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왜 스타벅스 혐오사건을 정치쟁점화하지 못했나

[인권의 바람] 스타벅스의 국가폭력 희생자 조롱 논란과 지방선거

선거철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정치 쟁점화가 되기 쉽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희생자 조롱 논란도 2026 지방선거의 큰 사건 중 하나였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항쟁 기념식이 열리던 그 순간, 스타벅스 코리아는 ‘탱크데이’라는 이름으로 텀블러를 출시하는 행사를 했다. 홍보 문구에는 ‘탱크데이’와 ‘5/18’이 잘 보이게 배치했고, 왼쪽 귀퉁이에 ‘책상에 탁’이라는 고문으로 희생된 박종철 열사를 떠올리게 하는 말도 넣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광주에서 일으켰던 학살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홍보 문안이 탱크를 찬양하고 박종철 고문사건 희화화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혐오마케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위터(현 X)에 “희생자들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행사라며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를 즉각 경질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매장에 가지 않았다. 쿠폰 환불도 이어졌다. 스타벅스 본사가 사안을 우려했고, 꼬르 자르기가 통하지 않자 정용진 회장도 사과를 했다. 그러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적혀있지도 않고, 재발방지책도 없었다. 대기업에서 홍보 문안이 작성되기까지 여러 번 확인 작업을 거쳤을 것이 분명함에도 명확한 진상조사 의지는 보이지 않고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문제인 듯 점검하겠다고만 했다. 한마디로 형식적인 사과였다. 시민들의 분노는 커졌고 매출은 떨어졌다.

더구나 오너인 정용진 회장이 2022년 ‘멸콩’ 운운하며 취했던 극우세력 옹호 행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사과의 핵심이 빠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2023년에는 미국 극우 논리를 한국 개신교계에 전파하는 행사인 ‘빌드업코리아’에 축사도 하고 음식도 지원했던 그다. 극우 성향의 경영진이 있는 기업들은 혐오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극우세력의 성장으로 유투버만 아니라 혐오마케팅은 돈이 된다. 온라인공간에서 조롱과 혐오는 조회수를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된 참혹한 현실이다. 정용진 회장이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한 이유는 그렇게 해도 기업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

빗겨나간 여당의 초점, 5.18 희생자 모욕은 국가폭력 옹호일 뿐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정치의 실패를 일상적 실천으로 바꿔 내는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를 받아내지 못했다. ‘탱크데이’라는 조롱을 역사 왜곡으로만 접근했다. 당시 사건은 군사독재정권이 계엄군을 동원해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국가폭력이므로 이는 ‘국가폭력 희생자’들을 모욕한 혐오로 인권의 문제다. 단지 5.18정신을 왜곡한 조롱으로 역사의식이 없다는 비판은 피부에 덜 와닿는다. 역사의 문제인 동시에 인권의 문제이다. 폭력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모욕당할 정도이면 누구나 모욕당할 수 있다. 혐오마케팅이라는 것이 그렇게 우리 삶을 위협하며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어야 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커피 한 잔 할 자유’라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이나 정치권의 비판을 기업과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시민들이 불매운동으로 만들어놓은 판을 정치의 책무로 받아안지 못했다. ‘5.18조롱방지법’ 등을 내놓았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 ‘부인·비방·왜곡·날조·조롱’ 등을 처벌하는 법안이다. 혐오에 대처하는 법안조차 5.18민주화운동에 한정되었다. 처벌의 대상을 허위 사실로 한정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러한 혐오 사건이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사회적 소수자 혐오나 인권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부재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현실에서 극우세력의 혐오가 단지 5.18에 한정되지 않음을 윤어게인의 혐중 시위에서 숱하게 목도하고도 소수자혐오로 이어가지 않았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조롱과 극우세력의 혐오 정치의 연결성을 보지 않으려 했다. 윤어게인 세력과 성소수자 혐오세력, 여성 혐오세력, 이주민 혐오세력이 교집합을 보고도 애써 외면했다. 그 결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 소수자혐오에 대한 체계적인 제도 수립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혐오세력 표를 잃을까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방선거 기간에 민주당이 극우세력의 혐오마케팅을 정치의 문제로 끌어오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극우세력 청산은 단지 국민의힘 의원 수가 줄어든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차별과 혐오를 당연시하는 문화와 제도를 바꿀 때 가능하다. 평등과 혐오 없는 사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일상적인 평등 교육을 함께 수행해갈 때 가능하다. 타인도 나와 같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배우고 인정하는 훈련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타인이 지옥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연성법인 차별금지법은 학교와 지자체, 기업 등 공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만들어가는 기본법이기 때문이다. 존중과 다양성의 민주주의를 일상적으로 닦아야 혐오로 돈을 버는 일이 불가능한 사회로 바뀔 수 있다. 생각해보라. 과거에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장애인혐오 발언 등 소수자혐오가 넘쳐나는 이유는 정치권이 혐오세력의 표를 잃지 않겠다고 용인했기 때문이 아닌가.

정부 여당의 이러한 인식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혐오를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했으나 민주당이 할 수 없었던 것은 여전히 차별과 혐오에 대해단호한 태도를 취하려 하기보다는 일부 혐오에만 대처하려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착각과 정치적 계산이 문제다. 성소수자 혐오와 여성혐오를 포함한 포괄적인 혐오 대응을 하면 표를 잃을까 걱정하며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거부하는 애매한 태도의 기원이기도 하다. 광주민주화항쟁과 희생자에 대한 혐오가 성소수자혐오, 여성혐오, 이주민혐오와 연결되어 있음을 애써 부인한다. 국민의힘과 다른 정치적 비전은 보이지 않는데 차별성을 찾기는 힘들다.

지방선거가 끝났다.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제라도 정치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서울에서 오세훈이 당선됨으로써 극우세력이 기세등등해질 지금이야말로 그들에게 제동을 걸 제도가 필요하다. 스타벅스 5.18혐오 사건에서 우리가 길어 올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책무가 막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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