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알박기 인사 방지'를 명분으로 만든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새 시정 출범을 앞두고 행정 공백 논란으로 돌아왔다.
11일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재수 당선인의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오는 30일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12곳의 기관장과 임원 등 88명이 임기 종료 수순에 들어간다. 이는 2023년 제정된 '부산광역시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례는 시장이 교체될 경우 출자·출연기관의 장과 임원의 임기를 시장 임기 종료일에 맞춰 함께 끝내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이종환 부산시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김광명 부산시의원이 함께 발의했다. 제9대 부산시의회가 국민의힘 절대다수 구도였던 만큼 조례 제정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국민의힘이 피하기 어렵다.
조례 제정 당시 명분은 전임 시장의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막고 공공기관장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례가 처음 본격 적용되는 시점이 국민의힘 박형준 시정에서 민주당 전재수 시정으로 넘어가는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새 시정 출범 직전 대규모 기관운영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부작용은 이미 예견됐던 문제다. 올해 초에도 시장과 기관장 임기를 일괄적으로 맞추는 현행 조례가 기관운영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3개월 유얘기간을 두거나 유임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식의 개정 필요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시의회 논의가 멈추면서 조례는 손질되지 않은 채 남았다.
정확히는 부산시 산하기관 전체의 '총사퇴'가 아니라 조례 적용 대상인 12개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임기가 일괄 종료되는 구조다. 부산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17곳 가운데 부산연구원, 부산의료원, 부산사회서비스원 등은 개별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되고, 벡스코와 아시아드CC 등은 상법상 주주총회 절차가 필요해 조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규모와 시점이다. 부산경제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문화재단 등 주요 정책집행기관이 포함될 경우 민생경제와 산업정책, 문화 행정 등 새 시정의 초반 과제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전재수 시정은 출범과 동시에 민생 회복과 해양수도 부산 구상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관장 공백 관리와 후임 인선까지 떠안게 됐다.
후임 인선도 곧바로 마무리되기 어렵다. 출자·출연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공고, 서류·면접 심사, 후보자 추천, 인사 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부 기관은 부산시의회 인사청문 절차도 필요하다. 새 시의회가 7월 출범한 뒤에야 청문과 검증 절차가 본격화될 수 있어 상당 기간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전 당선인 측도 행정 공백을 줄이기 위해 조례 개정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시장 임기 시작 직후 일괄 종료가 아니라 일정한 유얘기간을 두는 방식이 거론됐지만 임기 종료 시점이 이달 말로 다가온 데다 시의회 절차상 당장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만든 조례가 공공기관 책임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기관운영의 연속성과 행정 안정성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알박기 방지'라는 정치적 구호가 새 부산시정 출범기에는 대규모 직무대행 체제라는 행정 부담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전재수 시정은 기존 공공기관운영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인선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단순한 물갈이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민생경제, 해양수도, 청년·산업 정책을 실행할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사를 빠르게 세우는 것이 새 시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표 '알박기 방지' 조례는 취지와 달리 새 부산시정 출범 전부터 공공기관운영의 불안요인으로 떠올랐다. 조례의 책임 소재는 분명해진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전재수 시정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부산시 산하기관의 실행력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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