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위축과 저임금, 대구 청년의 유출은 현실입니다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대구노동권익센터+민주노총 대구본부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대구 지역의 노동실태를 잘 알고 있는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역의 일자리 현황뿐 아니라 문제의 원인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1. 대구의 주요 산업과 일자리 현황은 대략 어떠한가요?

김무강(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 이하 '김') : 2025년 상반기 통계를 기준으로 대구시의 고용률은 58.4%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고요(전국 평균은 63.2%).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0.6%로 전국 평균보다 4.5%p 낮아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의지 자체가 위축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이 심각해요. 청년 니트(NEET) 비율이 18.8%로 전국 평균보다 3.3%p 높고 전국 17개 시도 중에 16위.

대구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85.7만 원으로 전국 평균과 37만 원 정도 차이가 나고,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임금이 평균 100만 원 상승하는 동안 대구는 87만 원 상승에 그친 상황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도 심각해요. 대구 남성 노동자가 341만 원 받을 때 여성은 227만 원 정도 받는다고 나와요. 여성이 남성의 66.4% 수준이죠. 그래서 고용률로 보나 임금으로 보나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봅니다.

이정진(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기획·법률 실장, 이하 '이'): 대구광역시에서 발행한 경제동향 2026년 3월호에 따르면 대구시의 실업률과 고용률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전분기나 전년도 대비로 보면 크게 악화된 건 아니지만, 실업률에 비경제활동인구라든가 구직단념자 등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일자리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죠.

대구 지역의 주요 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구조적 변화를 겪었습니다. IMF 이전에 섬유, 안경, 인쇄 산업 중심이었다면 IMF 이후에는 자동차 부품, 기계, 금속이 지역 산업에 한 축을 담당했어요. 또 신산업 육성은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정체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대구 지역의 노동환경은 아주 열악하다고 말할 수 있지요.

신은정(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이하 '신'): 지금은 자동차 부품 산업이 축소되고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지역이 앞으로도 침체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대구는 사실상 소비 도시거든요. 그래도 경북 지역의 국가 산업단지 덕분에 대구가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죠. 대구에 사는 사람들이 경북에 가서 돈을 벌어다 다시 지역에서 소비했던 건데, 지금은 경북 구미 같은 곳도 많이 축소됐어요.

▲대구의 노동시장 현황. 통계는 2025년 기준이다. 출처: 민주노총 대구본부

2.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셨는데, 대구 청년들이 사회에 처음 뛰어들 때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이: 대구 지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산업이 육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생산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아서 지역 인재들에게 기회가 별로 없고요. 예전처럼 공개 채용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수시나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지역 청년들이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일단 지역 청년들은 지역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싶어도 주변 친구나 선후배, 부모님으로부터 늘 '대구를 떠나야만 네가 잘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고, 지역 내 산업 구조가 열악해서 지역사회에서 첫발을 내딛어 봐야 시간만 허비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내가 대구에서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서울, 경기로 올라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윤서윤(대구노동권익센터 부장, 이하 '윤'):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고학력자가 많고 거기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것 같은데, 우리 센터에서 영세사업자 간담회를 하면 또 구인난이라고 해요. 사람이 없다는 거죠. 누구나 힘든 곳에는 안 가고 싶고, 힘들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하는데 임금도 낮으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신: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상담한 학생 하나는 지금 서울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했어요. 비영리 부문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그런 자리가 대구에는 거의 없었던 거죠. 대구에서 다양한 직업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청년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김: 특히 여성의 경우 사회복지업 같은 부문을 제외하면 구직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서비스업에서 비교적 괜찮은 기업이나 공기업 정도면 처우가 괜찮을 텐데, 그런 자리들을 빼면 지역에서 진입 가능한 서비스업 일자리는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에요. 여성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가 조금 더 어려워 보입니다.

신: 청년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노동법 위반 경험률이 여성이 더 높거든요. 일자리 질이나 환경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 청년들에게 제조업체 생산 현장직을 소개하면 상당히 고민을 합니다. 고민 끝에 취업을 했더라도 일단 가보면… 제조업 현장에서는 거의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청년들 입장에서는 여기서 내가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나라는 고민을 또 하는 것 같습니다.

