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조세 체계 내에서 자산의 이전과 보유에 따른 과세는 국가 재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부의 재분배라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자산의 수평적·수직적 이동을 규율하는 핵심 세목으로서, 그 계산 과정에서 비용 인정 범위는 납세자의 실질적 세부담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 계산 시 세무대리비용을 ‘양도비’로서 필요경비에 산입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체계에서는 감정평가비용만을 일정 범위에서 공제할 뿐, 세무대리비용은 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세목 간 불일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차이를 넘어, 헌법상 보장된 조세평등주의와 응능부담원칙, 그리고 전문 자격사 간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모두 자산의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세무대리비용의 인정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현행 체계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양도세는 되고, 상속세는 안 된다
자산 과세에서 ‘필요경비’ 또는 ‘공제’의 개념은 납세자가 해당 소득을 얻거나 자산을 취득·처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출한 비용을 과세대상 가액에서 제외함으로써, ‘순소득’ 또는 ‘실질적 이익’에 과세하려는 실질과세원칙의 구현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소득세법 제97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163조에 따라 취득가액, 자본적 지출액, 양도비를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여기서 양도비란 자산을 양도하기 위하여 직접 지출한 비용을 의미하며, 2009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양도소득세 과세표준 신고서 작성비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다.
반면 상속·증여세 체계는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하는 항목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4조는 상속재산가액에서 차감하는 항목으로 공과금, 장례비용, 채무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행정적 비용 중에서는 감정평가법인 등에 지급한 감정평가수수료만이 일정 한도 내에서 인정되고 있다.
세무대리비용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부담하던 채무가 아니며, 상속 개시 이후 상속인들이 신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출한 ‘사후 비용’으로 간주되어 공제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어 왔다.
양도세는 왜 세무대리비용을 인정했나
양도소득세에서 세무대리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한 것은 대한민국 부동산 과세 행정이 ‘기준시가’ 시대에서 ‘실지거래가액’ 시대로 전환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를 바탕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아 계산 구조가 비교적 단순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고, 자본적 지출에 대한 증빙 요건이 강화되면서 양도소득세 계산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으로 변화하였다. 2009년 2월 4일 소득세법 시행령 제163조 제5항의 개정은 이러한 현실을 법제에 반영한 결과다. 입법 취지는 납세자가 법령상 신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이 자산의 양도라는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즉 세무대리인에게 지급하는 신고서 작성 수수료는 자산의 가치를 직접 증대시키는 비용은 아니지만, 자산을 양도하여 소득을 실현하기 위한 법적·행정적 필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따라서 이를 ‘직접 지출한 비용’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자산 과세의 실질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는 상속·증여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오히려 상속세 신고는 양도소득세보다 더 복잡한 재산 평가, 공제 요건 검토, 사전증여재산 합산, 상속인 간 재산분할, 향후 양도소득세 취득가액 산정 문제까지 수반한다. 그럼에도 세무대리비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세목 간 형평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상속세는 다르다”는 논리, 과연 타당한가
상속·증여세에서 세무대리비용을 공제하지 않는 가장 큰 논리적 근거는 과세 제도의 본질적 성격 차이에 있다. 양도소득세는 납세자가 신고함으로써 세액이 확정되는 신고납세제도를 원칙으로 한다.
반면 상속·증여세는 납세자가 신고하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액의 결정권은 정부가 갖는 정부조사결정제도의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상속인의 신고는 과세관청의 조사를 돕는 협력의무의 이행일 뿐, 그 자체로 확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과세 당국의 전통적 입장이다.
또한 상속세 공제 항목의 대원칙은 피상속인의 부채를 유산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세무대리비용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상속인과 세무대리인 사이의 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채무이므로, 피상속인의 경제적 부담을 상속인이 승계하는 성격의 채무공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작용한다.
아울러 세무대리비용은 시장 가격에 의해 결정되므로, 이를 무제한적으로 경비로 인정할 경우 고액 자산가들이 의도적으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여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책적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현대 상속세 신고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상속세 신고는 단순한 협력의무에 그치지 않는다. 납세자가 부담하는 실제 세액, 향후 세무조사 위험, 상속인 간 이해관계, 장래 양도소득세 부담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절차다. 따라서 세무대리비용은 상속인이 임의로 선택한 편의 비용이라기보다, 복잡한 세법 체계 속에서 적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출하는 납세협력비용으로 보아야 한다.
