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유도' 尹 30년 선고와 겹쳐진 李 확성기 중단 1년…접경지역 "조용한 일상 찾아"

접경지역 주민 대상 토론회…여전히 불편함 겪는 접경지역 주민들 개선·보상 호소

남북한 간 확성기 대결이 멈춘 지 1년이 지났다.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귀신소리가 들리던 1년 전보다 훨씬 조용해졌다며 만족감을 표했지만 북한 쪽의 지뢰 폭발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이동의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에 보다 세심한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12일 통일부는 '접경의 목소리 평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접경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평화토론회를 강원도 철원군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 개최했다. 마침 이날은 지난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6월 11일 이재명 정부는 "남북관계 신뢰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다음날인 12일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남북 간 확성기 대결은 멈췄고 주민들도 이전보다 평온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지난 정부에서는 민간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북한에서도 32번에 걸쳐 63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이전의 남북 관계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짚었다.

김 차관은 "특히 강화, 파주 등 접경 지역에서는 쇠 긁는 소리, 곡소리 등 극심한 소음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수면 장애와 두통 등으로 피해를 입고 숙박, 식당 등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며 "피해를 온전히 감내하셨을 주민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즉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 작년 12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하고 지난달에는 항공안전법도 바꿨다. 이제 접경 지역에서는 제도적으로 대북 전단과 무인기 살포 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선제적 신뢰 조치를 하자 대남 소음 방송이 중단되었고, 지난 1년간 단 한차례의 오물 풍선도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차관이 대북 확성기 중단을 이야기하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조용해지긴 했다"라며 방송 중단을 체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연리에 거주하고 있는 이동한 씨는 대북, 대남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고 상황이 많이 달라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유 그럼, 많이 조용해졌다"라고 말했다.

▲ 12일 통일부 주최 '접경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평화토론회-접경의 목소리 평화를 말하다'가 강원도 철원군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 개최됐다. ⓒ통일부

남북이 상대를 적대하는 확성기 방송도, 대북 전단도, 무인기도 없어졌지만 여전히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에는 불편한 부분들이 많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한철 유곡리 노인회장은 "지뢰 터지는 소리가 엄청 많이 들린다. 북쪽에서 한다고 하더라"라며 "어디까지가 안전한 지역인지 모르겠다. 안전 사항에 대해 말씀을 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민호 국방부 군비통제비확산정책과 과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라면서 남북관계를 외국 관계로 고착화 시키려는 것이 안타깝다. 북한이 DMZ를 국경선화하기 위해 지뢰를 제거하고 이를 공고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통행과 관련한 문제였다. 민간인통제구역인 민통선 안쪽에 거주하는 접경지역 주민들은 통행 기준이 바뀌는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장기환 정연리 이장은 "출입증을 제출하고 통행하고 있는데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통제가 조금씩 달라진다. 어느 지휘관이 오더라도 통제하는 부분은 일치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민통선에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곳이 있는데 유엔사 관리 지역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호 과장은 "경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 병력자원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 출입과 관련해 안전사고 등이 군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럽다"라며 "생업을 위한 출입을 보장해드려야 하는데 지뢰 위험 등의 사고가 있을 때 이를 감시 및 감찰할 수 있는 것이 병력 자원"이라고 말해 군 내부적인 측면에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인터넷 및 무선통신 시스템을 활용해 출입 체계를 간소화, 표준화 하여 영농 과정에서의 장애나 지체 등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화 장비를 도입하려고 한다"라며 "조금만 참아주시면 많은 애로사항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과장은 "유엔사가 DMZ 관할권을 원칙적으로 너무 강하게 주장하다 보니 군사분계선 등에서 유엔사가 생각하는 것과 저희들이 생각하는 것이 불일치한 경우가 있어 일치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유엔사와 협의해서 민통선 출입에 대해 애로사항이 없도록 추가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생활의 불편함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철원으로 귀농을 했다는 이동한 씨는 "우리 마을은 안보로 인해 주민들이 민통선 안에서 너무 낙후된 삶을 살고 있다. 마을에 ATM기도 없어서 은행 업무 보러 가려면 적어도 차로 10분 이상 나가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길리에 거주중인 김일남 씨는 "민통선 안쪽에 살고 계신 분들은 수 십 년 간 몸으로 접경지역을 지키면서 한국 안보를 최전선에서 떠받친 국가유공자"라면서 "민통선 주민들은 전쟁의 공포와 지뢰의 위험을 견디고 있다. 이에 안보기여 주민 보상 특별법, 대남 소음 방송 피해, 주민 재산권 및 영농 자율성 보장, 안보기여 수당 등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은 분단 이후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온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렇게 강조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정부 끝날 때까지 약속 지켜달라고 계속 이야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통선 안쪽 접경지역 마을인 정연리, 이길리, 유곡리를 비롯해 접경지역 주민 10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최재희 강원특별자치도 접경지역과장, 유광종 철원군 부군수, 최일호 강원특별자치도 교육청 통일교육원장 등 지역 인사들도 참석해 접경지역의 어려움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12일 통일부 주최 '접경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평화토론회-접경의 목소리 평화를 말하다'가 강원도 철원군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 개최됐다. ⓒ통일부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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