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이 5월 20일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열린다. 평양에 있는 '내고향(무역회사)'의 지원을 받는 '내고향녀자축구단'(이하 내고향축구단)과 '수원FC 위민'의 준결승전이다. 북한 운동선수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극도로 경색된 단절과 대립 국면에 작은 물샐틈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물꼬로 전환할 길은 없을까. (북한은 2026년 3월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는 영토 조항을 놓어 대한민국과 별개의 국가임을 천명했다.)
평양의 '내고향축구단' 선수, 감독, 스태프 등 39명이 중국 베이징을 거쳐 2026년 5월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경기 결과가 변수지만, 현재로서는 24일까지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 선수단은 한국에 '입국'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측에 '방문'하는 것일까.
한국을 별개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단의 대한민국 '입국'이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의 입장에서는 북한 선수단의 '방남'이다. 북측 인사들이 한국에 올 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대한민국 '방문증명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 선수단은 북한 여권을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 한국에서 여권에 사증(비자)을 찍어준다면 그것은 북한을 별개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으로서 대한민국헌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방문증명서'를 발급한다면 그것은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공언하고 있는 북한이 발끈할 일이다.
그렇다면 비자나 방문증명서가 아닌,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인 신분증을 입국 비자의 대체 수단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 대항전이 아닌 클럽 대항전이니 그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통일부와 법무부가 AFC를 통해 받은 선수단 전원에 개인별 입국 승인을 위한 국제 표준 규격의 QR 코드를 생성해서 단원들의 스마트폰이나 가슴걸이 AD카드(대회등록증) 뒷면에 부착하여 발급하는 방식이다. 이 QR 코드만으로 한국 어디서든 북측 선수단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비자'도 '방문증'도 아닌 QR 코드로 남북 양측의 법적 해석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큰 마찰 없이 한국 내 활동에 대한 '암묵적 합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측 법리와 북측 주장의 충돌 지점을 국제기구(AFC)의 권위를 빌려 우회함으로써 남북 양쪽 헌법을 충족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북측 선수단에게 '글로벌 표준'에 의한 예우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같은 민족'을 내세우는 데서 오는 불필요한 잡음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형식은 국제적(International)'으로, '내실은 민족 내적(Intra-national)'으로 대응하는 유연한 절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를 남북 간 대화의 창구로 만들기 위해 이미 통일부와 법무부 등에서 충실히 준비하고 있을 시점이기도 하다. 다만 북측에서 이번 한국행을 비공개로 진행해 주기를 요청했기에, 불가피하게 비교적 조용히 준비 중인 것으로 들었다. 통일부가 '내고향축구단'을 '수원FC위민'과 함께 응원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에 3억 원의 예산을 조심스럽게 집행 중인 것은 최소한의 공적 지원으로 보인다. 이때 예전의 하늘색 한반도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남쪽은 태극기로, 북쪽은 인공기로 그려진 새로운 한반도기를 공동 응원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안했던 대안이기도 하다.
좀 더 마음을 써야 할 것은 4강전 이후다. 현재 '내고향축구단'의 잠정 한국 체류 일정은 24일까지다. 이것은 '내고향축구단'이 '수원FC위민'에게 승리했을 때를 가정한 일정이다. 만일 이 가정대로 '내고향축구단'이 승리한다면 같은 날 앞서 있을 '멜버른 시티 FC'(호주)와 '베르디 벨레자'(일본) 팀의 승자와 23일 같은 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르게 되어 있다. 만일 '내고향팀'이 준결승전에서 패한다면, 아마 다음날(21일) 바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북측 팀과 벌이는 경기이니 한국팀을 응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특별하다. 경색된 남북 관계에 해빙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만일 '내고향축구단'이 준결승전에서 승리한다면, '수원FC위민'을 응원한 이들은 아쉽겠지만,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희망이 더 커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이 남측에 좀 더 오래 머물면서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아지겠기 때문이다.
'내고향축구단'은 예선전에서 이미 '수원FC위민'을 3:0으로 이긴 바 있다. 사실상 북한 여자축구 대표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실력이다. 실력으로만 보면 '내고향축구단'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북측이 승리해 한국에 머물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21일쯤 휴식 겸 '수원화성'과 같은 정치색 얕은 역사 유적을 돌아보면서 한국을 경험할 기회를 더 제공하면 좋겠다. AFC와 그 관계자들이 남북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한 차담 시간이니 식사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북측에서 경계할 것이 뻔한 '같은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말은 작전상 대화 테이블 밑으로 내려야 한다.
'수원FC위민'도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만일 '수원FC위민'이 진다 해도 아쉬움 보다는 '내고향축구단'을 축하하는 기쁨이 더 클 것이다. 기쁘게 진다는 말을 이럴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을 더 환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잦아지겠기 때문이다. 이번이 위기를 호기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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