신고 비용까지 떠안고 내는 세금이 공정한가
응능부담원칙은 납세자가 조세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조세 정의의 핵심적인 척도다. 상속세의 경우 상속인이 실제로 얻는 경제적 이득은 전체 상속재산에서 그 재산을 취득하고 국가에 신고·납부하기 위해 지출된 모든 필요 비용을 제외한 ‘순가치’여야 한다.
현대 세법의 복잡성으로 인해 일정 규모 이상의 상속재산을 가진 납세자가 전문가의 도움 없이 법정 서식을 작성하고 시가 평가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특히 부동산, 비상장주식, 금융재산, 보험금, 퇴직금, 사전증여재산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상속세 신고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세무대리비용을 공제하지 않는다면 납세자는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재산보다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납세자의 실질적인 담세력에 부응하지 못하는 과세가 될 수 있다.
감정평가사는 되고, 세무사는 왜 안 되나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감정평가법인 등에 지급한 감정평가수수료를 일정 한도 내에서 공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자산의 객관적 가액을 확정하기 위한 비용이 과세 행정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세무사나 회계사가 수행하는 신고 대리 업무 역시 재산의 분할, 공제 요건의 검토, 과세표준의 산정, 세액 계산 등 상속세 신고의 핵심 절차에 해당한다. 감정평가사의 서비스 비용은 인정하면서 세무사의 서비스 비용을 배제하는 것은 동일한 목적, 즉 성실한 신고의무 이행을 위해 지출된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 유형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결과를 낳는다. 감정평가사가 자산의 ‘가액’을 확정한다면, 세무사는 그 가액을 바탕으로 국가의 ‘과세권’이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한다. 두 업무는 상속세 신고라는 하나의 공적 절차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비용 인정에 있어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조세 중립성과 자격사 간 형평성에 부합한다.
같은 자산, 다른 잣대
양도소득세와 상속세는 모두 자산의 가치에 대해 과세하는 자산 과세로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상속받은 자산을 추후 양도할 때, 상속 당시의 평가가액은 소득세법상 취득가액이 된다.
동일한 자산의 평가와 신고를 위해 지출된 비용임에도 양도 시에는 필요경비로 인정받고, 상속 시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과세 체계의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다. 양도소득세에서 세무대리비용의 필요경비 산입이 허용된 논리가 “납세의무 이행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었다면, 계산 구조가 더 복잡하고 전문가 의존도가 높은 상속세에서 이를 배제하는 것은 논리적 선후가 맞지 않는다. 이는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가 납세자의 권익 보호보다 우선시된 결과로 비칠 수 있다.
미국과 독일은 어떻게 다룰까
해외 주요국들은 상속세 계산 시 세무대리비용을 포함한 행정비용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유산세 체계에서 피상속인의 유산 총액에서 일정한 행정비용을 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제 가능한 비용에는 변호사 수수료, 집행인 보수, 세무 및 회계 수수료, 감정평가비용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비용이 유산을 적절히 관리하고 법적 의무인 유산세를 신고하기 위해 필요하고 합리적인 지출이라면 유산의 가치에서 차감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 역시 유산 정리 비용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례비뿐만 아니라 유산의 분할과 세무 신고를 위해 지출된 행정적 비용을 상속재산 취득과 관련된 부대비용으로 보는 접근이다.
이러한 비교는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세무대리비용의 공제 여부는 단순히 특정 자격사에게 혜택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 납세자가 법정 신고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부담한 비용을 조세 체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다.
상속·증여세 체계에서도 납세자의 비용 부담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사이의 세무대리비용 인정 격차는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역사적·행정적 유산에 가깝다. 2009년 양도소득세에서의 제도 개선이 실거래가 과세 체계의 정착을 도왔듯이, 이제는 상속·증여세 체계에서도 납세자의 비용 부담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할 시점이다.
상속세의 정부조사결정제도라는 형식적 논리가 현대의 복잡한 세무 행정 환경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실질적인 고통을 외면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이 행정비용으로서 세무·법률 비용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산 과세의 형평성 제고는 국민의 조세 수용성을 높이고 국가 재정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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