4. 지난해에 대구 편의점에서 일했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대구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 민주노총 대구본부 조사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월급여 기준으로 30.8%로 나오고, 시급 기준으로는 26.6%가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이 제일 높고 다음으로 보건복지서비스업 38%, 도소매업 32%입니다. 영세할수록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올해 청년 노동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2%가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고 답했는데, 그 대부분은 편의점, 음식점, 카페 같은 업종이에요.

신: 최저임금 위반으로 상담을 오신 분이 있었는데, 점주들 단톡방에 (블랙리스트 같은 것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일을 구하려고 이력서를 넣잖아요. 그런데 자기 번호로 넣으면 연락이 안 온다는 거예요. 이미 공유가 된 거죠. 그래서 자기 친구 번호로 넣어봤더니, 바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윤: 불법은 불법이죠. 사업주들도 그렇고, 일을 하는 청년들도 안 된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냥 일을 해버리니까 (이런 관행이)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이: 과거에 수많은 노동자가 임금 착취, 노동 착취를 당했는데,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 거거든요. 지금도 청년들이 이렇게 당연하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것, 우리 대구가 이렇게 최저임금도 안 주는 도시로 알려졌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2026년 대구·경북 대학생·청년 노동실태조사 결과. 출처: 민주노총 대구본부

5. 그럼 이 문제가 왜 계속되는지, 왜 바뀌지 않는지를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신: 우리가 거리 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사장님들은 '최저임금 주면 고마워해야 한다' 같은 의견을 적어서 내시더라고요. 그런 마인드가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거꾸로 생각해서 그 사장님들의 자제분이 다른 데 가서 일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면 어떨까요? 말이 안 되잖아요.

신: 저는 그분들에게 정말 지불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야말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고 사람을 쓰는 관행이 보편화되어서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요.

윤: 강력하게 제재를 안 해서 그럴까요?

김: 제재가 필요하죠. 그런데 노동청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들은 있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건의했더니, 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한번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적발이 잘 안 되었어요. 근로계약서 위반이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허위라도 서류가 있고,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서 최저임금 위반이 서류상 확인되지 않고, 최저임금을 100% 지급했다가 나중에 돌려받기도 하고…. 현장에서 다 적발할 수 없는 문제들이죠. 다행히 작년에는 노동청이 대구·경북 200개 사업장을 감독해서 수십 건을 적발했어요.

윤: 학생들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익명으로 진정할 수는 없잖아요. 누가 임금을 덜 받았는지 조사를 진행해야 하니까요. 감독관님들은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뭔가 확실한 제도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신: 이제 대구시에도 노동감독 권한이 생길 테니까 적어도 최저임금 위반 관련해서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년에 한 번 감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사업주들과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라든가, 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하지 않으면 저절로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아요.

6. 대구의 월평균 임금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낮다고 하는데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산업구조와 인구 추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먼저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다음으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및 기계·금속 사업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기업이 없습니다. 제조업체 10곳 가운데 9곳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지역 노동자의 상당수가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구조 자체가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것이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층이 수도권 등으로 떠나고, 내수 중심 서비스업과 자영업은 과밀이 되면서 도시의 평균 생산성과 소득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시의 신산업 부문이 더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김: 맞습니다. 산업체들이 영세하고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으니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건 최저임금법 위반과는 다른 문제죠. 통계로 봐도 5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시급은 6,000원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고요.

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은 거의 5인 미만 사업장이잖아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긴 사실 어려워요.

그런데 제조업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영세할수록 산재 비율이 높아지거든요.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동 안전관리자처럼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많이 진행해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근로자 복지기금을 공동 출자 형식으로 만들어서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고요. 대구는 그런 사업이 별로 없습니다.

신: 조사를 해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너무 뚜렷해요.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은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이고, 중소·영세 사업장은 조직률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조차 못 잡는 경향이 있어요. 대구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서 다른 지역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7. 대구지역 중소 병·의원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셨는데, 현장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신: 증언대회를 한 번 했는데, 노동환경이 많이 열악하더라고요. 일단 대체 인력이 없어서 쉴 수가 없어요. 중소 병의원은 대체 인력을 여유 있게 채용하지 않으니까, 내가 아파도 계속 나가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또 여성들이 많은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배려를 받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보통 입사할 때는 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처럼 역할이 있는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의 경계가 없어져요. 접수를 받다가 검사도 해야 하고… 이런 식이니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또 하나, 경력이 쌓이면 보통 임금이 올라가는데 (중소 병·의원에는) 이런 게 없어요. 임금을 올리려면 이직을 해야 하는 현실이더라고요.

