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유리 깨지는 비좁은 '한화생명볼파크'…'증설 공약'이 면죄부 되나

'치적은 내 몫'이라던 레저 구장, 본인 주도 설계 변경으로 축소하고 이중잣대…시민들 "외형 증설보다 기본 안전이 먼저"

▲대전한화생명볼파크 내부 모습 ⓒ 프레시안DB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현 대전시장)가 발표한 ‘한화생명볼파크 3000석 증설’ 공약을 두고 정책적 일관성과 행정책임론을 둘러싼 ‘이중잣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취임 초기 구단 안팎의 요구나 공간활용 구상 등을 이유로 대대적인 설계변경을 거쳐 결과적으로 실판매 좌석이 축소됐던 행정적 결정이 임기 말에 이르러 ‘전임 시정의 설계 한계’ 탓으로 돌리며 추가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장우 후보는 지난 14일 공약발표를 통해 “민선 8기 출범 당시 이미 2만 7석 규모의 기본·실시설계가 완료돼 증축이 어려운 상태였다”며 실제 판매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사업비 97억 원을 들여 2만 3007석으로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행정타임라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민선 7기 허태정 전 대전시장은 이미 2020년 11월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히며 당시 야구장 규모를 ‘2만 2000석’으로 발표했었다.

이후 민선 8기 출범 직후인 2022년 9월 이장우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피니티풀과 서핑존 등을 갖춘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겠다 며 대대적인 설계변경 절차를 밟았다.

이에 따라 2023년 3월 착공 당시 대전시가 제시한 목표치는 2만 607석이었다.

최종 행정 결정권자로서 설계를 흔들었던 과거 정책 방향을 덮어둔 채 이제 와서 “설계가 묶여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당시 도입된 레저시설은 되려 독이 됐다.

야구장 개장 이후 4층 인피니티풀 주변 구역에서는 아래층 좌석으로 물이 떨어지는 낙수 피해와 외벽 누수 현상이 발생해 관람객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특히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영장 등이 불필요하게 면적을 차지하는 바람에 전체 규모에 비해 ‘실제 판매 가능한 좌석’이 1만 7000석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 아니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한화이글스 흥행돌풍 속 만성적인 티켓 부족 사태와 암표 대란을 겪은 팬들이 “볼거리 구상에 치우쳐 야구장 본연의 관람 권리를 인위적으로 축소시켰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배경이다.

여기에 경기장 안전관리의 허점도 드러났다.

지난해 6월 경기장 내 음식점 건물의 유리창이 파울볼에 맞아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7월에도 유사한 유리 파손 사례가 발생했다.

야구장임에도 해당 유리는 충격에 취약한 재질이었고 비산방지 처리마저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고 당시 대전시 측이 “파울볼이 해당 구역까지 날아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행정당국의 안일한 안전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정상 추진되던 2만 2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취임 직후 레저시설로 뒤흔들어 '반쪽짜리'로 전락시킨 게 누구냐"며 "본인의 정책적 판단으로 발생한 하자와 좌석 부족을 전임 시정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이자 책임 전가"라고 날을 세웠다.

야구장을 찾는 시민들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직관을 경험한 시민 A 씨는 “지난해 인피니티풀 누수를 목격했을 때도 상당히 불안했는데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며 안전사고 우려가 커졌다”고 토로했다.

시민 B 씨와 C 씨 등은 좌석 안내 체계 부실과 동선 단절 등을 꼬집으며 “당장 돈을 들여 좌석을 늘리기보다는 현재 드러난 안전 문제, 동선 오류 등 실질적인 편의성부터 개선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시민 D 씨는 “좌석이 늘어나면 극성인 암표 문제를 완화하는 데는 일부 기여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전국에서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인데 개장 초기부터 하자와 안전문제 투성이라는 소식이 들려 대전시민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불과 4달만에 공사를 끝내겠다’는 초고속 일정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이미 문을 열고 경기를 치르는 거대한 야구장의 보수와 3000석 규모의 증축 공사를 단기간에 마치는 과정에서 자칫 또 다른 부실이나 안전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취임 초 홍보했던 레저형 야구장이 ‘좌석 부족’과 ‘안전성 의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가운데 이번에 내건 2만 3000석 증설 공약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이중잣대’ 논란을 넘고 표심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진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이재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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