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북지선 입체 분석] ⑫ '침묵의 나선 효과'가 지배한 전형적 선거…"심지 있지만 말 안 했을 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이원택 후보 지지층, 침묵 지키다 투표장에서 본 모습 보여"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전북의 6·3지방선거를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효과'가 지배한 전형적인 선거"라고 말한다.

'침묵의 나선효과'는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과 배척을 두려워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하면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줄이고 다수 의견이 더 커보이게 되는 여론 형성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주변 반응이 '의견 분위기'를 형성하고 그 인식이 개인의 발언·침묵을 좌우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전북의 6·3지방선거를 "'침묵의 나선효과'가 지배한 전형적인 선거"라고 말한다. ⓒ권혁남 교수

선거 여론조사를 포함한 100여 차례의 조사를 통해 민심의 추이를 분석해온 권혁남 교수는 수년 동안 유력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담당했고 방송사 출구조사 위원을 역임하는 등 국내 최고의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권 교수는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과열된 선거판에 기름을 부어댄 것은 여론조사였다"며 "선거가 끝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여론조사들이 완전히 엉터리였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사전투표(5월29~30일) 직전에 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20% 이상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하지만 개표 결과 이원택 민주당 후보(51.2%)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41.8%) 간에 9%포인트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를 합산할 경우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에서) 약 30% 정도 차이가 났다는 말인데 중립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간의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선거전엔 많은 사람이 김관영 후보 우세를 점쳤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이하 권혁남 교수): "언론학에 나오는 전형적인 '침묵의 나선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언론과 주변 사람들이 (김관영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고 떠들면 그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다. 소수의 의견은 침묵으로 완전히 일관하게 되고 그 다음엔 방방 떠드는 소리만 확대되다가 마치 그것이 지배적인 여론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된다."

-프레시안: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권혁남 교수: "SNS나 언론에서 김관영 후보가 앞선다고 하니 이원택 민주당 후보 지지층은 "이거 완전히 뒤집어졌나?"라고 생각해 떳떳하게 이원택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을 못하게 된 것이다. 침묵을 하다가 투표할 때 자신의 본심을 표로 보여준 것이다. 침묵을 지키다가 투표장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는 것, 이것이 전형적으로 '침묵의 나선효과'거 지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프레시안: 그렇다고 이렇게 빗나갈 수 있는가?

△권혁남 교수: "인간은 사회적 고립감을 가장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고립되지 않을까?', 혹은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이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전투표 이전까지 당시의 분위기가 그러니까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내 자신도 크고 작은 모임에 나가면 주변에서 김관영을 많이 이야기했다. 이러니 이원택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입을 닫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거품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도 '무슨 소리냐? 이미 여론조사에서 끝났다. 당산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더라."

-프레시안: 착시현상에 빠진 것인가?

△권혁남 교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중 5월에 실시된 11건 모두를 분석해봤다. 김관영 후보 우세가 7건, 이원택 후보 우세가 4건이었다. 여론조사도 7대 4이었지 않은가? 그런데 주변의 여론은 9대 1, 혹은 8대 2 정도로 (김 후보 우세로) 느껴졌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심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김관영 지지자들의 주장이 강해지면서 '착시현상'에 빠진 것이다. 이 또한 '침묵의 나선효과'이다."

-프레시안: 다른 지역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는가?

△권혁남 교수: "대구도 비슷하다고 본다. 선거 이전에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 여론이 확산했다. (보수층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보수 후보(국민의힘 추경호)를 찍어 김 후보가 떨어진 것 아닌가? 경남에서도 추가 여론조사마저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5~8% 이긴다고 나왔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게 '침묵의 나선효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권혁남 교수는 지난 10일 '전북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결론은 명확하다"며 3가지를 지적했다.

여론조사의 조사방식과 질문내용에 따라 조사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과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는 게 아니라 민심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또 "앞으로 조사방식은 가능한 ARS보다는 조사원 면접을, 질문방식은 중립적인 '투표의향'을 묻는 게 민심을 좀 더 정확히 짚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이원택 후보 48.5%에 김관영 후보 46.3%로 2.2%포인트 차이로 초접전을 예측했다.

JTBC 예측조사는 이 후보 50.9%에 김 후보 44.6%로 6.3%포인트 차이를 점쳤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이원택 51.22%에 김관영 41.78%로 9.43%포인트 차이를 나타내 선거 이전의 예측보다 훨씬 더 격차가 컸다.

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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