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북지선 입체 분석] ⑭ 청년정치의 단상…"기성 '정치 틀' 순응하면 혁신 불가"

"지역정치 폐쇄성이 청년 줄 세우기" 지적도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선거를 더욱 치열하게 만든 중심에는 '청년정치'가 있었다.

김관영 무소속 후보의 경우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 20여 명이 참석한 모임이 끝난 뒤 대리운전비 명목으로 개인당 2만~10만 원의 현금을 제공하는 영상이 공개돼 전국적인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 하루 앞선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 20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가진 뒤 식비를 제3자가 대신 결제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루 차이로 잇따라 발생한 두 사건의 공통분모에는 '청년정치'가 있었다. 이 중에는 민주당 전북도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한 축제 현장 ⓒ프레시안

민주당 전북도당은 논란이 된 청년 정치인들에 대해 엄격한 징계 조치에 나섰고 파장은 더욱 커졌다.

두 사안은 전북도지사 선거 내내 핵심 변수로 작용하며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의 취재를 종합하면 두 행사에 모두 참석한 청년은 5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행사에 합류한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행사 성격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한 권유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년은 "자리만 채워달라는 지인의 요청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말했고, 다른 청년은 "행사 당일 선약이 있어 갈 수 없었는데 간곡한 부탁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고 털어놓았다.

두 행사에 참석한 청년들은 모두 3시간 안팎의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진술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도 적지 않아 경찰이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됐다는 말도 나왔다.

대다수 청년이 사실상 '피해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보를 초청해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기존 정치권의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년정치가 선배 정치인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론 "모든 청년을 싸잡아 그렇게 봐선 안 된다"는 경계 목소리도 강하게 나온다.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은 건강한 정치 철학과 원칙을 갖고 구태와 싸우고 있다는 항거이다. 이 말도 분명히 맞는다.

다른 문제 제기는 청년이 정치의 주체가 아닌 동원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의혹의 핵심 공간에 모두 '청년 모임'이었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기성 정치인이 2030세대 청년들을 정책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보기보다 행사장의 자리를 채우는 존재, 혹은 아직 배워야 할 정치 신인 정도로 인식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우려도 있다. 청년을 기존 정치의 틀에 가두려는 악순환의 걱정이다.

실제로는 청년들이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보다 기성 정치인의 지지기반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0대의 한 청년 정치인은 "60대의 한 선배 정치인이 '나만 따라오라. 그러면 밀어 주겠다'고 말한다"며 "솔직히 청년의 열정과 정의를 유지하며 타협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갈 것인지, 기존 정치세력에 들어가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며 수월한 길을 택할 것인지 고민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은 지역 정치의 폐쇄성과 무관치 않다.

전북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이 강세를 보여온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책이나 인물 경쟁력보다 인맥과 조직, 계파는 물론 인적 네트워크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이런 현실적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선배 정치인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구태정치에 물들고 정치적 습관으로 체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정치인은 통상 유력 정치인의 후광을 입거나 보좌진·캠프 관계자·조직 활동가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하고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독립성은 약해지고 기성 정치문화에 노출되면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북 정치권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치학교의 활성화"를 해법으로 꼽는다.

청년정치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선 선배 정치인과 지방의회가 건강한 정치문화를 알려주고 보여주며 실천하는 '정치학교'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전북자치도의회와 14개 시·군의회가 청년 정치인의 훈련장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중앙당이나 도당의 지시를 따르는 지방의회가 아니라 주민과 긴밀히 소통하고 주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주체성을 보여주며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원로 정치인 K씨는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동원형 정치와 후견주의 정치를 멀리하고 실력과 인물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배 정치인의 뼈를 깎는 노력과 후배 정치인의 강렬한 혁신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의 '청년 정치에 대한 단상(斷想)'은 정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청년 정치학교'의 활성화와 기성 정치인의 표본이 서로를 북돋워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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