이: 이직률은 상당히 높아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만성피로 상태입니다. 이제는 감정노동 직군으로 분류되어서 권리 보호나 구제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환자나 병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을 못 했죠. 이런 부분도 더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9. 대구의 일터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윤: 20대 남성이 숙박음식점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성추행으로 퇴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직장내 괴롭힘 상담도 여러 건 있었고요. 제조업 사업장인데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어서 문의한 경우도 봤어요.

작년 통계를 보니 3분의 1 정도는 임금체불 상담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업주들도 잘 몰라서 저희 센터에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영세한 곳에서는 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법제도를) 정확히 몰라서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김: 5인 미만 사업장은 대부분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급이 1만 원이라면 8시간 일해도 1만 원, 12시간 일해도 1만 원을 지급하는 거죠.

신: 중소병원에서도 10퍼센트 정도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더라고요. 근로시간이 명확한데도요. 그리고 가짜 3.3 계약도 많은 편이에요. 청년들이 일하는 학원가도 당연한 듯이 3.3 계약서를 쓰고요.

이: 노동권익센터에도 근로자성 인정 건으로 많이 찾아오시긴 해요. 사장님은 청년들에게 '너는 프리랜서’라고 주입을 시키지만, 요즘에는 정보가 많이 공유되니까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법적으로 5인 미만이면 부당해고, 직장내 괴롭힘 같은 법적 조치가 안 되는 부분이 안타까워요. 그런 법을 악용해서 1명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사업장을) 쪼개서 4인 이하로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죠. 상담을 해도 도와드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윤: 20대 여성 한 분은 네일샵에서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일했어요. 주 5일, 휴게시간 제외하고 하루 9.5시간씩 근무했는데 임금이 100만 원이 되지 않아서 최저임금 미달이더라고요. 그런데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료를 수집한 후 노동청에 진정을 해보기로 했어요.

10. 그렇다면 노동 행정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요?

윤: 예방 차원의 조치를 하면 좋겠어요. 보통은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사람들이 정보를 찾아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는 사람들 대상으로 기본적인 노동 교육을 하자는 의견도 시에 전달했고요.

신: 중소 사업장일수록 대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해요. 예를 들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대체 인력 시스템이 있잖아요. 병의원의 경우에도 대체 인력을 중앙 차원에서 보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 노동청에 갔을 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용주 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대지급금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개인들에게는 어려워요. 노동권익센터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고, 민주노총에도 법률구조공단 지원이 있는데 이런 중간 지원조직을 더 확충하든가, 아니면 노동청에서 사건을 좀 빠르게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왼쪽부터 이정진 실장, 윤서윤 부장, 신은정 수석부본부장, 김무강 정책기획국장. ⓒ안진이

11. 공공부문의 일자리 질 보장이라든가, 생활임금 같은 지자체 노동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이: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지 못하죠. 2017년부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시작됐는데, 대구 지역에서도 대구시 본청 및 산하기관과 공기업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자회사 방식의 전환 비율이 높고, 기존 정규직과는 임금이나 직급에서 아직 차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에, 공공이 사용자라고 해서 일자리 질이 민간보다 반드시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윤: 생활임금이 기초 지자체에는 적용되지 않잖아요. 그게 또 함정이더라고요. 대구시 소속인 노동자에게는 적용되는데 기초 지자체 소속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적용을 못 받고 있어요.

이: 대구의 경우 지역 내 31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는 곳이 한 곳도 없어요. 심지어는 대구 교육청도 생활임금을 적용 안 합니다.

김: 공공이 직접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용역, 도급, 위탁 같은 간접고용도 있잖아요. 대구가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넓히긴 했지만, 여전히 공공부문에 직접고용된 노동자까지만 적용되거든요. 대구시에 간접고용된 노동자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면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어요.

신: 아이돌보미나 생활지원사 같은 직종은 민간위탁이라고 하지만 임금이나 수당은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결정해요. 이렇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부분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2026년 대구시 생활임금이 시간당 1만2011원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권입니다. 사실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지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생활임금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대구시가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생활임금 강화는 물론이고 민간 부문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죠.

