법은 자칫 해당 지역의 교육만 멍들게 할 뿐이다. 이미 전북 교육은 직전 교육수장이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직을 상실하면서 1년 여 가까이 교육감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전주완산경찰서는 최근 천호성 당선인 관련 공직선거법 고발 사건 등을 넘겨 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건은 △현직 교사 선거 개입 의혹과 유성동 후보 단일화사건, 텔레그램방 '천사랑' 사전선거운동 의혹 등이다. 경찰은 세 사건을 각각 별도 사건으로 분류하되 수사 효율성을 위해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사건 공소시효는 오는 12월이며 경찰은 검찰 공소 제기 검토 시간을 감안해 10월까지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권력을 뽑는 선거도 아니며 특정 진영의 수장을 뽑는 선거는 더더욱 아니다. 그 지역의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육계 전반을 아우르면서 지역 교육을 책임져야 할 수장을 뽑는 선거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교육비전보다 진영논리가, 정책경쟁보다는 의혹공방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보 검증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가 남긴 가장 큰 과제는 누가 당선됐느냐가 아니라 앞으로도 유권자들이 진영 논리가 아닌 교육철학과 도덕성,정책 역량을 중심으로 후보를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6·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이남호(왼쪽)·천호성 전북교육감 후보가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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