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총장 선거가 남긴 과제

[대학문제연구소 논평] 대학 민주주의의 새 단계와 비정규직 문제

대구대학교 제14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학내 분쟁을 넘어 한국 대학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 대학 민주화의 핵심 과제가 국가권력이나 재단권력으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대학 내부에서 대학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둘러싼 학내 민주화의 의제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대는 정년트랙 교수와 정규직 직원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비정년트랙 교수들을 배제했다. 이에 교수노조가 총장선출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대구지법에 제기하고 기각되자 고등법원에 항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현행 규정과 법체계상 비정년트랙 교원의 총장 선거 참여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판결문에서도 밝히고 있다시피 사법부는 기존 규정을 해석하는 기관이지 새로운 권리를 '창설'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요구의 정당성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현행 제도가 변화한 대학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남겼다. 대학은 새 환경에 부응하는 공동체 내부의 민주적 질서를 새로 형성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한국 대학 민주화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마다 핵심 의제가 달라져 왔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민주화는 국가권력과 사학재단의 통제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는 과정이었다. 국립대에서는 총장직선제 운동이, 사립대에서는 재단 전횡에 맞선 사학민주화 운동이 중심 의제였다. 민주주의의 적은 대학 바깥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다르다. 그동안 일정한 민주화가 진행돼 오기도 했거니와 대학 내부의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외부가 아니라 대학 내부의 대표성과 권한 배분 문제가 대학민주화의 요구와 맺어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교수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교수는 사실상 정년트랙 교수를 의미했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대학 재정 압박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대학들이 비정년트랙 교원의 비중을 확대해 왔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전체 전임교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일부 대학에서는 40%에 육박하기도 한다. 강사와 겸임·초빙교수까지 포함하면 교육현장의 많은 부분이 비정규 교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학 운영구조는 과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강의와 학생지도, 연구와 행정 등에서 정년트랙 교수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급여의 현격한 차이는 물론이고 대학 운영에 참여할 권리도 매우 제한적이다.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교수회의 일원으로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대학평의원회, 주요 위원회, 총장 선거 등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 한국 대학에는 교수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권리와 지위를 가진 두 집단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고용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일종의 신분 제도처럼 대학 내부의 새로운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구대 총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바로 이 문제를 부각시킨다. 이번 사태는 특정 대학의 선거규정을 둘러싼 다툼을 넘어서 '변화한 대학 현실에 맞게 어떻게 대학 민주주의를 구성해나갈 것인가'를 묻는다.

실제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대학 거버넌스가 교수 중심 구조를 넘어 학생과 직원, 다양한 교원 집단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물론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일정한 대표성과 참여권을 인정하는 것이 현대 대학 거버넌스의 일반적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총장선거가 마무리된 후 대구대 교수회가 이 갈등이 "특정 개인이나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규정들이 변화한 선거환경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제도적 한계"임을 인정하고, 총장후보자 선출과 관련된 규정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 및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누가 이겼는가 라는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구성원들이 현실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제도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가의 여부다.

대구대 사태가 궁극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교수 중심의 학문공동체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은 정년트랙 교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비정년트랙 교수, 학생, 직원, 연구원, 강사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해 유지되는 복합적 공동체다. 대학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함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공공적 자산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각 집단의 학문적 책임과 역할이 다른 만큼 권한의 정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 민주주의의 본질은 모든 권한을 구성원들이 동일하게 나누는 데 있다기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목적을 구현하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권한과 책임을 분점하고 모든 구성원들에게 일정한 대표성과 참여 통로를 보장하는 데 있다. 따라서 참여에서의 차등은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해도 원천적인 배제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한다.

이 점에서 대구대 사태는 한국 대학 민주주의의 새로운 과제를 보여준다. 과거의 민주화가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민주화는 대학 내부의 배제와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년트랙 교수 문제는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위기 속에서 비정규직 교원의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 예상된다. 대학이 과거의 운영 관행과 구조를 고수하고자 한다면 갈등은 필연적이고 학내 민주화의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대구대 총장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바로 그 현실을 드러냈다. 이번 대구대 총장선거 과정은 대학 민주주의가 새로운 문턱 앞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 대학은 이제 외부 권력으로부터의 민주화를 넘어 '대학 내부의 민주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대구대학교 경산캠퍼스 전경ⓒ대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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