12. 앞에서 대구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지자체 차원에서 기업 유치 정책도 추진되고 있지 않나요?

이: 지역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없잖아요. 일단 대기업을 유치하면 다른 중소·중견기업들도 같이 들어올 수 있고 평균 임금이 낮은 부분도 해소될 수 있겠죠. 그게 지역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제일 빨리 만드는 방법일 겁니다.

신: 지자체 차원의 노력도 필요한데 중앙정부가 미래 산업과 관련된 부분을 잘 배치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포항-대구-광주를 잇는 2차전지 벨트라든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산업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죠. 그런 전략 없이 그냥 지자체가 대기업 하나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극복하기가 힘들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대구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데, 여기서 지자체의 역할이 있다고 봐요. 서비스업 일자리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면 좋겠어요.

윤: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을 좋은 인재로 양성하면 뭐 해요? 사람을 채용할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대학교에 투자하고, 기업이 와야 하고, 정책적으로 뭘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다 연계해서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13. 대구경북 통합 논의하면서 최저임금 적용 제외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5극 3특 같은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노동권이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는 없을까요?

이: 한국노총은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법안에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적용 배제 특례조항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역본부 입장문도 냈고, 국민의힘에 항의 서한도 보냈습니다. 저임금 적용 제외 같은 발상 자체가 반헌법적이고 반노동적이라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조항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걸로 알고 있어요.

김: 법안에서 독소조항은 많이 빠졌고, 최종 법안 만들 때는 노동시간 관련 조항들도 빠졌어요.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은 경제자유구역, 글로벌 미래 특구 관련 내용인데요, 경제자유구역에서 파견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나 주휴일을 무급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남아 있어요. 저는 이런 식으로 노동권을 후퇴시켜서 경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에서 법안 만들 때 이런 조항을 넣지 않으면 좋겠어요. 불필요한 논쟁이 생기잖아요.

14. 마침 지자체 선거가 진행 중이고, 대구본부에서는 '대구형 좋은 일자리 구축'을 제안하셨는데, 지역의 상황에 맞는 접근법에 대해 더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수도권의 청년 담론들은 공공부문이나 서비스업 중심이고 대졸 청년들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특성화고, 마이스터고를 거쳐 제조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죠. 그래서 경남, 부산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대구에서도 좋은 일자리 지표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일을 계속하려면 임금도 중요하지만 산단 주변의 환경이나 통근, 육아휴직 같은 조건들도 괜찮아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로 '좋은 일자리' 지표를 개발하고, 적어도 대구시가 관여하는 일자리 사업이나 위탁 사업에 반영을 해보자는 거죠.

윤: 그리고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거든요. 다른 말로 하면 ‘네가 알아서 일자리 만들라는 정책’이라고 청년들이 농담처럼 말하더라고요. 스타트업 하라면서 돈을 빌려주는 거잖아요. 잘못하면 빚만 왕창 지게 된다는 인식도 있어요. 돈은 많이 쏟아붓긴 하는데, 이게 정말 청년을 위한 정책인지 다시 한번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 정책을 내는 것과 별도로, 실제 집행 과정에서 그 취지를 잘 살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대구는 그게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수치로 보여주는 데 너무 집중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자리 정책 같은 경우 예산은 엄청나게 투입하거든요. 단기 일자리로 숫자를 늘리려고 하니 1년밖에 안 되는 일자리, 10개월밖에 안 되는 일자리를 만들고 있어요. 숫자나 통계에 매몰되지 말고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면 좋겠어요.

김: 지금 시장 후보가 셋인데 세 후보 모두 노동 공약이 잘 안 보여요. 김부겸 후보 같은 경우 산업전환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정도. 추경호 후보는 노동정책과를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노동 정책이 아니라 기업 일자리 추진에 포함되어 있어요. 노동이 잘 안 보이는 선거라는 지점이 아쉽습니다.

이: 제가 문의를 해봤는데, 현재 성서공단의 공장 가동률이 70%를 넘지 않는답니다. 만약에 어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서공단에 취업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언제 어느 순간에 공장이 멈출지 모르는데 마음이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그러니 정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차라리 서울이나 경기에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현실이에요. 사실은 시민들도 대구 지역의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든가 청년 유출 같은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건 관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지요. 누가 시장이 되든 간에 지금보다 더 노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노동 정책을 수립,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끝)

안진이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