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주유산 1호' 동학농민혁명의 현장에서 9기 전북특별자치도 지방정부의 새 출발을 알리자

[특별기고] 전 세계에 'K민주주의의 발상지를 알리는 '상징적 출범식' 기대

8일 오후 4시, 국회에서는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린다. 이성윤 국회의원과 문정복 국회의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촛불행동이 공동 주최하는 '국가민주유산 지정 및 민주주의 교육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토론회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법안 논의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뿌리를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을 대한민국 국가민주유산 제1호로 지정하자는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전북도민들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온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된 민중의 자주와 평등의 정신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며 오늘날 세계가 주목하는 K-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번 특별법 역시 이러한 민주주의의 형성·수호·발전 과정에 기여한 역사적 사건과 공간, 기록과 정신을 국가가 지정하여 보존하고 교육하는 세계 최초의 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출발점으로 동학농민혁명이 거론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농민항쟁이 아니었다.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민본정신을 바탕으로 탐관오리를 몰아내고 사회개혁을 요구한 근대 시민혁명이었다.

무엇보다 전주화약을 통해 무력충돌을 중단하고 대화와 합의를 선택했으며, 집강소를 설치하여 주민 스스로 지역을 운영하는 자치의 실험을 실천했다. 이는 오늘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원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사적 무대가 바로 전주 전라감영 선화당이다. 선화당은 동학농민군과 조선 정부가 전주화약을 체결한 장소이며, 이후 집강소 체제가 출범하는 계기가 마련된 곳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대화와 합의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모색했던 역사적 공간인 셈이다. 전북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본향(本鄕)이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는 7월 1일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지방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들은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뿐 아니라 비록 낙선했지만 지역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했던 모든 후보들 역시 전북 발전의 소중한 동반자들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지방정부는 취임식장보다 먼저 전라감영 선화당에 모이자. 정당과 이념을 떠나, 당선과 낙선을 넘어, 전북의 미래를 고민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 앞에 서보자는 것이다.

그곳에서 이름 없이 스러져 간 동학농민혁명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전주화약의 정신을 되새기며, 집강소가 실천했던 자치와 개혁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자. 그리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정부,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방정부,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함께 손을 잡는 지방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자.

이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기리고, 전북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사다. 동시에 전북특별자치도가 K-민주주의의 발상지임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상징적인 출범식이 될 수 있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

우리는 전북을 농생명의 중심지라고 말하고, 전통문화와 관광의 중심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북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학농민혁명과 전주화약, 그리고 집강소의 정신은 오늘날 지방자치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 공정한 행정, 참여와 협력의 공동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개혁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민주유산 제도가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이 국가민주유산 제1호로 지정된다면, 이는 단순한 역사적 기념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미래세대에게 계승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그 선언의 중심에는 전북이 서게 될 것이다.

새로운 임기의 첫걸음은 권한의 시작이 아니라 책임의 시작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지방정부는 취임식장보다 먼저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향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민주유산 1호가 될 동학농민혁명의 현장,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북다운 취임식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여는 가장 상징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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