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전북의 6·3지방선거를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효과'가 지배한 전형적인 선거"라고 말한다.
'침묵의 나선효과'는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과 배척을 두려워해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하면 공개적인 의견 표명을 줄이고 다수 의견이 더 커보이게 되는 여론 형성 과정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주변 반응이 '의견 분위기'를 형성하고 그 인식이 개인의 발언·침묵을 좌우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선거 여론조사를 포함한 100여 차례의 조사를 통해 민심의 추이를 분석해온 권혁남 교수는 수년 동안 유력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담당했고 방송사 출구조사 위원을 역임하는 등 국내 최고의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권 교수는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과열된 선거판에 기름을 부어댄 것은 여론조사였다"며 "선거가 끝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여론조사들이 완전히 엉터리였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사전투표(5월29~30일) 직전에 한 여론조사를 보면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20% 이상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며 "하지만 개표 결과 이원택 민주당 후보(51.2%)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41.8%) 간에 9%포인트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를 합산할 경우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에서) 약 30% 정도 차이가 났다는 말인데 중립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간의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선거전엔 많은 사람이 김관영 후보 우세를 점쳤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이하 권혁남 교수): "언론학에 나오는 전형적인 '침묵의 나선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언론과 주변 사람들이 (김관영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고 떠들면 그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다. 소수의 의견은 침묵으로 완전히 일관하게 되고 그 다음엔 방방 떠드는 소리만 확대되다가 마치 그것이 지배적인 여론인 것처럼 잘못 인식하게 된다."
-프레시안: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인가?
△권혁남 교수: "SNS나 언론에서 김관영 후보가 앞선다고 하니 이원택 민주당 후보 지지층은 "이거 완전히 뒤집어졌나?"라고 생각해 떳떳하게 이원택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을 못하게 된 것이다. 침묵을 하다가 투표할 때 자신의 본심을 표로 보여준 것이다. 침묵을 지키다가 투표장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는 것, 이것이 전형적으로 '침묵의 나선효과'거 지배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프레시안: 그렇다고 이렇게 빗나갈 수 있는가?
△권혁남 교수: "인간은 사회적 고립감을 가장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고립되지 않을까?', 혹은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이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사전투표 이전까지 당시의 분위기가 그러니까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내 자신도 크고 작은 모임에 나가면 주변에서 김관영을 많이 이야기했다. 이러니 이원택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입을 닫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거품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도 '무슨 소리냐? 이미 여론조사에서 끝났다. 당산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더라."
-프레시안: 착시현상에 빠진 것인가?
△권혁남 교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중 5월에 실시된 11건 모두를 분석해봤다. 김관영 후보 우세가 7건, 이원택 후보 우세가 4건이었다. 여론조사도 7대 4이었지 않은가? 그런데 주변의 여론은 9대 1, 혹은 8대 2 정도로 (김 후보 우세로) 느껴졌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심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김관영 지지자들의 주장이 강해지면서 '착시현상'에 빠진 것이다. 이 또한 '침묵의 나선효과'이다."
-프레시안: 다른 지역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는가?
△권혁남 교수: "대구도 비슷하다고 본다. 선거 이전에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 여론이 확산했다. (보수층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보수 후보(국민의힘 추경호)를 찍어 김 후보가 떨어진 것 아닌가? 경남에서도 추가 여론조사마저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5~8% 이긴다고 나왔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게 '침묵의 나선효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권혁남 교수는 지난 10일 '전북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결론은 명확하다"며 3가지를 지적했다.
여론조사의 조사방식과 질문내용에 따라 조사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과 여론조사가 민심을 읽는 게 아니라 민심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또 "앞으로 조사방식은 가능한 ARS보다는 조사원 면접을, 질문방식은 중립적인 '투표의향'을 묻는 게 민심을 좀 더 정확히 짚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이원택 후보 48.5%에 김관영 후보 46.3%로 2.2%포인트 차이로 초접전을 예측했다.
JTBC 예측조사는 이 후보 50.9%에 김 후보 44.6%로 6.3%포인트 차이를 점쳤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이원택 51.22%에 김관영 41.78%로 9.43%포인트 차이를 나타내 선거 이전의 예측보다 훨씬 더 격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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